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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호/사설] 옥(獄)버드 탄생을 통해 돌아 본 우리 교육의 방향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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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7일 BBC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하버드 대학교 토론연합(HCDU)이 미국 뉴욕 동부교도소 재소자들과의 토론 대회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하버드 대학교 토론연합(HCDU)은 하버드대 재학생들로 구성되었으며 미국 전역 및 세계 토론 챔피언전에서 1위를 차지한 전력이 있는 일류 토론팀이었다. 이들과 함께 토론 대회에 참여하여 맞붙었던 뉴욕 동부 청년 재소자팀들은 구성원 모두는 제대로 공교육을 받지 못한 교육 소외자들이었고, 팀원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소자는 단 1명뿐이었다. 이 토론 대회의 결과가 주목 받은 이유는 모두가 예상한 바와 달리, 토론 배틀에서 뉴욕 동부교도소의 청년 재소자팀이 하버드 대학교 토론 연합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 토론 대회에서 두 팀이 다룬 토론 논제는 “미국 공립학교가 불법이민자에 대한 등록 거부를 하는 것은 타당한가?”이었고, 청년재소자팀은 예상과 달리 “미국 공립학교는 입학자격이 불충분한 불법이민자 학생들의 입학을 거부해야 한다.”라는 측면에서 주장을 폈다. 재소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논거로 “입학 자격이 불충분한 불법이민자 학생들이 많은 공립학교의 경우 학생수가 과다한 과밀 학급이 조성되고 학교 예산 부족 문제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해당 학교의 중퇴자를 양산하게 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토론 배틀의 심사를 맡은 위원들은 자신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논거와 논리의 전개가 훨씬 타당했다고 평가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본질적 문제를 제대로 짚어낸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하버드 재학생들을 이긴 청년재소자들을 일컬어 옥(獄)버드 탄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토론 논제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하버드 대학교 토론연합(HCDU)의 구성원들이 대개 유복한 가정의 출신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주장을 펼치기에 불리하여 패배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뉴욕 동부교도소 재소자팀은 이미 버몬트 대학교나 미국의 육군사관생도 웨스트 포인트를 상대로 한 토론 배틀에서도 승리한 이력을 갖춘 바 있다.

옥(獄)버드의 탄생이 결코 우연한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 점은 바로 2019년 올해에도 입증되었다. 2019년 4월 19일, 뉴욕 동부교도소 재소자팀은 영국 최고의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대 재학생 토론팀을 상대로 하여 또다시 승리를 거머쥐었다. 케임브리지의 토론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저명한 토론팀을 보유한 곳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이번의 토론 논제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있는가?”였고 재소자팀은 일부 강대국만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를 주는 것이 제국주의를 촉진시킨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비핵화를 위한 세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주장을 하였다. 이에 비해 케임브리지대팀은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범죄 국가들이나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무기 사용으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완전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결과는 뉴욕 동부교도소 재소자팀의 승리였다. 재소자 팀은 세계적인 비핵화는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 인식 위에 논리를 전개했지만, 케임브리지팀은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판정에 따른 결과였다.

어떻게 뉴욕 동부 청년 재소자팀들은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팀들을 대상으로 한 소위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교육의 수준이나 지적 수준, 심지어 토론 준비 여건에서 조차 열세였는데 말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청년 재소자팀은 제대로 된 공교육도 받지 못했고, 인터넷 검색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최측이 제공한 신문기사 복사 자료, 장서도 충분치 않은 교도소 내의 도서관 책들에 기대어 토론을 준비해왔다. 이러한 열세 속에 재소자팀이 승리를 거둔 배경에는 교도소 내에서 수감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도와주는 인문학 교육프로그램인 BPI(bard prison initiative)에 있었다.

바드 교도소 이니셔티브(BPI) 설립자이자 책임자인 맥스 케너(Max Kenner)교수는 교육을 통해 수감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이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2001년에 최초로 시작되어 작문과 구술 시험을 통해 평균 10대 1의 경쟁률로 선발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60개 이상의 인문학 강좌와 독서, 토론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250만 달러(29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며 이 프로그램 참여 비용은 모두 무료였다. BPI는 지난 15년간 약 3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중 일부는 예일대,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학업을 지속하고 있고 스타트업이나 자선단체를 통해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 재소자 재범률이 평균 40%인 점을 고려할 때, BPI를 수료한 출소자의 3년내 재범률은 겨우 2% 남짓한 수준이다.

옥(獄)버드 탄생의 배경에 있는 BPI 프로그램은 우리 교육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기회가 없어서 혹은 늦은 시기에 발현되는 재능들이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특정 시기의 성취로만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짓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이성적이고, 위험하고, 어리석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학생들의 발전과 변화 가능성을 믿고 신뢰하는 교육자의 자세는 수감자들의 삶과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BPI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이다. 둘째, 인문 독서를 통한 인간 삶에 대한 성찰은 삶의 자세를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인식, 타인에 대한 공감 그리고 존중 의식을 BPI 프로그램의 인문 독서나 강의를 통해 길렀고 그 결과 수감자들은 새로운 삶으로 자신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근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셋째, 논리와 비판, 합리적 사고를 기르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토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토론은 BPI 프로그램의 주요 교수법 중 하나이다. 토론에 참가한 재소자 한 명은 토론 교육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는 법과 타인을 존중하는 법,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기는 토론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는 토론 교육이 인간과 삶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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