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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사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시민교육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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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법 65조 1항에서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있다. 정당법 22조 역시 교원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최근 4월 7일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초중고교의 현직 교사 9명이 교원의 정당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8헌마551)에서 초 · 중등학교의 교육공무원이 정당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한 정당법 22조 1항과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 중 '정당'에 관한 부분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즉 교원은 정당을 결성하거나 기존의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는 기존의 판례를 유지했다. 교원이 정당을 결성하거나 가입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헌재는 “초 · 중등학교 교원이 당파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라고 하였다. 
이번 판례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정치적 자유권을 교원에게는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다만 이번 판례 중에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에서 규정한 국가공무원은 “(정당 외)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는 법규는 위헌이라고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판결했다. 즉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인해 교원은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를 직접 결성할 수 있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교원의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의 결사 및 가입을 막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아직 어떤 단체가 정당 외 정치단체인지가 모호하고, 실제로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인해 교원이 정당 외 정치단체를 결성하거나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교원이 정당 외 정치단체를 결성하거나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교원들에게 헌법이 정하는 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수호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왔다. 헌법 7조 2항에 따르면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또한 헌법 제31조에 의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 헌법 조항들은 1987년 헌법이 제정될 때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의 항거로 얻어진 1987년 헌법 개정의 기회를 통해 공무와 교육은 더 이상 독재정권이 원하는 바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자율적 행위임을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헌법의 시대정신은 이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정신에 의해 새롭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2018년 발표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에 따르면 시민교육이란 ‘비판적 사고력을 가진 주체적 시민이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은 인권, 평등, 평화, 환경 등 주제별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참여와 실천으로까지 확장되는 포괄적 교육‘을 의미한다(참고로 우리대학은 교원양성대학 시민교육 역량강화 사업에 2019년 선정되었다) 
민주시민이 아닌 교원이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교육시킬 수 없다. 이번 헌재의 판례로 돌아가 보자. 교원은 여전히 정당을 만들거나 가입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정당 이외에 정치단체는 만들거나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판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쪽에서는 정당 활동을 하지 못하는 교원이 과연 민주시민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편, 교원의 정당 외 정치단체 참여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민주시민인 교원은 교육을 어떠한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의 전파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교육기본법 6조 1항)라고 주장한다. 
교원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인가? 교원의 민주시민교육 역량과 파당적·개인적 편견의 전파는 교원의 정당 또는 정치단체의 가입 여부와 무관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원들이 교실 안에서 보이는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와 과정이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인정과 다양한 의견에 대한 수평적 교환이다. 만약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교원이 정당에 가입했다 하더라도(현행법상 그럴 수 없지만 가정만이라도) 자신의 견해만 전하고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러한 교사는 학생을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없다. 반대로 정당 이외에 정치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교사라도 학생들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학생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훌륭한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교원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교원이 가져야 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무엇이고 현실적으로 민주시민양성 역량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미래의 교원이 되기를 꿈꾼다면 지금부터 그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묻고 답하고 또한 실천하는 대학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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