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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기자칼럼] 밤을 잊은 그대에게

김다은 기자l승인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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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과 같은 수면유도 콘텐츠들을 통해 잠에 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숙면베개, 바디필로우, 향초 등의 숙면을 위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인구가 늘며, 잠을 자고 싶다는 현대인들의 욕구와 의지가 수면용품과 관련된 수면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수면시간이 7시간 41분으로, OECD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면후진국’이다. 이는 OECD전체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0분이나 짧다. 공부와 과제로 밤을 새는 학생들, 늦은 시간까지 회식이나 야근을 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 ‘잠은 죽어서 자라’는 사회분위기. 이렇듯 현대인에게 잠은 우선순위 밖에 위치한다. 하지만 하루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성인의 경우 7~9시간의 수면을 취해야하는데, 하루에 1~2시간만 덜 자도 건강에 해가 된다. 수면부족은 고혈압, 뇌졸중, 심장 질환, 당뇨 등을 유발한다. 또한 뇌는 일할 때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성분을 생성하고, 이는 잠을 잘 때 제거된다. 수면이 부족하면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신체에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7시간 이하로만 자도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일주일동안 하루 4~5시간씩만 자면 체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인 것과 같은 심각한 심신 장애 현상을 보일 수 있고, 이는 학습 능력과 생산성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사회성에도 영향을 주는데, 핀란드에서 7~8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부족과 불규칙한 수면 습관을 가진 아이들이 정상적 수면을 취한 아이들보다 과잉행동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는 정서조절에 실패하였다는 것이고, 결국 사회성 결여로 이어진다. 더욱이 수면부족은 스트레스를 주고, 뇌의 충동 조절 기능이 저하되어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불러온다.

그런데 여기 놀라운 점이 있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만 19세~59세)을 대상으로 수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7.3%의 사람들은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숙면을 취한 사람이 업무 및 공부 효율이 높다고 바라봤다는 것이다. 이렇듯 수면의 중요성을 알고도 현대인들이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개인적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와 개인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입시와 취업 등으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는 수면방해의 대표적 요인으로, 이로 인해 수면리듬이 깨지면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수면부족의 원인이 되는데, 이러한 태도는 성공에 대한 열망에서 나온다. 충분한 잠을 이루고서는 날마다 변화하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과 수면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자기계발 시간이 늘어난다는 인식이 잠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수면후진국인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수면시간이 적은 20대는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잘못된 수면습관을 가지고 있다. 과제와 공부를 하는 시간, 스스로를 위한 시간, 돈을 벌기 위한 시간 등 20대의 밤은 치열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모두 다른 모습으로 밤을 보내지만, 결국 이들의 밤이 길어진 근본적 이유는 같다. 요즘 사회는 취업을 앞둔 어른이 되었단 이유로, 취업인재가 갖춰야할 자질과 소양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며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20대에게 학업 외에도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이러한 현실에 우리 청년들의 밤은 길어지고 잠은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한 수면부족은 쌓이고 쌓여, 결국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수면부채’란 말까지 생겨난 배경이 된다. 수면은 사람에게 있어 핸드폰의 전원과도 같다. 우리 몸을 끄고 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핸드폰의 전원을 계속 켜두거나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 금방 배터리가 닳고 고장이 쉽게 나는 것처럼,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우리 청년들에게 주어진 짐을 조금은 덜어주고 여유로운 밤을 선물한다면 보다 건강하고 밝은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다은 기자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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