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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기획]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희진, 양세정 기자l승인2020.05.04l수정2020.05.0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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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기사 강모씨(가명)가 미숫가루로 급하게 식사를 때우고 있다. 그는 “그날 물량을 다 처리하기 위해서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문제 불거져

몸의 안전에 재난을 몰고 온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고용 안전에도 큰 충격을 일으켰다. 이에 실직하거나 소득이 줄었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이러한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외에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등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현재의 실업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일어났을 때 보호받기가 어렵다. 그중 특수고용노동자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대표적인 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유사하게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지만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1인 자영업자 신분으로 계약을 맺는 자를 말한다. 산업구조가 발달하면서 다양해진 노무 제공형태 중 하나로서 등장했다. 방과후 강사,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콘크리트믹스트럭 운전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코로나19로 발생한 실업 사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하여 정부는 약 14만 명에게 월 최대 50만 원씩 최장 2개월간 생계비를 지급하고, 실직자에게는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과 고용노동부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는 221만 명으로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원대상의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대책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특수고용자들이 다른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이번 코로나19로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방과후 강사 유미선씨(45·가명)와 택배기사 이정일씨(45)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노동브리프 제97호(2020-04)

 

◇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이야기

학교에서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방과후 강사

방과후 강사 유미선씨(45·가명)는 이번 학기 한 초등학교에서 저학년 파닉스와 초급영어회화, 고학년 회화 등을 가르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수업은 전면 취소된 상황이다.

- 소득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수익자 부담 방과후 수업이라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이며, 제 입장에서는 가정 내에서 실질적인 가장이 아니라서 생계에 큰 타격은 없지만, 주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강사님들의 경우 소득이 없어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 시·군 단위의 지자체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 중 ‘특고·프리랜서 생계비 지원 사업’으로 대상자에게 월 최대 50만 원을 지원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3월분에 대하여만 서류를 준비하여 신청해 둔 상태로 아직 지원받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받지 않는 것보다는 감사한 일이지만 선심성 대책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원금을 퍼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안정된 조건이나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50만 원의 지원금은 20일 최대로 근무할 때 받을 수 있어 주 1회나 2회 수업하시는 강사님들은 많이 받으면 20만 원 안팎입니다. 또한, 그것도 원격도우미 등 일을 하러 가게 되면 그 일수는 빼고 받기 때문에 일을 하러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방과후 강사만 있는 게 아니라서 지자체마다 소득 하위 기준으로 끊어서 신청한 모두에게 지급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 시·군 단위의 지자체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 중 ‘실직자(일용직, 특고, 프리랜서) 단기 일자리 제공’ 사업으로 대상자에게 최대 3개월간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고, 참여자에게는 1인당 월180만원(최저임금 수준, 주 40시간)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현재 긴급 돌봄교실에서 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계약조건은 학교 사정, 긴급돌봄을 신청한 아이들의 수에 따라 다지만, 우리 학교는 총 3명의 강사가 신청하여 하루 3시간(시간당 15000원)을 순번을 정하여 나누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존 수업에 비하여 크게 애착이 가지 않고 일시적인 일자리 이상으로 생각 들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아이들 입장에도 요일마다 선생님이 바뀌어서 들어가고 있어 좋지 않을 듯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로 등교하면 담임선생님도 다 출근을 하고 계셔서 차라리 각자의 반으로 가서 담임선생님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수업을 할 수도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를 우선시하면서 굳이 아이들 모두를 한 공간에 모아 놓고 원격수업을 진행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의 취지인 방과후 강사의 소득지원 부분에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고 진정 방과후 강사를 위한 사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특수고용노동자인 방과후 강사로 일하면서 사회안전망에서 일반 근로자와 다르게 소외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방과후 강사는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여러 제도 부분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방과후 강사의 수입은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성과 위주의 소득입니다. 방과후 강사는 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라 학생 학부모 점수가 90점이 넘으면 1회는 면접 없이 계약이 갱신됩니다. 2년째에는 점수와 상관없이 다시 취업하고요. 열심히 수업하시는 강사님이 대부분인데, 점수가 월등히 높고 아이들에게도 정성을 쏟으시는 강사님이 여러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이유로 강사선발에서 탈락하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보다 안정적으로 고용보장이 되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정규수업과 방과후 수업을 별개의 객으로 여기지 않고 유기적으로 잘 상호보완 연결이 되어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도 양질의 방과후 수업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도록 방과후 강사들이 보다 안정적인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따뜻한 관심과 처우 개선을 위하여 애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집 앞 특수고용노동자, 택배기사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실업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많지만, 반대로 어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감염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별다른 보호는 받지 못한 채 근무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이정일씨(45)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대상자가 되어 2주간 배송 업무를 하지 못했다.

- 자가격리하는 동안 소득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용차(택배서비스 전문 용달 화물차량으로 택배기사가 맡은 구역의 배송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인력)를 고용해서 택배 상자 개당 1300원씩 계산을 해줘야 했습니다. 원래는 제가 받아가는 게 개당 850원인데 용차를 쓰면 1300원을 제가 줘야 해요. 그럼 자가격리기간인 2주 동안 한 2500개 정도 물량이 있으니까 2500 곱하기 450원(1300원에서 850원을 뺀 금액)을 손해를 보는 것이죠. 이 손해에 대해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건 없고, 다 제가 뱉어냈습니다. 이번에 2주 동안 손해 본 건 실제로는 한 140~150만 원 정도에요. 정부에서 당시 자가격리자에게 88만 원 정도 지원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모자라죠.

 

- 자가격리 외에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배송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때 따로 보호받지는 못하나요?

택배는 불가능합니다. 택배는 죽으나 사나 자기가 일 그만두기 전까진 다 해야 해요. 택배는 누구한테도 권유 안 하고 싶은 직업 중에 하나에요. 경조사 참석 안 되고 휴가 안 되고 안 되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왜냐하면 내가 빠지면 그만큼 내가 뱉어내야 하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몸살이 나도 나와서 일하면 몸살이 다 도망갑니다. 직업이 그렇게 생겨가지고 그런 거죠. 다른 거보다는 이렇게 아플 때 제일 힘들어요. 그리고 아이도 있는데 같이 놀아주지 못할 때도요.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나와서 해야 하니까요. 시간당 40~50개 정도를 배송하는데 못하면 바쁠 때는 새벽 1시, 2시까지 해야 하거든요. 밤새 해본 적도 있습니다. 택배를 지연시키면 고객한테 연락이 엄청 옵니다. 사람을 피 말릴 정도로 전화가 오는데 회사 측에서 커버해주는 건 없으니까 너무 힘들면 그만두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그래서 보면 여기서 하루 세끼 먹는 택배기사가 없을 겁니다. 대부분 하루 한 끼 정도밖에 안 먹고 아침 식사도 새벽 일찍 일을 시작하니까 대충 때워요. 점심은 먹는 사람 있고 안 먹는 사람 있는데 일이 끝나야지 맘 편하게 밥을 먹으니까 시간에 쫓겨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라요. 이게 너무 힘들죠. 좋은 점은 일단 일하러 나오면 우리가 대장이고 상사라던지 누구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까 이런 점은 편해요. 일반 회사생활보다는 좀 많이 벌기도 하고요. 좋은 점은 이거 하나에요.

▲ 택배기사들이 아침 일찍 택배 분류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일주일 중 물량이 가장 적은 월요일 아침에나마 이정일씨(45)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재조명받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법적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는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졌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대부분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산재보험과 노조법도 그 대상이 일부 직종만 포함되어 있다. 고용보험의 적용 및 가입단계의 사각지대를 살펴보면 2018년 8월 기준으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 중에서 고용보험 가입자는 49.2%뿐이다. 고용보험 법적 적용 대상자는 아니지만 특성상 다른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공무원과 교원, 별정직우체국직원을 포함하면 고용 안전망에 있는 취업자는 52.8%다. 대부분의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의 절반가량이 고용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보험과 같은 실업 관련 보험 적용 범위를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서 살펴보았을 때도 우리나라의 고용보험 적용 범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산재보험은 ‘제125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를 통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직종에만 한정하여 적용된다.

고용보험법과 산재보험법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개념을 기초로 하여 출발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과는 다른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기존의 법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인 근로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근로자성을 지닌 자로서 특수고용노동자는 사회보험과 노동법을 통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법적 보호 대상의 범위를 단순히 확대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놓여있다. 직종마다 노무 제공형태가 더 다양해지면서 어느 직종을 특수고용노동자로 적용할 것인지, 소득의 급감은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재보험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이름을 제한적으로 정의하여 현재 산재보험법 시행령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있는 9개 직종 이외의 직종에 종사하면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포괄하여 보호할 수 없다. 이에 박은정 인제대 교수는 “어느 방향이건, 주된 목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이름이 현재의 대상이 아닌, 보다 넓은 대상을 부르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이름을 재규정할 것을 주장했다. (‘비정규직 대책의 현황과 과제’, 2017)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법적으로 그들을 보호할 필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19로 명확히 드러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해 정부가 응답했다.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 국민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고 말하며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SNS를 통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듯이, 실업위기에 대비하는 사회안전망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열악한 사회안전망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들의 관심과 함께 이와 같은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지속해서 논의되어야 할 때다.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월간 노동리뷰 2019년 11월호
 

이희진, 양세정 기자  huijin@blue.knue.ac.kr, bay0325@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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