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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호/기자칼럼] 양질의 언론 문화를 만드는 독자의 역할

이희진 기자l승인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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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SNS로 뉴스 기사를 보던 중이었다. 코로나19 관련 기사들이 많아 불안해하며 스크롤을 내리던 도중,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들을 보았다. 표제는 “주말 외출 절대 금지령”… 으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해 주말 사이 방역 대책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을 담은 기사였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외출금지령을 내린 적이 없다. 이 언론사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조회 수를 쉽게 올려주는 치트키인 셈이다. 이 외에도 한 언론사가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여러 번 올리거나, 기사 주제와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인데 굳이 코로나19를 언급한 기사들도 있었다.

요즘 유독 눈에 띄는 이러한 현상은 사실 현재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조국 사태,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들은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다. 그래서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38위에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2018년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독자들도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독자들이 수도 없이 봐 온 자극적인 표제, 뉴스 어뷰징, 보도자료를 복사 붙여넣기 한 듯한 기사 등은 ‘기레기’라는 단어를 연상시킨다.

기레기.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독자들이 질 낮은 기사의 댓글에서 꾸준히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기자들의 각성을 외친다. 하지만 이 문제가 단순히 기자들의 직업 소명의식 부족 때문이라고만 하기는 어렵겠다. 물론 기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현재 한국 언론 문제의 기저에 깔린 악순환을 들여다보자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언론의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함이다. 조회 수는 곧 기사 양옆의 광고를 본 횟수를 의미한다. 이렇게 독자들이 기사를 클릭한 횟수만큼 언론사는 광고 수익을 창출한다. 언론사가 광고 수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까지 디지털 환경에서 광고 수익을 대체할 수익 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이러한 수익 모델은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 중심의 뉴스 유통 환경에서 더욱 강화된다. 언론사가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광고 수익에 좌지우지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수익 모델은 유료 구독 모델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주로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보기 때문에 언론사는 독자적인 유료 구독 모델을 갖춰나가기가 곤란하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에선 수많은 언론사가 경쟁하면서 자극적인 표제, 뉴스 어뷰징이 더 쉽게 나타난다. 여기서 기자는 조회 수를 위해 질 낮은 기사를 쓰고 독자들은 그 기사를 클릭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권리에는 의무가 뒤따른다. 권리가 주는 혜택을 누리면서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와 건전하고 품위 있는 뉴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동시에, 오락이 아닌 진실을 추구할 의무와 건전하고 품위 있는 언론 문화 형성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 현재 한국 언론 문제의 악순환이 보여주듯, 우리 모두가 언론 문화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 언론 문화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나는 기자로서 윤리 의식을 지니고 양질의 기사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니 함께해달라.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 비판적인 독자가 되기를, 뉴스를 오락거리로만 소비하지 않는 독자가 되기를, 기자가 눈치 보게 하는 똑똑한 독자가 되기를. 시작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해 자극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사의 팔로우를 끊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이희진 기자  huiji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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