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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이주의 시네마] <배신자>. <아이리시맨>

현정우l승인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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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 실존인물 토마소 부셰타를 다룬 전기영화

국내에선 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일 처음 상영되었던 영화 <배신자>는 시칠리아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에서 활동했던 실존인물, 토마소 부셰타를 다룬 전기영화입니다. 시칠리아에서 잠시 멕시코로 피신해있던 두목 부셰타는 1983년 의문의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다시 이탈리아로 송환됩니다. 부셰타는 한 이탈리아의 판사와 마주하게 되고, 마피아들을 본격적으로 구속시킬 작전에 자신의 증언이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 역사에서 이 사건은 맥시 트라이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이탈리아의 대규모 마피아 소탕 작전이었던 이 작전은 영화에도 나오는 지오바노 팔코네 판사를 중심으로 몇 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숙청과 밀매로 이미 지역사회 시칠리아에 무시 못 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코사 노스트라였기에, 신변의 위협은 물론 (보복을 두려워했던) 대다수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집니다. 영화는 멕시코로 피신했던 1980년부터 재판이 진행되었던 이탈리아, 그리고 부셰타가 안전을 보장받은 공간이었던 미국까지의 일대기를 담고 있습니다.

 

◇ 치열한 법정 공방 장면들

코사 노스트라의 배경이 개괄적으로 진행된 후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법정 공방에 할애합니다. 부셰타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왔던 이름부터 시작해서, 1980년의 약속을 깨고 자신의 아들들을 죽였던 오른팔, 마피아의 원로들까지 우두머리급 참모들이 하나 둘 법정으로 불려 나옵니다.

처음에는 피고의 신변을 보장해주던 법정 공간이 차츰차츰 깨져가는 장면을 보는 것은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교도소로 개조된 법정에서 부셰타는 전용 입구를 통해 삼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공간 안에 앉습니다. 부셰타의 증언을 기반으로 한 판사의 질문에 처음에는 마피아 임원들도 고의적인 발작이나 만성 질환을 이유로 법정에서 하나 둘 물러납니다. 그러나 부셰타의 오른팔과 중요한 참모들이 부세타의 옆에 앉게 되고, 서로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말이 어긋나고 고성이 오가면서 증언의 사실 효력은 무효화되는 듯 아수라장이 펼쳐집니다.

 

◇ 과거와 현재, 시간이 흐른다는 것

부셰타의 참모가 부셰타의 증언이 틀렸음을 증언하자 부세타가 그를 침착한 눈길로 쏘아봅니다. 법정 증언대는 지워지고 부세타가 아들들과 참모와 함께 동물원에 갔던 과거가 회상처럼 덮어씌워집니다. 우리 속의 호랑이가 그들을 바라보고 장면은 본래의 법정으로 돌아옵니다.

연대기적 영화 속에서 부세타의 증언은 마치 과거가 현재, 과거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처럼 비집고 들어옵니다. 부세타가 증언했던 첫 번째 살인은 증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다시 복귀됩니다. 당시에 느꼈던 감정은 물론 과거의 기억은 철저히 인물이 기억하는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감독의 굳은 의식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세타는 늙어 지병으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자막과 함께 부셰타의 실제 생전 모습이 영상으로 삽입됩니다. 조직을 배신했던 어느 마피아 두목의 기나긴 한 세월, <배신자>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실존 인물의 전기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 느와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기나긴 러닝타임이 지치시는 분들, 법정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

 

사진 출처 : IMDb

 

<아이리시맨>

◇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조 거물, 지미 호파의 실종 사건

지미 호파는 미국의 전설적인 노조 활동가입니다. 그는 스스로의 명성으로도 유명했지만 미제로 남은 그 자신의 실종 사건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30년대부터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호파는 1957년 전미트럭운송노조의 위원장으로 재임하며 위용을 떨쳤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었던 호파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마피아와 결탁하고 불법 사업에까지 손을 대는 것은 물론 갖은 언론플레이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위의 혐의 등으로 인해 1967년부터 3년을 복역한 뒤 가석방된 호파는 더 이상 노조 활동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조 위원장 자리를 되찾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어필합니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뉴욕 마피아의 히트맨이자, 노조지부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던 프랭크 시런의 시선으로 해석한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의 내막을 그려냅니다.

 

◇ 고령의 배우들과 안티에이징 기술들

<아이리시맨>은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2010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나 제작비가 1억 달러 가까이 불어나자 제작을 맡았던 파라마운트사가 제작 포기를 선언하며 정처 없이 떠돌게 된 상태에 놓여 있였습니다. 결국 <아이리시맨>은 제한적 극장 상영과 독점 공개를 조건으로 넷플릭스에서 제작비 지원을 약속하고서야 완성이 됩니다.

프랭크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그가 정육 배달 직원으로 일하다가 뉴욕 마피아 패밀리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던 때를 기점으로 합니다. 대략 가정을 꾸렸던 4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그가 죽기 전까지의 시기를 모두 다루는 셈입니다. 촬영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주연 배우들이 이미 한창 나이를 먹은 상태였기에 좀 더 젊어 보이게 만드는 CG가 대량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뀌지 못한 주인공들의 육중하고 느릿느릿한 몸짓들이 마치 정말로 이것이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 지나간 세월의 노쇠함

닉슨의 집권으로 출감하게 된 호파는 젊은 축들이 노조 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에 격분해 자신을 복권시키고자 유세를 펼칩니다. 그러나 돈도 더 많고 패밀리와의 이익관계에서 상당한 호감을 챙기고 있던 이들에게, 그는 관습과 전통을 고수하는 퇴물로 보일 뿐입니다. 패밀리의 일원들과 프랭크는 어떻게든 호파의 고집을 꺾으려 설득해보지만 그럴수록 호파는 “노조는 자기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입니다.

<아이리시맨>은 늙어 모습을 감춰야만 하는, 구세대의 처지에 집중하는 영화입니다. 신세대들은 돈도 많고 시간도 많아 새로운 그들의 고객에게 호의를 베풀고 받을 줄 압니다. 호파를 제외한 구세대들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뒤로 물러나 자리를 지킬 줄 압니다. 감옥에서 나온 지미 호파는 이런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위원장 자리를 되찾고자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지미 호파는 과연 어쩌다가 실종되었을까요? 3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영화, <아이리시맨>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70년대 갱스터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 정치적 암투와 술수가 넘치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구세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 아버지에게 공감하길 원치 않으시는 분들

 

사진 출처 : IMDb

 

영화제목 : <배신자>

제작년도 : 2019

제작국가 : 이탈리아, 프랑스

개봉일 : 2019.11.21

상영시간 : 2시간 32분

감독 : 마르코 벨로키오

주연 : 피에르 프란체스코 파비노, 알레시오 프라타코 外

 

영화제목 : <아이리시맨>

제작년도 : 2019

제작국가 : 미국

개봉일 : 2019.11.20.(극장) / 2019.11.27.(넷플릭스)

상영시간 : 3시간 29분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주연 :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外

 


현정우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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