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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호/교수의 서재] 교직의 가치를 발견하고 싶다면

허지훈 기자l승인2020.04.06l수정2020.04.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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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교육학과 이재덕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재덕 교수는 교직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이홍우의 『교육의 목적과 난점』을 소개했다. 역사적·이론적 고찰을 통한 교육의 목적과 난점, 교직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들여다보자.

 

◇ 교수님께서 학부 시절 감명 깊게 읽으신 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서울대학교 이홍우 교수님께서 쓰신 ‘교육의 목적과 난점’이에요. 이홍우의 선생님의 제자 중 유한구 교수님이 있는데, 제가 학부 시절에 유한구 교수님과 함께 공부했어요. 유한구 교수님께서 스터디 인원을 모집하셨고 제가 하겠다고 했죠.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진행해서 교수님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이 책을 공부했어요. 어떻게 공부했냐면, 책을 먼저 읽고 질문을 3가지 정도 생각해요. 나중에 모여서는 그 3가지 질문을 돌아가며 읽었어요. 마치 발표회처럼요. 그러면 친구들이나 유한구 교수님께서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고 서로 이야기했어요.

 이 책은 교과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교과에 대해 역사적으로 어떤 요구를 해왔는지. 그리고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외부의 요구에 의해서 교육과정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등을 통해 교직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요. 역사적인 고찰, 이론적인 고찰을 통해서 이야기로 풀어가는 거죠.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럴 때 친구들과 또는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그 의미를 알아갔던 것 같아요.

 

◇ 책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이 책에서는 교육을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해요. 무엇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배우냐면, 교과를 통해서 배운다는 거예요. 국어, 수학, 역사, 과학과 같은 교과를 통해서 배운다는 거죠. 그 교과 안에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 원리들, 교육의 가치가 내재해 있고 교과를 배우면서 우리가 그 가치를 학습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미술관에 갔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림이 하나도 멋있지 않고 감동이 안 느껴져요. 미술을 전혀 안 배웠기 때문에 그래요. 그런데 미술을 공부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굉장히 감동한다는 거죠. 누군가 엄청 감동했다고 설명해줘도 그것이 왜 멋있는지 안 느껴져요. 이론을 공부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느끼는데, 그것을 보고 나는 아무런 감동을 못 느낀다는 거예요. 미술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죠. 내가 직접 배우고 교과를 공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거예요.

 학문중심 교육과 생활중심 교육의 논쟁을 다루기도 해요. 소련에서 인공위성을 먼저 쏘아올리며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었죠. 그러면서 그 당시에 교과가 중요하다는 학문중심 교육이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 교과는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으니 생활중심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학교 안에서 바느질하는 법, 음식 만드는 법, 전구 갈아 끼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가정과 기술이 교과로서 들어오게 돼요. 이 책은 학문중심 교육과 생활중심 교육 중에서 특히 학교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빛이 직진하는 것을 가르친다면, 빛이 직진하는 것은 생활에 도움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그것을 배우는지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우리가 밤에 어두울 때 전구를 켜면 밝게 편하게 생활할 수 있으므로 전구를 갈아 끼우는 일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활중심 교육은 주장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교육의 목적과 난점』은 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일지라도 학교에서는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교과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 논리가 무엇이냐면, 전구를 갈아 끼우는 일은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또 내가 배우지 않아도 누군가 서비스를 해주면 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빛이 직진한다는 이론은 내가 배우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세상을 보는 안목이라는 거예요. 그런 의미로서 교과의 가치가 내재해 있고 그것을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교육의 목적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인데 그에 대한 난점이 있어요. 교과와 교과에 내재되어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라는 가치는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아요. 그래서 교육이라는 그 활동이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할 수 있고 소외당할 수 있다는 거예요. 써먹을 것도 아닌 교과를 왜 배우냐. 이런 게 난점인 거죠.

 

◇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무엇인지 더 설명해주세요.

 예를 들어서 이런 것도 있어요. 자연의 변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 아침에 태양이 뜨고 저녁에 태양이 지는데, 지구과학을 공부한 사람은 태양의 움직임과 지구의 모습을 보고,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못 봐요. 예를 들어서 일출, 일몰을 보고 태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또는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해요. 그런데 그것을 공부한 사람은 이게 지구가 도는 것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인식하게 되죠. 즉,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교과를 공부하지 못하면 보이는 것만 봐요. 그게 세상을 보는 안목이죠.

 

◇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교직과 다른 직업의 근본적 차이가 책에 나와요. 교직을 한쪽에 놓고 다른 한쪽에는 다른 모든 직업들을 몰아 놓고 그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다루죠.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아까 교육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교직의 그러한 가치는 타인의 서비스를 통하는 것이 아니에요. 변호사, 의사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고 그 서비스의 대가를 받는 것이죠. 법을 공부하지 않아도 법률 서비스를 받아서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어요. 의술을 배우지 않아도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교직은 교과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한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학습을 평생 계속하는 거예요.

 교직과 다른 모든 직업과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다룸으로써 교직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드러나죠. 예를 들어서 조선시대에 생산하는 사람은 별도로 있었고 양반은 공부 주로 했죠. 이러한 사회가 불합리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해요. 하지만 양반들이 심오한 학문을 탐구하면서, 조선이라는 사회 체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집단이 되는 거죠. 그렇게 탐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공부하고 학생들 모아서 가르치는 일을 예전에는 학자가 했잖아요. 지금에서는 교사들이 그런 일을 하는 거죠. 교직과 다른 직업의 근본적인 차이. 교직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이러한 설명이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교사로서 교직에 10년 정도 있었는데, 교직에 입문할 때 교직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생각하면서 입문했어요. 그리고 학교에 있으면서도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생각했죠. 덕분에 보람되게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일했던 것 같아요. 때로는 진도를 빨리 나가야 하고, 아이들의 시험점수를 내야 하는 압박이 있겠죠. 그런 압박이 있을 때 본래 추구했던 것을 못 할 경우도 있었어요. 시험과 같은 현실 장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1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만이라도 수업다운 수업,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그런 활동을 이루도록 노력했죠. 수학 교과로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학문제를 잘 풀까”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학 논리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거예요. 학문, 원리에 충실하게 수업을 구성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거죠.

 교직의 가치, 교육의 가치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교원대 학생들이 탐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직의 가치를 고민하면서 만족도도 좋아질 수 있겠죠. 물론 현실적인 장벽들이 많아요. 학생들이 말을 안 듣거나 학교폭력과 민원이 발생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인데 그것은 부차적인 거예요. 그리고 행정처리 같은 잡무는 부수적으로 조직이 유지되어야 하기에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것 말고 본래의 교육, 교직이라는 것은 엄청난 가치를 내포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한 가치를 인식하면 교직으로 나아가고 싶고, 또 교직에 섰을 때 행복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물론 아닌 경우도 많지만, 교원대 학생들은 교직에 나가고자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잖아요. 그래서 교원대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부할 때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 몇 명이 같이 공부하는 것. 또는 팀을 이끌어줄 선생님이 계시는 것. 같이 공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있어야 내면화가 되는 것 같아요. 미리 읽어 온 책 내용과 질문을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내면화가 되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우리 중에 한 사람의 스승이 있어야 돼요. 수준보다 조금 더 높은, 깊은 안목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스승이 있는 그런 팀을 만들어서 같이 공부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책만 읽으면 다음 생각이 잘 안 떠오르고, 다른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거든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면, 내면화가 더 쉽게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학생 여러분들도 공부할 때,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내용을 내면화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지훈 기자  hjh84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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