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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2주의 영화관] <하이 라이프> & <타이페이 스토리>

현정우 기자l승인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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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라이프>

 

◇ 자연과 우주라는 두 공간

영화가 시작하면 한 아기가 눈앞의 스크린을 보며 옹알이를 하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빡빡머리의 한 남성이 우주선을 고치고 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우주선을 고치는 남성의 헬멧 안에까지 흘러 들어오고, 부품 하나가 우주 속으로 떨어집니다. 헬멧 안에는 스피커가 부착되어 있고, 남성은 아기의 아버지로 밝혀집니다.

우주선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간과 숲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자연물이 가득 찬 공간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두 공간은 비닐하우스처럼 투명한 비닐 문 하나로 구분되어 있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비닐 막 속의 ‘신의 정원’이 인간의 공간과 다른 곳처럼 느껴지진 않습니다. 바깥의 우주에서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우주선 안에는 이것저것이 많지만 침묵은 바깥의 공간과 같습니다.

 

◇ 창조신화에서 모티프를 따온 듯한 이야기

정부는 태양계 멀리 블랙홀을 연구하기 위한 계획에 돌입하고, 이 시험에 투입될 참가자들을 모집합니다. 형기가 얼마 남지 않는 사형수들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일정 수의 남자들과 여자들 그리고 한 명의 생명과학 연구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부도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치고 돌아올 확률이 적으리라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블랙홀까지의 여정은 매우 더디고 지칩니다. 우주선 안에는 아무 변화가 생기지 않고, 우주선 바깥에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보이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도 창문 바깥에는 새까만 망망대해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진전 없는 항해가 계속되고 우주선 안에서는 인공 생명 환경에서 인공 수정을 가능케 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됩니다. 항해가 끝에 다다르자 연구도 막바지 단계를 향합니다.

 

◇ 반복적인 리듬

이렇듯 <하이 라이프>는 상징적인 은유로 영화를 분석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여지를 남기는 영화입니다. 설정이 한 몫 한 탓도 있지만, 영화의 리듬이 상당히 반복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영화는 사건의 집합체인데 언제 일어난 일인지에 대한 구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편입니다. 사건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의도를 갖지 않으며 공간과 시간의 황량함이 주로 영화를 에워쌉니다. 호흡이 느린 편인데, 이는 뚜렷한 설정에 예견된 파국만큼이나 자기반영적입니다.

결말은 희망적인 편입니다. <하이 라이프>는 다른 국가에 비하면 국내에선 꽤나 늦게 개봉한 축에 속합니다. 이미 작년에 제작이 완성되었을 뿐더러 해외에선 올해 초에 이미 배급과 개봉이 마무리된 상태였습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고, 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한 발 늦게 개봉되어 얼마 안 가 극장가에서 내려가 지금 극장에서 보기는 힘든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한 번 감상하고 나면 알지 못할 여운이 길게 남을 한 번 쯤 볼 법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달 전에 개봉한 다른 우주 영화 <애드 아스트라>와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되리라 사료됩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로버트 패틴슨을 좋아하시는 분들, 느린 전개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지나친 상징과 직유를 꺼리시는 분들, 영화를 해석하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사진 출처 : IMDb

 

<타이페이 스토리>

 

◇ 세 번째로 재개봉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에드워드 양 감독은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라 일컬어지는 영화 흐름을 주도한 인물들 중 하나입니다. 2007년 암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1982년 <광음적고사>를 시작으로 여덟 편의 영화를 감독했습니다. <타이페이 스토리>는 그가 1985년 감독한 영화로 당대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채금과 허우 샤오시엔이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2015년 크라이테리언의 주도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4K 디지털 복원이 완료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완성된 지 26년만인 2017년에 영화의 개봉이 성사된 바 있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의 정식 개봉을 제외하면 DCP(Digital Cinema Package : 극장 상영용 디지털 포맷) 버전으로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중 최초 개봉이라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듬해 <하나 그리고 둘>, 올해 <타이페이 스토리>가 연달아 (재)개봉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도시 속의 사람들

에드워드 양 감독은 대만의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타이페이 스토리>의 공간적 배경은 (제목 그대로) 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이며, 도시 속에서 유리된 사람들의 혼란과 이상을 보여줍니다. 건물 창으로는 이리저리 달리는 자동차들이 비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연인 관계에 있는 두 남녀입니다. 여자는 회사에서 보좌관 직을 하고 있는 커리어 우먼이고, 남자는 미국에서 막 대만으로 돌아온 야구부 전직 코치입니다. 현실을 순응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관망하려는 여자는 과거의 추억과 이상적인 정의를 추구하려는 남자와 갈등을 빚습니다. 거울 속에 비춰진 모습이나 창문 너머를 침범하지 않는 두 남녀의 모습이 담긴 첫 번째 장면이 이를 표현합니다.

 

◇ 수평의 영화, 사물의 이동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수평적이라 말하는 것은 영화 전체를 보고 말할 때 더 그럴 듯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물들의 관계가 평등하다든가 미술에 쓰인 물품들이 평행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갖은 대화가 영화를 구성하고 있지만 꼭 어디에선가 끊어지는 말문은 대화를 하는 사람들조차도 견디지 못하게 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조차도 분명히 밝힐 수 없는 징후들이 갈등을 형성합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터질 것만 같은 순간들, 벼랑 위에 몰린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오랜만에 대만에 돌아온 아룽은 연인인 수첸의 집을 방문해 수첸의 가족과 저녁식사를 갖습니다. 아룽과 나란히 앉은 수첸의 아버지는 아룽에게 불경기를 이야기하고 수첸은 맞은편에 앉아 묵묵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버지가 실수로 자신의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수첸이 그 모습을 보지만, 그는 이를 모릅니다. 잠시 뒤 자신의 숟가락이 없어진 아버지가 자연스레 딸의 숟가락을 가져다 쓰자 그제서야 수첸은 떨어진 숟가락을 집어 올립니다. 다른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등장했다면 사물이 미장센의 일부로 도식화되었겠지만 이 영화의 사물들은 차라리 무작위성을 지닌 존재에 가깝습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하나 그리고 둘>, <타이페이 스토리>에 이어 다른 양 감독의 영화들, <마장>, <독립시대>, <해탄적일천>, <광음적고사>, <공포분자>를 극장에서 볼 날도 머지않기를 빕니다. 막을 내리기 전에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 드리는 바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관계 이후의 모습에 관심 있으신 분들, 살아가는 것에 압박을 느끼신 적이 있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영화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시는 분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현정우 기자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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