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2.11 수 23:38

[432호/기자칼럼]방관자인가 구성원인가

양인영 기자l승인2019.09.30l수정2019.09.30 20:5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지난 24일, 학생총회가 성사되었다. 2015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었다. 비대위원장이 물기어린 목소리로 정족수 충족을 알리자, 학생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교원문화관을 가득 채웠다. 모두가 감동했고, 기뻐했다. 언제부터인가 학생총회 성사는 기적에 가까워져있었다. 우리는 기적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있었기에 그토록 감동했다.

학생총회가 성사되기까지 비상대책위원회는 백방으로 노력했다. 내년이 되면 학생총회를 경험한 16학번이 졸업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절박하게 했다. 그렇게 어렵게 성사된 학생총회지만 안타깝게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안건은 총학생회칙 개정 논의 및 승인이 유일했고, 매년 학생총회에서 주로 진행되던 감사보고와 예산안보고, 사업계획안 논의 및 승인은 전부 전체학생대표자회의1)로 넘어갔다. 그마저도 시간이 부족하여 학생총회 정족수와 관련이 있는 총학생회칙 제 20조 1항2)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승인되지 못하고 급히 마무리해야했다. 교원문화관의 대관시간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점은 학생총회는 무산되는 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동안은 총학이나 비대위가 매번 안건을 올리고 자료를 준비해도 전학대회로 넘어가기 일쑤였고, 애써 뽑은 비표는 몇 부 펼쳐지지도 않은 채 버려졌다. 9시는커녕 8시만 되어도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을 선언해야했다. 학생들이 개회 예정시간을 지난 후에야 참여한 것도 학생총회가 또 다시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허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정족수가 한명만 부족하면 불러”라는 이야기를 하는 학우들도 많았다. 학생총회가 성사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후에야 참석하다보니, 개회예정시간으로부터 1시간 반이 지난 후에야 정족수를 넘길 수 있었다. 교원문화관 대관시간이 30분남은 시점이었다. 결국 비대위는 이후 교원문화관을 사용하기로 한 초등교육과 음악심화에게 양해를 구해야했다.

무산이 상식이고 성사가 기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제시간에 총회에 참여하는 것을 피했다. 비대위 또한 매번 성사를 바라면서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완벽한 준비를 하기 어려웠다. 이를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했다. 자신의 발걸음이 허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가뜩이나 부족한 학생회비와, 일손과, 시간을 투입해도 허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반드시 학생총회가 성사되리라는 확신이 말이다.

비록 학생총회가 성사되었고 정족수가 줄어들었으나 아직 확신을 가지기에는 부족하다. 총학생회 사퇴를 이유로 무산되었던 2016년도 상반기를 제외하면, 지난 3년간 학생총회의 참여인원은 평균 155명이다. 이는 정족수 400여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다. 학생들이 한 번의 기적에 만족하고 학생총회에 오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 학생총회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안건은 전학대회를 통해 처리가 가능하니 꼭 학생총회가 열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총회는 총학생회칙 개정과 같은 안건도 의결할 수 있는 최고 의결기구이다. 또한 대표들만 참여해서 진행되는 전학대회와 달리 학부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의견을 낼 수 있다. 학생들은 학생총회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이 낸 학생회비가 어디에 쓰일지, 이번 학기에는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알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전학대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살펴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방관자의 입장에서 구성원의 입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학생총회를 여는 것은 학생대표이지만, 이를 성사시키는 주체는 결국 학생 전체다. 우리는 한번 학생총회를 성사시킨 것에 만족하고 다시 전학대회에 모든 의무와 권한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학생총회를 유지해 나가야한다. 방관자에서 벗어나 학내 구성원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비로소 학생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1) 학생총회 다음의 의결기구로서 전학대회에 소속된 자치기구장단 및 자치단체장단의 탄핵안 및 회칙 개정안 의결을 제외하고 학생총회의 권한에 준한다.

2) 제8차 개정 총학생회칙에서는 ‘학생총회의 의결은 본회 회원의 1/4 이상의 출석과 출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였으나 제9차 개정 총학생회칙에서 ‘학생총회는 본회 회원의 1/6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된다.’로 개정되었다.

 


양인영 기자  071255@knue.ac.kr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인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류희찬  |  주간: 손정주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동건/전은진/정윤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19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