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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교수의 서재] 문학소년, 국어학자가 되다

김동건, 김현정 기자l승인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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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국어교육과 이동석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동석 교수는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시정곤, 최경봉의 ‘한글과 과학문명’,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꼽았다. 마음이 숙연해지는 한글의 총체적인 발자취, 자유로운 ‘나’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로의 사회, 구수한 방언이 일으키는 공감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자.

 

◇ ‘한글과 과학 문명’을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꼽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책이 대학 연구소 프로젝트로 기획이 되었는데 책의 내용에 대해 감수 비슷하게 의뢰를 받았어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책을 읽어봤는데 내용도 종합적이고 한글과 훈민정음에 대해서 기존의 단편적인 지식을 다루는 책들과는 달리 한글과 관련된 여러 가지 국면들을 상당하게 다루고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고 인상 깊게 책을 읽었습니다. 대부분의 한글과 관련된 책들을 보면 한글의 제자원리나 한글의 우수성 정도만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한글 탄생의 시대적 배경, 한글 창제의 학문적인 배경, 우리말을 적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 한글의 보급과정, 한글이 우리 사회 문화 발전에 미친 영향 등 한글 창제 이전부터 이후까지 한글과 관련된 역사적인 맥락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하고 있어요. 대개는 우리가 한글 창제와 관련해서 민족적인 정서와 같은 것들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주관적인 민족적 정서를 내세우기보다 한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상황들, 한글이 태어나게 된 배경들,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기여를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점들이 한글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책이 교수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도 국어를 연구하기 때문에 한글과 관련된 단편적인 여러 가지 국면들을 조금씩은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처럼 그것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들은 없어서 한 권의 책을 통해 종합적으로 살펴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한글과 관련된 여러 국면을 종합적으로 얘기하고 있어서 한글 창제의 배경부터 한글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에 이르기까지 한글의 역사적 발자취를 좀 더 뚜렷하게 인식하게 되었어요.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한글의 탄생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이다’라는 생각이 더욱더 뚜렷해지게 되었어요. 한글 창제 이후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한글이 보급되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거든요. 그러한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 대학생활을 하면서는 어떤 책을 주로 읽으셨나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는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문학 소년이었거든요. 그래서 창작을 하고 싶었는데 중학교 때 창작을 해보다가 소질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일찌감치 접었어요. 그러고 나서 이후에는 문법 쪽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대학에 와서 자연스럽게 문법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게 되었기도 했지만, 문학과 사회과학 관련 책을 골고루 섭렵하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 읽었어요. 대학 시절에는 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데 초점을 두었던 것 같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아무래도 전공 분야가 정해지다 보니 문법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 대학생활을 하면서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해주신다면?

너무 식상한 책이기는 한데, 제가 학창 시절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남는 책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관촌수필’이 있어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서는 소설의 시각을 통해 그 당시 사회상을 굉장히 실감 나게 접하면서 내용을 신선하게 풀어나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요. ‘관촌수필’은 책에 표현되고 있는 방언 요소들이 눈에 띄었어요. 그게 잘 모르는 방언인데도, 잘 모르는 표현인데도 불구하고 방언의 표현을 통해서 저자의 생각을 옆에서 이야기하듯이 굉장히 구수하게 풀어나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가지 책이 인상 깊었습니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거나 영향을 준 부분이 있나요?

그런 측면보다는 의식의 전환을 가져왔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물론 사회적인 배경도 있긴 했지만, 우리가 책을 통해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 또는 그런 문제점들을 내가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하는 점에서 되게 인상 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하고 대학가고 이런 것만 생각하잖아요. 사회현상을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내 위주의 사회가, 나의 어떤 성공이나 나의 진로를 위해서 나 혼자만을 생각해왔던 그런 사회가 여러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사회이기 때문에 사회의 문제로부터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간에 자유로울 수 없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소수의 편에서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집중해야 했고 제 생활 자체가 소수의 입장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내가 보고 있는 사회가 다가 아니구나. 불평등이나 사회의 억압 권력 이런 것들에 의해서 좀 피해를 보거나 사회 보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같이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사회라면 그렇게 힘이 없는 소수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야 하고, 그 사람들과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관촌수필’에서 특별히 인상 깊게 보았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문법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어 표현을 정확하게 하고 표준어를 사용하고 그런 것에 좀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관촌수필’을 읽으면서 표준이 아닌 표현들인데 이런 표현들이 오히려 정감 있게 와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내가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지역이나 개인의 특징적인 표현을 통해서 뜻을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뭔가 필자의 생각이 더 친근하게 소통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당시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고향에 대한 추억에 대한 것들이 나도 모르게 약간의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 같아요. 


김동건, 김현정 기자  influence70@knue.ac.kr, 20192011@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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