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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이주의 영화관] 경계선, 날씨의 아이

현정우l승인2019.11.04l수정2019.11.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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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 <경계선>의 한 장면 (사진출처 : IMDb)

◇ 전설을 기반으로 한 원작

영화 <경계선>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가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는 <렛미인>으로 유명한 작가로, 전설 속의 존재들이 인간 사회에서 살아갈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곤 해 왔습니다.

주인공인 티나는 세관에서 일하는 요원입니다. 그는 예민한 후각을 바탕으로 불법 밀반입자들을 잡아내는 역할을 맡습니다. 어느 날 티나는 휴대폰 속에 메모리카드를 숨긴 밀반입자를 적발하게 되고 그 안에 아동포르노가 있었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전해 듣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티나는 어딘가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남자 보레와 마주칩니다. 티나는 자신과 닮은 구석을 느끼게 되고 보레는 자신이 묵고 있는 곳을 알려 줍니다. 달빛 아래 나란히 누운 어느 날 밤, 보레는 티나에게 서로가 가까워진 이유와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해줍니다. 비밀이 사건을 진전시키는 기촉제는 아니지만 판타지적인 설정과 요소가 되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 주인공을 중심으로 둔 사건들

어떤 면에서 <경계선>은 티나의 성장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관 요원으로서의 일상을 보내며 사회에 적응한 상태였던 티나가 보레를 만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티나의 삶에 변화가 생기고 여태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에 의심을 가진 채 티나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과정은 대부분 티나와 상대방의 대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실을 원하는 티나와 그런 티나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번같아 보입니다. 그 때문인지 보레와 티나의 사랑이 있기까지 접촉을 시도하는 순간들은 유독 특별해 보입니다. 이후에 사건이 드러나는 방식도 모두 대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내부에 있던 티나가 외부에 존재하는 진실로부터 대답을 갈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 추한 존재, 자연, 순수

보레와 티나가 이어지게 만드는 데에는 기존의 설정뿐 아니라 닮은 외모도 한 몫 합니다. 보레의 비밀은 영화 중간에서야 차츰 드러나지만 둘은 만나는 순간부터 앞으로 가까워질 것임을 직감하는 듯 보입니다. 티나는 추한 외모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보레 또한 티나와 닮은 외모라 생각되게끔 분장되었습니다.

영화는 티나가 자연과 교감하는 장면을 넣어 인간 사회에서는 무시당하지만 자연에 공감할 줄 안다는, 순수성에 가까운 캐릭터 특징을 주장합니다. “추한 것이 가장 자연에 가깝고 순수하다.”는 식의 몽타주는 이미 낡고 전형적인 물건에 가깝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방식들을 보면 감독이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마냥 넣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맨 처음에는 사랑을 가능하게만 한 줄 알았던 보레의 비밀은 점차 티나의 윤리적 가치에까지 다가서고 끝내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듭니다. 인간들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서로를 닮았다 느끼는 두 인물의 이야기, <경계선>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북유럽 풍의 판타지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주인공의 심리에 강하게 이입하시는 분들, 스스로의 콤플렉스가 있다 생각하시는 분들

 

 

 

<날씨의 아이>

▲ <날씨의 아이>의 한 장면 (사진출처 : IMDb)

◇ 다시 한 번 변화를 겪는 신카이 마코토의 ‘세카이계’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이전부터 서브컬쳐 계열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아온 한편 <너의 이름은.>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바 있습니다. 이번 영화는 <너의 이름은.>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듯 하면서도 인물과 장소를 옮겨 감독이 원래 하던 것을 또 한 번 보여주려는 영화입니다.

<날씨의 아이>도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인 ‘세카이계’ 작품입니다. ‘세카이계’는 서브컬쳐 계열 작품에서 파생된 용어로, 주인공과 여자주인공 사이에 맺어진 관계가 세계의 운명 앞에서 갈림길에 놓이는 작품군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즈카 히로시가 쓴 책인 <파상언론 미소녀 게임의 임계점>에선 “주인공(나)과 히로인(너)을 중심으로 한 작은 관계성(너와 나)의 문제가, 구체적인 중간 부분을 두지 않고, '세계의 위기', '이 세계의 마지막'과 같은 추상적이면서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는 스토리를 묘사하는 작품군”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 무수한 숏들의 몽타주, 검은 화면

<날씨의 아이>의 사건들은 한 숏이 5초 이상을 넘기는 적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한 장면은 짧은 숏들의 연쇄, 관련성 있는 숏들의 몽타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낭만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적인 흐름을 완성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영화의 특징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 호다카가 겪는 고난부터, 히나에게 주어진 운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주인공이 겪는 모든 순간이 동등하게 노출되며 관객의 감정이 이입될 여지를 남기려 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영화를 멈춰 세우려는 것처럼 영화 중간마다 검은 화면이 삽입됩니다. 브레이크처럼 검은 화면이 등장하거나 화면의 모든 소리가 정지되는 순간이 있는데 관객에게 당혹감을 남겨주는 동시에 아무 것도 없는 세계를 표현하여 마치 담배 자국(영화를 필름으로 상영하던 시절, 릴을 갈아 끼울 타이밍을 예고하기 위해 필름에 낸 구멍.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게끔 빠르게 지나간다)을 연상시킵니다.

 

◇ 이 도시를 만든 ‘어른’들에게

<날씨의 아이>의 주인공들에겐 실존과 자본이라는 조건이 필수로 결부되어 있습니다. 호다카와 히나에게는 아르바이트라는 생존 조건이 항상 붙어 다니고, 히나가 ‘맑음 소녀’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맑음 소녀’는 주인공들의 사업 상표명이 됩니다. 굳이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닌 것이 호다카에게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해주었던 스가 상은 자기가 위험에 처할 지도 모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호다카를 집에서 쫓아냅니다.

이전 영화들처럼 이런 요소는 지방과는 다른 도시의 모습, 좀 더 정확히는 도쿄라는 도시 아래에 있기에 시작된 것으로 묘사되고 여기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 우리들에게는 있다.’는 것이 영화의 지속력으로 작용합니다. 거기에 몇 가지 요소가 더 돋보이는데 아이인 주인공들의 선택과 그 밖의 어른들의 선택을 대조시키려는 모습도 보이고, 민속 신앙과 자연에의 믿음이 <너의 이름은.>보다 강하게 부각돼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결말부에 드러납니다. 그 정도로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한 결과는 어떤 것일지, 종말론적 비전과 순수함에 대한 동경이 흐르는 영화, <날씨의 아이>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너의 이름은.>을 재미있게 보셨던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의도적인 해피 엔딩을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 차분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사진 출처 : IMDb


현정우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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