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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컬처노트] <1987>, 그리고 2019

양인영l승인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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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죽었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라며 단순 쇼크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이 가리키는 것은 고문에 의한 사망.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하였다’라는 사실을 알아내어 보도한다. 이에 경찰은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시민들은 경찰의 살인 행위에, 이어진 은폐조작에 분노한다.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 영화 ‘1987’이다.

1987년은 전두환 정권 말기로 부정부패와 민주화운동탄압, 고문 등의 인권유린행위가 행해지던 시기다. 독재 타도를 외치던 수많은 시민들이 경찰에게 끌려가 잔인한 고문을 당했다. 대학생 박종철 역시 민주화 운동을 하다 끌려가 고통 받았다. 영화 ‘1987’은 박종철이 경찰의 고문 끝에 사망하면서 시작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87년도에 경찰과 정부가 얼마나 잔인했는가를 비춰낸다. 자신들의 고문으로 사망한 시민의 시신을 장례도 치르지 않고 화장하려 한 경찰을. 사건을 은폐하려다 들키자 관련된 형사 둘만 구속하고 넘어가려 했던 경찰을. 가혹한 고문에 사람이 죽어감에도 정적(政敵)의 제거와 자신들의 권력에만 관심을 가지던 정부를. 그리고 그들의 잔인함이 휘두른 몽둥이에 최루탄에 맞아 피 흘리며 죽어가던 시민들을 그려낸다.
하지만 다치고 고통 받으면서도 시민들은 멈추지 않는다. 경찰의 눈을 피해, 검열을 피해, 계속해서 진실을 알리고 독재 타도를 외친다. 영화 속 평범한 대학생인 연희는 말한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가족들 생각은 안 해요? 그날 같은 거 안와요. 꿈꾸지 말고 정신 차리세요” 시위를 주도하던 대학생은 대답한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 맘이 너무 아파서”
1987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7년이 지난 날. 시민들의 노력과 희생 끝에 경찰의 은폐공작과 사건 축소 공작은 모두 세상에 알려지고, 시민들은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나선다. 6월 9일. 시위를 진압하러 나선 무장군인들은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고, 시위를 주도하던 대학생 이한열은 그에 맞아 쓰러진다.시민들은 거세게 불타올랐다. ‘호헌 철폐 독제 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그날 같은 거 안 온다”고, “꿈꾸지 말라”던 연희도 거리로 나선다. 버스위에 올라서서, 손을 들어 올리며 외친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
그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6월의 항쟁이 있었다. 6월의 항쟁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민주체제 속에서, 정부가 우리를 살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987년으로부터 32년이 지났다. 2019년인 지금, 홍콩에는 경찰에 살해당할까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 시위에 참여해왔던 15살 소녀 천옌린이 의문의 시체가 되어 바다에 떠올랐는데도 경찰은 “자살이다”라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시위대는 “지난 8월 발견된 익사체가 지난 10년간 보다 많았다”며 “사람들이 자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나는 자살하지 않는다” 라는 유서를 품에 넣고 거리로 나선다. 지난 8월에는 구조대원으로 자원봉사를 하던 여성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한쪽 눈이 실명되었다. 10월에는 경찰이 발사한 실탄이 10대 시위대의 가슴에 명중했다. 11월에는 경찰의 최루탄을 피해 도망가던 대학생 차우츠록이 추락사 했다.
그 곳에는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도 민주화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있기에 홍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있었던 구의원 선거는 70%가 넘는 투표율을 보였다. 25일 발표된 바에 따르면 범민주 진영이 의석의 85%를 차지하며, 친중파는 참패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홍콩의 자유와 독립을 인정하면 타이완을 비롯한 다른 지역도 같은 것을 요구할 것이고, 중국내 소수민족이 모두 독립한다면 중국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실제로 중국은 군 개입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시민의 시체를 쌓아올려 중국을 지켜낸들, 그 때의 중국이 지금 같을 수 있을까. 모든 사태가 끝나고 누군가 “중국도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해도,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1987년, 아무도 박종철을, 이한열을 살려내라는 외침에 대답할 수 없었다. 천옌린을, 차우츠록을 살려내라는 외침에도 아무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홍콩의 민주화는 끝나지 않았다.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는 일차원적인 윤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곳. 그곳에서 더 이상 누구도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그곳을 바라봐야한다.


양인영  071255@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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