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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호/이주의 영화관] 언컷 젬스 & 사마에게

현정우l승인2020.02.17l수정2020.02.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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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컷 젬스>

▲ <언컷 젬스>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IMDb)

◇ 빚, 뉴욕, 보석상

2017년 <굿타임>으로 주목을 받았던 영화감독 사프디 형제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신작, <언컷 젬스>는 보석상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한 오피스텔에서 보석상을 운영하고 있는 유대인 하워드는 도박이 취미입니다. 농구 경기를 좋아하는 그는 몇 천 달러 이상의 판돈을 스포츠 경기에 걸곤 합니다.

당연히 도박을 하다 보면 돈을 잃게 마련입니다. 하워드는 잃은 돈, 심지어 돈을 잃지 않더라도 판돈을 구하기 위해 서슴없이 돈을 빌립니다. 사방팔방에서 돈을 빌리다 보니 빌려준 이들은 사채업자를 고용해서라도 원금을 회수하려 하고, 하워드는 이를 타개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빚을 빚으로 막는 등 돌려막기를 계속하다 보니 빚은 줄 턱이 없고,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빚을 막고자 하워드는 더 큰 도박에 목 매달립니다.

 

◇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보

보통 돈을 빌렸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돈을 갚는 것이 상식입니다. 빚진 이에게 미안해서라도, 어떻게든 지불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하워드는 충분히 돈이 수중에 있음에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수차례의 고비를 건너 오팔을 사러 온 농구선수 케빈 가넷을 앞에 둔 채, 하워드는 “우리 둘만이 느끼는 힘”에 관한 일장연설을 합니다.

그런데 하워드를 가만 보면 어떤 목적이나 용도가 있어, 돈을 벌고 싶어 도박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도박을 즐기는 것 같아 보입니다. 배팅을 할 때도, 판돈을 돌려 놓으라고 사채업자가 협박을 할 때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자신 있는 표정입니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빚을 갚지 않은 시간도 늘어나고, 고성과 욕설이 난무합니다. 그래도 하워드는 결과가 드러날 때까지 꿋꿋이 버팁니다.

어쩌면 <언컷 젬스>가 이런 하워드의 정신세계를 최대한 표현한 영화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초장부터 오고가는 윽박과 협박에 어지러움과 아찔함이 일어납니다. 하워드가 그렇게까지 도박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의 가족

실제로 사프디 형제는 유대인 영화감독이었으며, 그들의 아버지는 뉴욕의 보석상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묘하게 자전적인 영화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허나 전체적으로 볼 때 <언컷 젬스>가 아버지나 가족에 관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워드의 가장적인 면모는 형편없습니다. 업장의 여직원과 내연 관계에 있으며 보석, 도박, 돈에만 관심이 있는 그에게 자식들의 학교 행사나 가족 간의 외식은 손 쓸 수 없는 빚더미나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면 영화에는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를 자꾸 추억하고 간직하고 떠올리고 싶어지는 것이 이상합니다.

여러분도 처음 영화를 보다 보면 하워드의 터무니없는 행보에 뒷목을 잡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결말부에 다다르면 어느새 주인공을 응원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다. 판돈은 커져만 가고,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그 앞에서 숨죽이는 것밖엔 할 일이 없습니다. 과연 이 난장판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언컷 젬스>는 1월 31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나라에 공개 중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스포츠 경기 보는 것을 즐기시는 분들,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무서운 것은 못 보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정신없는 영화를 못 보시는 분들, 거짓말을 듣는/하는 행위에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

 

 

<사마에게>

▲ <사마에게>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IMDb)

◇ 알레포 포위 다섯 달의 기록

중동 지역 민주화의 바람은 시리아에도 불어 닥쳤고, 정부를 타도하는 반군 세력, 정부군과 러시아 및 이란의 지원군 간의 충돌로 인한 내전이 시리아에 일어나게 됩니다. 내전은 2017년까지 이어졌으며 그 중 알레포는 가장 격렬한 교전이 이어진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2016년 전투는 막바지에 접어들고 그 해 7월, 정부군이 반군의 하나 남은 공급로를 차단하자 알레포의 잔존 세력 및 주민들은 한정된 물자로만 버텨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몰립니다. 장장 다섯 달에 걸친 알레포 포위 작전은 12월 러시아군과의 협상에 의해 종결되며, 시리아 정부는 알레포를 탈환하는 데 성공합니다. <사마에게>의 감독 와드 알-카팁은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었던 시기부터 알레포가 정부군에게 탈환되던 2016년 12월까지 그곳의 참상을 카메라에 빠짐없이 담았습니다.

 

◇ 1980년 5월, 대한민국 광주 그리고 2016년 7월, 시리아 알레포

영화에 묘사된 알레포의 광경은 그야말로 지옥에 가깝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건물들은 이미 대부분 폭격에 무너져 내렸으며 겨우내 생존한 민간인들이 지도 상에 표시돼 있지 않은 건물이나 보이지 않는 곳을 거점 삼아 병원과 방공호, 창고를 구축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와드 알-카팁은 알레포에 있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이었습니다. 시리아의 민주화 열풍이 그녀가 다니던 대학에도 불었고, 그녀 또한 카메라를 들고 혁명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정부군이 우세한 국면에서 알레포, 특히 그녀가 있던 동-알레포는 요주의 지역으로 낙인 찍혀 2016년 7월 부로 포위됩니다.

혁명의 불길이 꺼지지 않은 지역을 정부가 포위했다는 점에서 1980년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광주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위험함을 느끼고 알레포를 하나 둘 빠져나가던 주민들도 포위가 되자 더 이상 사람들을 남겨 둘 수 없다고 여깁니다. 32명의 의사가 남아 폭격 때마다 다친 주민들을 치료하고 사망자들을 수습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나눠 가며 이웃들은 서로 의지합니다. 사태는 갈수록 심해지고 와드의 남편인 의사 함자는 지속적으로 국제 사회에 상황을 알리려 노력합니다.

 

◇ 기록의 힘

와드는 살아남은 주민들, 폭격기의 소리, 폭탄의 파편, 아이들의 시체와 피로 가득한 병원의 모습을 담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동지인 함자와 결혼에 성공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처음 낳았던 아이가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사마입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은 모두 와드가 찍은 푸티지(Footage : 영화나 영상 제작 시 미편집한 원본)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료화면이나 어떤 외부의 영상도 없으며 와드의 내레이션만이 유일하게 추가되어 있습니다. 어떤 영상물보다도 생생한 폭격과 참상들이 실제로 일어났고 뚜렷이 기억해야만 할,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임을 증언하는 듯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그동안 영화에 등장했던 모든 장면이 아주 빠르게 지나갑니다. 폐허가 된 알레포를 사마를 안고 걷는 와드의 위로 마지막 내레이션이 울립니다.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페이지, <사마에게>였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시리아 내전이나 알레포 전투에 관한 정보를 얻으시려는 분들, 전쟁의 민간 피해에 관한 정보를 얻으시려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실제 참상을 보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 갑작스런 큰 소리에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

 

 

영화제목 : <언컷 젬스>

제작년도 : 2019

제작국가 : 미국

개봉일 : 2020.01.31.(넷플릭스)

상영시간 : 2시간 15분

감독 : 조쉬 사프디, 베니 사프디

주연 : 아담 샌들러, 이디나 멘젤, 케빈 가넷 外

 

영화제목 : <사마에게>

제작년도 : 2019

제작국가 : 영국

개봉일 : 2020.01.23.

상영시간 : 1시간 36분

감독 :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주연 : 와드 알-카팁, 함자 알-카팁 外


현정우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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