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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호/기자칼럼] 우리는 무엇과 연대하는가?

한주안 기자l승인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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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0일, 대한민국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2월에는 슈퍼전파자라고 불리는 31번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우리는 미증유의 사태에 돌입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은 만천하에 공개된다. 사람들은 동선에 공개된 장소에 대한 방역이 완료되더라도 방문하기를 꺼린다. 정부는 3월 22일부터 진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4월 4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달 19일까지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고 불가피한 이동을 하게 될 경우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물리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라는 권고다. 그러나 물리적거리가 사람들 간에 심리적 거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 2월 7일 발간 호에 코로나19 사태 중 발생할 수 있는 불안, 우울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여러 증상이 코로나19 확진 환자, 사별을 경험한 사람, 공포감이 컸던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 의료진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난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2018년 4월에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하고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3월 9일부터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환자, 가족, 지역 사회가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런 노력 속에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사람들을 더 괴롭게 한다. 
‘인포데믹(infordemic)’,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미디어 등 매체를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쉽게 말해 가짜뉴스가 전파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 3월 16일, 경기도에 있는 한 교회에서 목사의 부인이 분무기로 성도들의 입속에 소금물을 뿌려주었다. 가짜뉴스를 통해 소금물이 코로나19 균을 죽인다는 잘못된 정보를 얻은 게 문제였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만큼 중요한 것이 ‘왜’ 이다. 왜 잘못된 정보를 믿었는가? 이유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이다. 사람들은 공포에서 잘못된 정보를 접하더라도 생존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뭐든 해보려 한다. 그러나 그런 섣부른 행동들은 정보에 관한 불신을 일으킨다. 나중에는 정확한 정보까지 믿지 못하게 되는, 흡사 양치기소년 이야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매일 여러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정보들은 우리 눈과 귀에 맴돈다. 이 중 잘못된 정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4월 3일 창원지검은 인터넷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겠다는 허위 글을 올려 피해자 19명에게 1,58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A 씨를 기소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발생했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한 회사원 B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공포와 불안을 이용하여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로 사기행위를 하고, 불안감을 더 일으킬 감염에 관한 가짜뉴스도 흘린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이용한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범죄는 사람 간 불신으로 이어졌다. 결국, 사람 간 불신은 우리를 물리적 고립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립에 빠지게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야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물리적, 정신적으로 고립되면서도 거리 두기에 동참한다. 이런 모습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가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과 연대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를 두면 전염병의 확산을 이겨낼 수 있다는 정보와 연대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연대했다. 
전염병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심연에 빠져있다. “다음 주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겠다.”, “다음 주면 우리 가게에 사람들이 많이 오겠지?” 저마다 심연에서 빠져나올 희망을 본다. 그러나 좀처럼 빠져나올 구멍이 안 보여 절망하기도 한다. 이 상황 속에서 웃으며 사람들과 물리적 거리를 좁힐 수는 없다. 물리적인 심연은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이나 정신적인 심연은 얕아지도록 함께 도울 수 있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행위는 할 수 없지만, 마음을 가까이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중한 사람들과 안부를 나눠보자. 마음을 가까이해 마음의 고립에서 벗어나 보자. 이러한 사람 간의 연대로 인해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었을 때, 빠르게 건강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한주안 기자  jua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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