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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호/교수의서재] 다른 책이어도 같은 진리, 많이 읽고 오래 생각하라

수학교육과 성찬영 교수 현정우l승인2020.02.17l수정2020.02.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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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고유한 특성과 재능을 갖고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성찬영 수학교육과 교수는 책을 읽을 때에도 자신만의 관심과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이번 교수의서재에서는 그가 두 권의 책을 통해 자신만의 독서 방식을 키워온 경험에 대해 소개한다.

 

▲ 성찬영 교수가 <카라마조프 형제들>과 <아인슈타인>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 : 본인 제공)

1. 교수님이 학창시절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우선 제가 청소년기에 읽은 책인 ‘아인슈타인’은 제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 때 그 책을 읽고 상대성 이론과 과학자의 삶에 완전 매료되어 나도 그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으니까요.

둘째로, 여러분도 잘 아시는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입니다. 저는 그 책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많은 좌절감을 겪던 청년 시절에 읽었는데, 특히 그 책의 한 챕터인 “대심문관”이 큰 공감으로 다가왔고, 이후 제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오랜 과정동안 늘 제 뇌리를 떠나지 않던 주제였습니다.

 

2.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어떤 책인가요?

도스토예프스키가 마지막으로 쓴 역작으로, 인류 정신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부 살해라는 극단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모든 사람의 내면에 상존하는 선과 악, 신과 구원이라는 인간 영혼의 근원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까라마조프 가족은, 방탕하고 비열하고 무정한 인간의 전형인 아버지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두 부인에게서 낳은 세 아들 드미뜨리, 이반, 알료샤, 그리고 거리의 백치 여자에게서 낳은 사생아로 추정되는 하인인 스메르쟈꼬프로 이뤄져 있습니다. 장남 드미뜨리는 아버지처럼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이지만 일말의 순수함도 남아있으며, 차남 이반은 냉철한 이성만을 추구하는 인간을 대표하며, 삼남 알료샤는 순진무구한 박애주의자로 선한 인간의 표상이며, 스메르쟈꼬프는 태생적 원한에서 연유하는 악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과 치정 문제로 장남과 심하게 다투던 표도르가 주검으로 발견되는데,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드미뜨리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재판을 받지만, 사실은 무신론자 이반의 “신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신념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 스메르쟈꼬프가 자백을 하고 자살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대심문관” 챕터로, 무신론자(아니 신을 거부하는 반신론자) 이반이 창작한 액자 소설의 형태로 들어 있으며,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쓴 부분이라고 합니다. 금욕과 구도의 길을 좇다가 포기하고 신을 배제한 지상 낙원을 건설해가던 한 추기경이 신(예수 그리스도)을 만나게 되자 그를 잡아 가두고 심문하는 형식으로, 선을 행하기엔 너무나 나약한 인간에게 도덕적 자유라는 무거운 책임을 부여한 신을 향한 항변이 토로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도 이 부분을 세계 문학사의 압권이라고 격찬을 했다고 합니다.

이반의 대심문관 전설과 대척점의 구도를 이루는 것은 알료샤의 영적 멘토인 조시마 장로의 자전적 이야기와 설교입니다. 여기서 거듭 강조되는 “우리 모두는 만인에 대해, 모든 죄에 대해 유죄이다”라는 그의 신념은 삶에서 체득한 것인 반면, 이반의 신념은 단지 이성적 사고의 산물인 점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조시마 장로의 말이 젊은 시절의 제 마음엔 깊이 와 닿지 않았지만, 중년이 된 저에겐 과장된 수사나 위선으로 들리지 않고 내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어른들의 죄악으로 비극적인 현실이지만, 작가는 선과 구원, 더 나은 세상에의 희망으로 결말을 짓는데요. 한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동심의 소년들이 서로 하나가 되어 선한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가 책머리에 제사(題詞)로 내건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서의 진리를 확증해줍니다. 20세 청년 알료샤가 소년들에게 선을 격려하는 엔딩 신을 보며 교원대의 예비 교사들을 겹쳐 보게 되네요.

“무엇보다 우리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엔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 다음엔 서로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여러분, 맹세코 그렇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여러분, 나는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3. ‘아인슈타인’은 어떤 책인가요?

요즘 아인슈타인과 상대성 이론에 관한 책이라면 시중에 차고 넘치겠지만, 80년대 중반만 해도 드물었는데요.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이 책은 지금에 와서 봐도 아주 잘 써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심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렵겠지만, 단지 아인슈타인의 과학자로서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과학 업적을 비교적 상세하게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부록에는 번역자이신 장회익 교수님이 쓰신 특수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증명도 실려 있는데, 당시 부족한 제 수학 실력으로 이해해 보려고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동일한 물리 현상을 관찰하더라도, 관측하는 사람의 상대적 운동 상태에 따라 그 현상에 대한 시간과 길이가 다르게 측정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배치되는 파라독스 같지만, 빛의 속도에 비견할 만큼 매우 빠르게 운동하면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양자 역학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혁명적 발견으로, 인류의 사상과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사회를 보면, 아직도 이념과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하여 조정과 타협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면, 같은 현상이라도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상대성의 원리를 알게 된다면,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용납하는 마음을 갖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비전공자에게는 좀 더 쉽게 써진 책들이 도서관에 많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4. 최근에는 어떤 책에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청소년과 청년 시절을 거쳐 확립된 정신이 그대로이다보니 관심 영역은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책과 도서관을 많이 좋아해서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시간이 없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론 직장을 그만두고 젊은 시절 읽어보지 못한 세계문학전집을 찬찬히 다 읽어보고 싶네요.

 

5.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독서에 관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언급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개개인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특성과 재능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독서에서도 자신만의 관심과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아울러 생각을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영상 매체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끈기 있게 생각하는 힘이 많이 약해졌는데,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사고를 계속한다면 세계가 인정할만한 창의적인 것을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정우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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