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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이주의 영화관] 조커, 메기

현정우 기자l승인2019.10.21l수정2019.10.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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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조커>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IMDb)

 

◇ 끊이지 않았던 논란들

<조커>는 개봉 전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왔던 영화였습니다. 제대로 개봉하기도 전에 일어난 논란이기에 본편에 대한 논란이라기엔 무리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지는 조커라는 캐릭터에 이입하여 범죄가 일어날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뉴욕경찰국은 <조커>가 상영되는 극장에 잠복경찰을 배치해놓는 등 경계를 강화할 것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총기난사의 범인으로 지목되어온 인셀(INCEL : 비자발적 순결주의자라는 뜻의 외국 신조어) 개념에 대한 주목이 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영화가 개봉된 후로는 소동이 무색할 정도로 분위기가 잠잠해졌습니다. 원인은 모르지만, 영화에 나오는 내용이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다들 느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조커를 다룬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 속 조커는 유명한 악당도 아니고 많은 돈, 많은 부하를 가진 패거리의 우두머리도 아닙니다. 소규모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광대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며 어머니랑 같은 집에 사는 빈민층의 주민 아서 플렉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 조커보다 아서 플렉에 집중했던 영화

<조커>는 아서가 어떻게 조커가 될 수 있었는지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역사가 개인을 만든다는 관점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지하철 장면 이후 아서의 행보에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폭동과 집단 시위의 과격한 열기가 무심한 듯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서가 사회의 분위기를 이끄는 장면은 없으며, 마지막까지도 아서는 과열된 도시의 열기에 의해 스스로의 분장을 완성하는 철저히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바꿔 말하면 한 개인의 이야기에만 잔뜩 집중하려고 한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전의 역사 속 사건들처럼) 누군가가 사회를 주도하리라는 희망은 헛된 것이며 시위와 폭동을 촉발시킨 매개체도 매체에 불과하고, 아서를 폭발시킨 주 원인도 무엇이든지 웃긴 것으로 삼으려는 매체의 패악이라는 논리가 영화 속에 성립됩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해고당하고, 두들겨 맞고, 정신질환에 고통스러워하는 (여담으로 저는 정신질환을 아서가 겪었던 고초, 아서가 능동적으로 용기 낸 행위—일련의 살인 행각—의 반대 항이자 원인으로 돌리는 태도가 무척 경멸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커가 된 후에는 질환 묘사가 없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아서에게 남은 것이라곤 무엇밖에 없는 건가 생각하게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 부적절한 연출들

그런 이유에선지 영화는 아서의 행위를 ‘완성’하는 데에 주력합니다. 아서가 조커 분장을 하고 TV에 출연해 억울함을 표출하는 장면도 그렇지만, 아서가 환상으로 느꼈던 장면을 직접 플래시백을 사용해가며 사고를 뒷받침해주는 부분은 마냥 사족처럼 느껴집니다. 일종의 쿠키 영상처럼 짤막하게 나왔던 마지막 장면은 안 좋은 의미로 영화의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 생각이 듭니다. 감독은 두루뭉술한 태도를 가진, 관객이 직접 해석하도록 만드는 영화를 원한 듯싶지만 정작 결과물에는 몹시도 뚜렷하고 선명한 의도로 관객을 이끌려는 거추장스러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 하고 싶은 말을 없게 만드는 영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세련된 영상미를 좋아하시는 분들, <조커>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신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 폭력 묘사를 힘들어하시는 분들

 

<메기>

▲ <메기>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다음영화)

◇ 이옥섭과 구교환 듀오,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다

<메기>는 데이트폭력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시놉시스나 마케팅 문구에는 믿음이란 단어가 많이 보이는데 이 단어도 결국 큰 주제를 다루기 위한 소품에 불과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을 지원한 영화라 그런지 이주영, 문소리, 동방우, 권해효, 김꽃비, 던밀스, 천우희 등등 쟁쟁한 출연진을 자랑합니다.

이옥섭과 구교환 듀오는 예전부터 <4학년 보경이>와 같은 단편영화를 통해 독립영화계에선 어느 정도 널리 알려진 제작 듀오입니다. 이옥섭 감독이 짠 세트 디자인 속에서 구교환 배우가 특유의 목소리와 연기력으로 힘을 보태는 식입니다. 이옥섭 감독의 영화에는 영화와 상관없는 디자인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강한 색채와 미술 요소, 현실성 같은 단어와는 한참 거리를 두지만 분명히 현실임을 지향하려는 설정들이 난무합니다. <메기>는 그런 방향성의 총집합이라 해도 좋을 영화입니다.

 

◇ 결론 없는 사건들의 연쇄

이주영이 연기한 주인공 간호사 윤영은 정신병원인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어느 날 성관계 중인 국부 사진을 찍은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병원 게시판에서 걸리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윤영은 이 사진이 자신과 남자친구의 것이라고 의심하지만 병원 원장인 경진은 너희들의 것이 아니라며 못을 박습니다. 이런 식으로 의심이라는 단어를 대사에 넣어 관객들에게 개념을 각인시키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엑스레이 사진이 누구의 것인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맥거핀이라 하기에는 초반부에서 중요한 사건임을 한참 어필한 점이 무색합니다. 영화는 괘념치 않는 듯 싱크홀이 출몰하는 도심으로 배경을 옮깁니다. 구교환이 연기한 윤영의 남자친구는 싱크홀 복구 용역에 자원합니다. 그는 작업장에서 윤영이 선물해주었던 반지를 잃어버립니다. 그의 의심을 상충하는 정황들이 영화에 투입됩니다. 그러나 이 정황들을 뒷받침하는 실증은 연출된 서스펜스뿐입니다. 모든 장소마다 사건이 생기지만 이 사건에는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습니다. 그것이 왜 ‘사건’인지를 증명하려는 시도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서스펜스가 빈 공간을 메웁니다. 반지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종결됩니다.

 

◇ 수박겉핥기 식의 사회 요소 투입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잘 읽히는 편입니다. 영화가 모든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버리고 상황과 공간의 기발함과 엉뚱함을 돋보이려는 노력에만 치중하면서 관객에게 남는 것은 감정에의 개입이 아닌, 사회 문제를 일컫는 단어의 발견뿐입니다. 감독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써의 전시에 관객도 그것을 느끼게 하려는 기척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것들을 모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주제를 언뜻 엿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마지막 장면의 선택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데이트폭력의 가해자가 설 자리를 없애는 것의 직유법이 통쾌했다는 평 또한 납득됩니다. 그러나 영화가 스스로 되뇌어 온 관점에서 이 장면은 책임과도 같다고 느껴집니다. 일종의 징벌에 가까운 맥락입니다. 윤영의 남자친구에게 가해진 징벌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왜 이 영화는 굳이 연대라는 개념에서만큼은 멀어지려고 했을까요? 결말에 대한 다른 관객 분들의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엉뚱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진지한 접근을 원하시는 분들, 의미 없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을 꺼리시는 분들


현정우 기자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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