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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사설] 공정한 경쟁 교육의 역할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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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동안 움직임(movement)은 놀이(play), 게임(game), 스포츠(sport)로 발전되어 오면서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움직임을 즐겨왔다. 놀이는 가장 소박하고, 단순하며, 미발달된 수준에 있는 인간의 기본활동이며, 게임의 기초가 된다. 한편, 게임은 놀이 가운데서 경쟁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활동만을 구분하여 일컫는 용어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게임 중에서 신체 운동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구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정한 규칙과 형식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호 경쟁적인 신체활동이 스포츠이다. 스포츠는 경쟁이 본질이며, 경쟁 속에서 성장한다. 스포츠에서 경쟁이 사라지면 더 이상 스포츠로서의 의미가 없다.

스포츠에서의 경쟁은 제도화된 활동이다. 제도화된 활동이란 정형화된 규칙, 규제하는 조직, 정식적인 승인 절차를 거쳐서 행해지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경쟁은 공정성을 기반으로 할 때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 기록경기에서 경쟁은 더 좋은 기록을 만들어 낸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이클 선수들은 혼자 기록을 보면서 달릴 때보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달리면서 앞서가는 선수를 따라잡으려고 할 때, 1.6km당 5초 이상 더 빠르다는 결과가 있다. 경쟁 상황에서 선수들이 분출하는 에너지가 더 크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스포츠에서 경쟁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이다. 물론 공정한 경쟁이 전제 조건이다.

스포츠 정신은 치열하지만 공정한 경쟁을 요구한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은 “올림픽 대회의 참뜻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것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올림픽 정신을 얘기했다. 스포츠 경기 과정에서 비록 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종목 결승에서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던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라고 주문처럼 외우던 말은 스포츠가 공정한 경쟁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힘든 경쟁과 좌절의 순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다. 이러한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성공만을 위한 경쟁으로 인해, 교육계, 정치계, 연예계 등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얼마 전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조작과 인권침해 등으로 제작진 및 관계자들이 입건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의 투표로 순위가 결정되는 공정한 순위선발 방식을 내세우면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투표 조작의 의혹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국민의 투표에 의한 공정한 순위선발 방식은 사기극으로 전락해 버렸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공정성을 미끼로 한 프로그램이었기에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공정함은 투표자뿐 아니라 참가자의 태도를 결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기준이 된다. 만약 프로그램에서의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면, 참가자나 투표를 했던 사람들은 모두 결과를 받아들이고, 선발된 참가자에게는 진심어린 축하를,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기는 것에만 집중해서 불공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쓴다면 사회구성원간의 협력과 신뢰는 깨지고 우리 사회는 갈등과 혼란이 일어나게 된다.

무한경쟁을 미덕처럼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때 교육의 역할은 참가자 모두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잘해야만 한다고 하는 것은, 좋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즐길 수 있는 공정한 경쟁 문화가 생겨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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