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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호/교수의 서재] 메논에서 미래를 향한 주체성을 끌어내다

이예림, 이희진 기자l승인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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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윤리교육과 박병기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학부 시절 감명깊게 읽은 ‘메논’과 최근에 읽은 ‘미래는 오지 않는다’ 두 책을 엮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교사를 꿈꾸는 우리에게 덕은 가르쳐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학부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학부 시절 교직으로 들었던 교육철학 과목의 교재인 플라톤의 ‘메논’이라는 대화편입니다. 메논의 첫 질문이 “덕은 가르쳐질 수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가르쳐질 수는 없고, 수련될 수 있는 것입니까?”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소크라테스가 답변하는 내용이다. 책의 내용 중 메논이 귀족 자제인데 이름 없는 노예가 메논보다 똑똑해서 소크라테스의 알아듣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제게 화두로 자리 잡아 대학 때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덕은 가르쳐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경험이나 생각이 있으신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여러 경험을 통해서 덕을 성숙시킬 수 있고, 덕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제 주된 관심사는 아무래도 도덕 수업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을 통해서 덕이 가르쳐질 수 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사실 수련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자연스럽게 덕이 길러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런데 이를 교실 상황으로 가져와서 언어를 통해서 덕을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연관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실제로는 쉽진 않지만 불가능하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 책이 어려워서 이해가 안 갔는데 나중에 열 번은 읽어보니 아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이해가 갔습니다. 메논이 사람 이름인지 뭔지도 대학 강의로 인해 처음 들어봤습니다. 요즘에는 고전을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학술 모임에서 쉽게 번역해서 출판되기 때문에 전보다 읽기 쉬울 겁니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라면 필독서로 꼭 읽어보길 권장합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학생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조금 더 일반 학생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미래는 오지 않는다’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전지형 카이스트 교수와 홍성욱 서울대 교수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미래에 관한 책들을 접하는 환경 속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면 미래에 관한 책이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거나 괜히 겁주는 이야기들이 많다고 느낀 겁니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미래가 궁금하고 불안하니까요. 그런데 이것에 편승하여 너무 쉽게, 단언해서 이야기하는 걸 문제 삼습니다.

재미있는 내용이 미래학자는 크게 고슴도치 유형과 여우 유형으로 나뉜다고 봅니다. 고슴도치 유형은 자신의 신념이 강해서 미래에 관해서도 분명하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저자들이 봤을 때, 이 사람들은 틀릴 가능성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여우 유형은 자신감을 가지고 막 이야기하지 않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여러 정보를 모아서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이런 여우유형의 미래학자들이 맞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우리는 이 두 유형을 구분해가면서 여우 유형의 미래학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여줘야 합니다. 또 인상적이었던 저은 맨 마지막에 미래예측은 기본적으로 실천 지향적이고, 현재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미래예측은 예측에서 끝나면 안 되고, 우리가 바라는 미래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한 다음에 인간의 역할을 상당 부분 주체적이고 크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가 우리와 무관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실천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도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살게 되겠죠. 그러나 인류문명은 위기를 극복해온 과정이죠. 그래서 점쟁이가 미래를 예측하듯이 가면 안 되고, 우리의 실천과 늘 연결되어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에 미래학 강의를 맡은 이후 미래와 관련된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탁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앨빈 토플러 같은 80세의 외국의 미래 학자들보다 젊고 명석하게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쟁이가 점괘 던지듯이 하면 안 되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가치지향을 전제로 하여 조심스럽게 예측을 하고, 지금의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런 내용이 미래에 관한 담론에 꼭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이 책의 저자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걸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미래에 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 미래가 확정된 것처럼, 고정된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일종의 숙명론이 되어버립니다. 이 책에는 이전의 미래학자들이 2010년, 2015년 등에 대해 예언하는 게 나옵니다. 대부분 안 맞았음에도 이 사람들은 자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이 틀렸을 때 정당화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합니다.

최근에는 교육과 관련해서 여러 예측들이 남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AI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여 교사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쉽게 하죠. 그런데 이는 쉽지도 않은 일이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는 AI는 교육의 보조제로 들어온 것이지, 교육의 본질은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본질을 소외시키면서 함부로 고슴도치들이 이야기를 합니다. 교사는 사라질 수가 없습니다.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은 교육이 지식의 전달과정일 뿐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말인 셈입니다. AI가 지식을 축적해서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적일 수 있겠지만 원래의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한계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언젠가부터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예측과 인간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동일시한다는 점입니다. 과학기술과 인간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닮아있지만 다른 경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에 투자되는 돈이나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의 가장 단적인 예시로, 국방과 관련되어있는 것들이 제일 먼저 발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기기들이 모두 군사과학기술로 들어왔다가 일반인에게 상용화된 것들이죠. 불행히도 군사과학기술이 과학기술을 주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과학기술도 변하니까 인간도 쉽게 변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과학기술에는 인간의 통제가 일정 부분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배아 복제나 비윤리적인 것에 대해서는 통제를 하고 있죠. 이런 방식으로 미래가 고정된 실체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책에서 미래예측은 예언이 아니라 담론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마치 과학인 것처럼 말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미래예측의 중심은 인간이기에 사회과학도 아니고 인문학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이 내용이 다른 책에서는 보기 힘든 내용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덕이라는 건 가르쳐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본다면, 우리는 미래 상황 속에서 가르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메논에서도 이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답은 내놓진 않지만, 맥락에 따른 결론은 그 상황이 덕을 전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교사에 의해서는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덕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소피스트입니다. 일종의 고슴도치들이죠. 나에게 당신의 자녀를 데려오면 6개월 안에 이런저런 덕목을 갖춘 아이들을 길러내는 대신 2천만 원을 내라고 말하는 식이죠. 현재의 고액 강사와 비슷하죠.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서 경고하고자 했습니다. 덕을 가르치는 건 쉽진 않지만, 덕이 가르쳐질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아요. 쉽지 않은 걸 알고 있다는 교사에 의해서는 가능하다는 내용을 끌어내는 게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피스트에 대해서 계속 딴지를 거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두 책이 연결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예림, 이희진 기자  yerim9911@knue.ac,kr huiji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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