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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사설] 나만 아니면 될 것 같은 생각의 함정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9.09.16l수정2019.10.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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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볼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목청껏 외쳤던 '말'이 있다. 어떤 게임을 한 후에 출연자는 다른 사람들이 벌칙 받는 모습을 보며 기쁘게 '이 말'을 외친다. 자신은 벌칙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이 벌칙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웃음을 보며 함께 웃지만 어딘가에 남아있는 씁쓸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 등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표현하며 '무한 경쟁'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사회에서 경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큰 역할을 한다. 인간의 욕망은 경쟁을 이끌고 그 경쟁을 인간은 합리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당연시한다. 경쟁은 사회 발달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은 사회 발전을 위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경쟁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과연 무한 경쟁이 인간의 본 모습일까?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고 자연에서 벌어지는 경쟁 역시 인간에게 일어나는 당연한 모습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자연은 경쟁보다 협력이 더 일반적이다. 자연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보다는 오히려 협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가까운 예로 어떤 집단이든 미성숙한 개체는 집단에서 보호한다. 그리고 사냥을 할 때에도 협력함으로써 사냥의 성공률을 높이기도 한다. 생태계 전반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로 협력과 상호의존은 경쟁보다 더 일반적이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광합성으로 산소를 생산한다. 이에 비해 동물은 산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 생태계 전반에서 식물과 동물은 서로 협력하고 상호의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무한 경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이라는 의미이다. 끝없이 경쟁하는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다행히도 우리 사회에는 무한 경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시간과 지식을 아끼지 않고 타인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행위이다. 그리고 무료로 배포하는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도 경쟁이 아닌 협력의 모습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경쟁보다 협력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은 무한 경쟁의 사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협력을 통해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라는 말은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등의 뜻이 있다. 무한 경쟁에는 '우리'가 필요하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일시적으로 '우리'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경쟁의 끝에는 결국 혼자만 살아남기 때문에 나와 함께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경쟁의 끝에 살아남은 한 사람으로는 사회가 될 수 없다.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나'만이 아니라 '너'와 함께 이루는 '우리'가 필요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친 말에는 '우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외침을 듣고 함께 웃으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행히도 우리는 거울뉴런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고통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세포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경쟁만이 아니라 협력과 상호의존, 이타심 등을 발휘할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을 보자. 그 사람은 나와 경쟁하는 적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나와 함께 살아갈 벗임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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