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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사무사] 멈추어버린 시간

편집장l승인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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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11월, 수능 하루 전날 예비소집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며 집으로 돌아왔다. 잠깐 눈을 붙이려고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문에 걸려 있는 종이 울리고 집안 전체가 흔들려 잠이 깼다. 진동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날 저녁, 교육부 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연기를 발표했다. 뉴스에는 지진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집을 잃은 사람들이 체육관에 모여 있는 모습이 뉴스 화면에 떴다. 많은 사람이 다치고, 경제적 피해가 3000억 원 가까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이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포항 지진 현장을 찾았다. 정치인들도 앞 다투어 지진 현장을 방문하여 피해구제와 후속 대응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이 지났다. 포항은 아직 지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부서진 아파트가 방치되고 있고, 초등학생들은 컨테이너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지진 이후에도 수천 회 이상 여진이 발생하여 포항시민들은 오랫동안 불안함을 겪어야 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융합문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항시민 80%는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42%가 외상 후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지난 3월 정부합동조사단은 포항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개발 과정에서 촉발된 인재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연구진들은 지열발전을 위해 땅속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등 대규모 지진 발생에 대한 경고신호가 있었고, 이를 인지하여 개발을 멈추었다면 포항지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정부합동조사단 발표 이후 출범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정부와 포항지열발전소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며, 긴 싸움에 들어갔다.

포항시는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심했던 흥해읍의 부서진 아파트를 매입하여 특별 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에서 특별재생사업 지원과 피해 구제 안이 담긴 포항지진특별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이 법안 통과는 지진으로 인한 재난을 대처하고 피해 구제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포항 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다. 내년 총선 전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포항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고, 앞으로의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 포항지진특별법이 제정되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곧 겨울이 다가온다. 체육관에서 머물고 있는 지진 피해 주민은 3번째 겨울을 맞게 된다. 2017년의 11월과 2019년의 11월, 시간은 흘렀지만, 멈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국회는 포항지진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국민들의 부름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편집장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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