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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칼럼] 벼랑 끝 내몰려 쓰러지는 당신을

김현정 기자l승인20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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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찾아보려 인터넷 창을 열었을 때, 한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케 한 경찰의 직사 살수 행위 위헌”     아.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날의 사건이 이제야 위헌이구나.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10개월 동안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25일 숨을 거두었다. 당시 경찰은 백씨의 머리와 가슴 윗부분을 저격하여 약 13초 동안 강한 물살을 가했다.” 5년이 되어가는 사건이지만 그날의 참혹함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파란 조끼를 입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물대포 직격탄에 맞아 쓰러지셨던, 힘없는 다리가 바닥에 탈탈 끌려 실려 가셨던, 고 백남기 농민의 마지막 모습. 그런데, 위험의 최전선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힘없이 쓰러지는 이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고 백남기 씨와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진다. 아, 이는 다름 아닌,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위험의 최전선에서 직격탄을 맞는 노동자들이 부르짖고 있다. 지난 22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철도, 학교 비정규직, 집배원, 병원, 항공 등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더 이상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코로나19로 안전과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코로나19 노동법 즉각 입법”이다.

눈에 보이는 위험의 현장에서 아무런 보호막 없이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산재 사망 노동자들이다. 2018년 12월, 컨베이어벨트에 깔려 숨진 한 청년의 비극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고 김용균 씨는 컨베이어벨트 낙탄 제거작업에 필수적인 헤드렌턴조차 지급받지 못했고,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홀로 작업현장에 투입되었으며, 경영진에 위험한 현장에 대한 시정 요구를 28번 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그 후 김용균법 제정이 이슈로 떠오르며 제2의 김용균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노동의 현장은 여전히 참담하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노동자 1명 대형 문에 끼어 숨져”, “삼척시 수도관 매립 현장서 후진하던 굴착기에 깔린 노동자 숨져”, “부산서 하수도 작업 노동자 3명,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져”···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기사의 제목들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매년 2천4백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지고 있다. 이러한 비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산재사망이 발생한 기업에 솜방망이 처벌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사람이 죽었음에도 손쉽게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가 기업을 장악하고 있어, 노동자들은 안전모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속에서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하청,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다. 눈에 보이는 위험을 직면하는 노동자들도, 근본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위험의 희생자들인 경우가 많다. 고 김용균 씨 역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해고의 위기에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강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사 재하청 소속인 김정남 씨는 이미 위협을 넘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인천공항에서 10년 동안 수하물을 분류했던 그는 이달 초 회사에서 해고되었다. 그의 동료 120여 명은 이미 희망퇴직을 한 상황이었다.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수송 담당 하청업체 서빅의 계약직 직원 ㄱ씨는 지난 3월 12일 해고통지를 받았다. ㄱ씨를 비롯한 직원들은 회사가 어렵다는 말에 무급휴직에 동의한 상태였다. 이들은 사측의 호출이 무급휴직 기간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해고통지를 받았다. 회사 관리자는 “개별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는 고용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만 사람을 아프게 한 것이 아니다. 사회도 사람을 아프게 했다. 거대한 사회 구조가 가장 힘없는 사람을 아프게,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마치 2015년 거리의 백남기 씨처럼. 우리나라는 모순적이게도, 약자가 보호받지 못한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낭떠러지에 내몰리는 1순위가 그저 자기 자리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시민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그런 구조의 사회이다. 낭떠러지의 끝에 선 사람들은 아등바등 바리케이드를 치고, 부대껴 연대하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어떠한가. 무심하도록 차갑다. 그들이 외치고 있는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도,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도, 모두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다가가 함께 바리케이드를 세워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이 맨몸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손을 잡고, 함께 분노하며, 거대한 보호막을 이루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무너뜨리는 사회 구조를 허물고, 그들의 가장 강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연대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당신은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에 멈춰선 적이 있는가.


김현정 기자  honeyjung11@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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