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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파견교사 기고] 교직일기 3화. 수업에 대한 고찰 2

손현준 파견교사l승인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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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싫어하게 되는 원인이 교사인 경우가 많다. 사실이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역시 많은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과목에 대한 선호도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교사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그 과목을 좋아하여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 교사만 좋아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보다 열심히 할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학습이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많은 교사는 학생이 자신을 좋아하기 보다는 자신의 수업을 좋아하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두 가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기 있는 여학교의 남교사, 남학교의 여교사 들은 지나친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자신의 수업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심각한 실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말하자면 교사는 쉽게 학생이 자신의 과목을 싫어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자신의 과목을 진정으로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상황이 지속되고 반복되면 어느 순간 교사는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이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눈빛이 반짝이는 학생들이 있고, 순수하게 학문에 빠져 신나게 공부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어떤 과목 선생님이 좋아서 그 과목을 좋아하게 되고, 진로도 그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학생들은 한 곳에 섞여 있고, 교사들은 그 사이에서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업은 교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에 중요하다고 했다. 맞다. 수업은 힘들지만 교사들은 분명 수업을 하며 힘을 얻고 미래를 본다.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행정 업무 속에 파묻혀 있을 때보다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비록 행정 업무에 밀려, 미처 수업 준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조차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 훨씬 보람차다. 난 좋은 제자들을 많이 만났다. 힘든 내색이라도 보이면 위로해주고, 잘 설명을 못했어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고마운 제자들이 많았다. 언젠가 어떤 학생이 나에게 진지한 얼굴로 "선생님에게 제자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내가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받는 존재인 것 같다."라고 대답했었다. 어느 정도는 멋있게 말하려고 의식한 것도 있지만 진심이었다. 그래서 난 수업을 잘하고 싶었다.

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뻔하다.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자주 물어봤다. 지금의 방식이 괜찮으냐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경우 이유를 묻고 어떤 방식이 좋으냐고 묻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그 전에 가르쳤던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익숙해져 나의 수업 방식에 적응을 못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첫 해에는 시험을 치고 나서 새롭게 진도를 나갈 때마다 수업 방식을 바꿔보기도 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변화는 정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미미한 것들(학습지를 쓰냐 마냐, 판서냐 PPT냐 등의)이다. 질문을 할 때마다 느낀 것은 당연하게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수업이 좋은지 학생들에게 묻는 것은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수업 방식에 내가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랬든 저랬든 수업은 교사가 하는 것이고, 스스로 전문가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맞춤형 수업을 강조하는 세상이라도 교사가 모든 학생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교사의 개성에 맞는 수업에 학생이 맞추는 것이 훨씬 쉽다. 뿐만 아니라 그래야 학생이 수업과 교사를 통해 다양성과 재미를 배울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모든 수업이 같은 방식이라면 무슨 재미로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수업을 듣겠는가. 어떤 수업 방식이 '좋다'라고 주장하며 밀어붙이는 지금의 교육계는 훨씬 중요한 교사들의 개별적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믿는다.

난 사실 아직도 좋은 수업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더 슬픈 것은 앞으로도 꽤 긴 시간 계속 모른 채 수업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업을 잘하고 싶고, 수업에서 많은 힘을 얻고 싶지만 수업에는 정답이 없다. 같은 내용에도 들어가는 학급에 따라, 같은 학급이라도 매번 수업의 양상은 다르고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다양성을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그 즐거움을 느낄 심적 여유가 교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손현준 파견교사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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