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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호/이주의 영화관] 애드 아스트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 할리우드

현정우l승인2019.10.01l수정2019.10.0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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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영화관

영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코너 ‘영화도서관’이 매 발행 주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 중 두 편을 선정하여 추천 포인트와 비추천 포인트를 집어 주는 코너 - ‘이주의 영화관’으로 새롭게 돌아왔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 영화를 보았는데 뭔가 애매해서 영화의 주제를 잡기 힘들다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한 채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줍니다! 영화는 그 주에 극장가에 걸려 있거나 걸리게 될 영화를 대상으로 합니다. 많이 즐겨주십시오.

 

 

<애드 아스트라>

 

◇ 광활하고 자폐적인 공간, 우주

이 영화를 보고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영화 모두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지만 우주를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공간, 일종의 자폐에 가까운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레이션이 자주 등장합니다. 로이의 내면을 세세하게 기록해놓기 위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도한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묘하게 이전의 ‘우주’ 영화와 큰 차별점은 없는 영화입니다. “탐험이 항상 숭고한 것만은 아냐.” 태양계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한 전류 자극이 해왕성에서 포착되고 이 자극이 16년 전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가 실종된, 우주비행사 클리포드 맥브라이드의 소행이리라 상부는 짐작합니다. 이에 그의 아들인 소령 로이 맥브라이드를 해왕성으로 직접 보내 무슨 일인지 조사하기로 결정합니다. 기나긴 여정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 <잃어버린 도시 Z>가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탐험의 배경이 공허하고 고립되어 있는 끝없는 허공이라는 점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는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에게 직무 현장에 불과합니다. 초반의 내레이션부터 로이는 자신의 직업을 포함해 지구와 달에 있는 인류의 산물 대부분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애드 아스트라>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IMDb)

◇ 우주 버전의 <암흑의 핵심>?

종착지인 후반부로 갈수록 로이의 자폐는 아버지의 모습과 비슷해지는 듯합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여정도 더 이상 족적을 남기는 행위보다는 (영화 스스로 묘사하듯) 진공에 가까운 우주에서 이따금 자극을 주기 위한 표면적 현상처럼 느껴집니다. 2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 내내 사건들은 이어지기보다 배치된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 속에서 (주인공 로이가 임무를 맡는 동기이기도 한) 부자 관계는 로이 스스로가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기보다도 운명론적으로 고정된 관계처럼 이리저리 휘두르기 위해 감독과 관객 사이에 비밀리에 맺어진 협약 같기도 합니다.

영화의 결론은 상당히 생뚱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그래비티>나 <컨택트> 등 근래에 나온 우주 영화들이 택한 결말과 비슷한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초반부에 늘어놓은 이야기에 비해 결론에 이르기까지 택한 합의는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로이의 마지막 내레이션 자체에 숭고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로이의 선택이 어떤 절차로 도출되었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다 보시고 한 번쯤 거슬러 올라가 이 영화가 로이의 결함으로 초반부에 짚었던 점들이 발전이 되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비주얼과 사운드에 압도되는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 IMAX 상영관의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뚜렷한 영화의 논리에 매료되시는 분들, 지루한 영화를 견디기 힘드신 분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 할리우드>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 할리우드>의 포스터 (사진 출처 : IMDb)

◇ 이전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감독의 행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 할리우드>는 타란티노 감독의 이전 영화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간단하게는 유혈 낭자한 장면이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곤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부터, 연출도 번잡해졌고, 수다에는 힘이 없어졌습니다. 배경은 1969년 할리우드, 주인공은 영화배우인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입니다. 릭은 점점 퇴물이 되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초조해하고 있고 클리프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소문이 촬영장에 퍼져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릭이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 웨스턴 몇 편에 출연하면서 6개월간 인기를 되찾는 부분을 빠르게 편집한 장면을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뉩니다. 후반부에서 이들의 활약이 전개된다면 전반부는 이들이 ‘기성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 2인조 콤비물 장르의 변용, 하지만 ‧‧‧

전작들과는 달리 사용된 장르가 쉽게 짐작되지 않는 영화입니다. 2시간이 지나 릭과 클리프의 얼굴을 화면에 나란히 배치하는 장면에 도달해서야 이 영화가 어떤 장르의 변용인지 살짝 감이 오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전 작품의 그것처럼 적극적인 재해석까지 확장되지 않습니다.

아마 이렇게 된 데에는 이번 영화의 대사들이 이전에 비해 축축 처지고 있다는 느낌도 강하게 작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의 전작 속 인물들은 감춰진 의도 앞에서 최소화된 자기 방어로써 수다를 무장했다면, 릭과 클리프의 대사들은 자신의 자아를 인정받지 못해 폭발할 것 같은 자아의 최전선에서 그칩니다. 릭은 자신의 연기 실수에 물건을 집어던질 정도로 휘발적인 인물이고, 클리프는 자신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는 아내를 향해 아무 말 없이 작살총을 겨눌 정도로 위험한 인물입니다.

마치 자기들도 그런 인물이라는 것을 안다는 듯 둘은 (특히 클리프가)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인물들은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 인물들은 여성, 동양인, 아동의 모습입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설 자리를 잃은 책임을 릭과 클리프 이외의 인물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돌리려고 합니다. 책임이 걸린 막중한 문제임에도 위험한 태도를 견지합니다. 클리프가 브루스 리를 집어던지는 장면도 이전의 폭력과는 결코 다른 위협적 제스처에 가까워 보입니다.

 

◇ 히피족 경멸과 대체 역사물로서의 기능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클리프가 히피족들의 본거지로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한 히피를 히치하이킹 해 준 답례로 본거지에 들어온 클리프는 이곳이 본래 영화 촬영소였음을 알아차립니다. 촬영소 사장과 오랫동안 친한 사이였던 클리프는 그들의 눈초리를 무시하고 사장을 만나러 들어갑니다. 시력도 잃어 무기력한 상태로 누워 있는 사장이 클리프에게 말합니다. “나는 쟤를 사랑해. 넌 그게 뭔지 알아?” 그리고 클리프는 보란 듯이 자신의 타이어에 펑크를 낸 히피를 때려눕힙니다.

영화는 실제 살인 사건인 찰스 맨슨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히피 패밀리의 우두머리였던 맨슨은 한 음반 제작자가 자신의 음반을 비판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살해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당시 음반 제작자는 이사를 가 버린 상태였고 그 집에는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막 결혼한 상태였던 여배우 샤론 테이트가 살고 있었습니다. 맨슨 패밀리가 현장을 급습했을 때도 집에는 샤론 테이트와 그의 친구들이 있었고 이들이 사건의 희생양이 되고 만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이 사건은 당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히피 열풍을 몰락시키는 데 일조한 사건으로 여겨집니다.

사건의 말미는 영화 후반부 40분에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영화는 실화와는 다른 결말을 선택하였습니다. 앞선 전반부에서 존재감을 무시당했던 릭과 클리프가 여기서 활약을 합니다. 어떤 활약인지를 밝히면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되기에 타란티노의 이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하고 마치고자 합니다. <바스터즈>와 <장고>는 각각 나치와 백인들을 타겟으로 복수를 하는 영화입니다. <바스터즈>는 홀로코스트라는 커다란 역사적 흐름 아래에서, <장고>는 장고라는 개인의 이야기 하에 징벌을 완수시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급하긴 하지만 복수가 영화를 마무리 짓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필요에 따른 폭력에 찬성하는 사람들, <펄프 픽션>을 좋아하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악의적인 소수자 묘사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 진심이 담긴 폭력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

 


현정우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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