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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청람문학상] 당선 시 '사회학을 배우는 시간'

윤리교육과 17학번 장혜정 학우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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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바퀴에 수천 대의 미싱이 돌아가는 이명이 돈다

봄날의 교정은 수목원의 온실에 갇힌 듯 향그러운데

나는 그에게서 청춘이 아닌

섬뜩한 두려움의 냄새를 맡는다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목이 반쯤 쉰 교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세상의 부조리들을 읊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으며 받아썼다

교수님 교수님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고도

괜찮으신가요 눈물도 흘리지 않고 말을 하시나요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기침을 했다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 무엇 한단 말이냐

책가방을 싸서 나오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태어나기 전의 일을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어디 말해보아라, 그가 죽고도 아직 세상에 있는 일이다

나는 당신이 산화하는 동안

당신이나 당신의 다음 사람들에게나

벗도 되어주지 못하고

그들을 위해 글 한 줄 쓴 일도 없는데

대학에 다녀서 무얼 어쩌겠단 말이냐

나는 담배를 피우다

라이터 불에도 데어본 적 없는데

 

당신의 동료들이 짓다 폐결핵으로 병사했을는지도 모를

모직 코트를 좁은 어깨에 두르고서

나는 볼품없는 몸뚱이가 하늘 아래 부끄러웠다

봄날의 교정,

온실과 같이 공기는 가라앉아 고요한데

나는 섬광과 같이 일어나

이 유리벽을 깨어 부수자

 

내 사랑,

내 아픈 것들아

아파서는 안 되는데 아픈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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