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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사설] 안전한 추운 계절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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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성냥 상자 속, 빼곡히 줄 맞추어 잘 정리된 성냥개비는 미니멀적 오브제의 매력을 가득 풍겼다. 누구도 사용한 적이 없는 진한 밤색의 성냥 상자는 자꾸만 성냥개비를 사용해보도록 나를 유혹했다. 순간의 호기심으로 “치~직”하면서 성냥개비를 그어 화려한 불꽃을 만들었지만, 그 덕에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곱슬머리가 되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와 같이 안전교육에 방치된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불장난을 좋아한다. 아득한 어린 시절이지만, 성냥불 때문에 집 뜰을 태우고, 초가삼간을 날릴 뻔한 아찔한 기억들은 얼마나 많았던지…….

몇 달 전 옆 동 아파트 근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삽시간에 달려온 소방대원들이 고맙고 멋있어 보이던 날이었다. 이날의 사건을 교훈삼아 우리 가족은 안전교육을 했다. “과열된 에어컨 실외기나 컴퓨터에 먼지는 쌓이지 않았는지 살펴보기, 탈출하는 방법, 줄 타고 내려갈 것을 대비해서 우선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우기, 냄새를 잘 맡도록 비염 치료하기…….” 그리고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에서 우리 집 안전점검표를 찾아봤다. 그날을 계기로 우리 식구들은 좀 더 생활 속의 안전에 신경 쓰기로 다짐하였다. 예를 들어 ‘항상 우리 집 안전 점검표를 체크하고 있는가? 라이터, 칼, 약품 등을 방치하지 않았는가? 전기 전열기구 코드는 잘 뽑아 두는가? 소화기는 어디에 있는가? 문, 책상, 가구 등 날카로운 모서리에 안전 조치는 하였는가?’ 등을 숙지하기로 했다.

이와 같이 사회의 기본 세포인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나 기업과 같은 큰 조직의 안전 점검이 보다 면밀하고 꾸준히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연중 두 번씩 학교에서는 민방위 훈련 날, 공습경보 발령이 나면 책상 밑으로 대피하고 건물 밖으로 탈출하는 훈련이 진행된다. 재난 안전 시뮬레이션 훈련이 조금 민망할지라도, 훈련은 실제처럼 해야 하고 실재 재난에서는 연습 때처럼 안전하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이와 같은 재난 대비 훈련들을 형식적인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안일한 자세로 임해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본교도 2016년 경주의 지진을 경험했었다. 그 지진 여파로 학교 건물이 흔들렸다. 3층 복도가 마치 동서로 나뉠 것처럼 좌우로 춤을 쳤다. 그때의 학교 건물들이 폭삭 내려앉을 것 같은 불안함은 이제는 과거의 추억처럼 되어버렸지만, 사실 2016년 경주 지진처럼 규모 5이상의 강력한 지진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학교에서도 안전우려시설 개축공사, 즉 건물에 뼈대를 심는 내진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필자 역시 학교 건축물 ‘내진보강설계공사’ 회의에 참여하면서 학교의 내진보강공사가 철저한 마음가짐으로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목도하였다. 이와 더불어 올해 여러 공사(석면 제거, 가설 건물의 개축)로 인해 우리 학교 건물들의 상태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많이 안전해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몇 주 전 대덕 연구소에서 화재, 폭파사고가 발생했다는 TV 뉴스를 보았다. 실험 관련 데이터베이스의 부재로 안전 수칙이 규정화되지 않아서 인명 피해까지 생기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연구실에서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신소재를 실험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따라서 실험실 안전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또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를 위험성에 놓여 있다. 연구 실험실의 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안전 불감증은 심각한 상태이다. 이와 같이 국내 유수의 연구소의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화재와 가스누출 사고들을 보면서 우리 학교 구석구석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시점이다.

 

일련의 사고 여파 때문인지 최근 학교교육현장 또한 안전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연구실안전환경조성법’에 따르면 <연구실 안전 법 제5조의 2, ④ 연구실 책임자는 연구 활동 종사자를 대상으로 해당 연구실의 유해인자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있다. 흔히 간과되기 쉬운 공공교육 현장과 연구실과 실험실의 안전 점검은 교육관계자 모두의 필수적인 의무이며 학생이 안심하고 교육받을 권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교수자나 연구실 관리 책임자들은 강의 시간 전에 학생의 심신이나 복장 등을 살피고 교재, 교구, 용구, 시설물에 대해 정비해야 한다. 학교에는 다양한 화학, 생물학, 약품이나 가스, 전기 연구실험실이 있다. 재료들이 안전하게 취급되고 있는지, 연구실 주변에 위험은 없는지, 학생들 간의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자료나 용구들이 안전하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상황 파악이 이뤄지도록 응급처치를 통해 피해 확대를 방지하고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교직원 및 학생들은 12월, 수강 기간이 얼마 남지 않는 ‘연구실 정기 안전교육’을 꼭 수강해야 한다.

12월 본격적인 겨울, 안전은 계절에 맞게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간의 겨울철은 곰처럼 자연이 준비해준 본능과 흐름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추위에 목을 감아주는 목도리는 필수이며,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겨울바람을 이기는 지혜이다. 또한 주위에 관심을 갖고 위아래와 주변을 살펴 자신을 지켜야 한다. 특히 간판 위에 달려있는 고드름도 조심해야 한다. 여유 부리지 말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걸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넓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좋다. 그래도 넘어진다면 어차피 넘어질 것, 요령 있게 넘어지자. 우습지만 잘 넘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소한 골반 뼈를 보호하기 위해 엉덩이 근육(대둔근)을 키우자. 유도는 낙법부터 배운다. 방 안에서 매트를 깔고 후방낙법, 전방낙법, 측방, 회전 낙법을 익혀두자.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안전한 곳으로 걸어가라. 내 개인 몸의 안전을 위해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겨울 신발을 준비하듯이,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조직인 학교의 안전을 위해, 우리 일상의 배움과 연구가 일어나는 공간, 학교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로 겨울채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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