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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사무사] 악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편집장l승인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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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교사에게 임신포기 각서를 쓰게 하고, 교사들에게 프라이팬을 강매했다. 이사장의 취미생활에 교사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대구 영남공업고등학교에서 이사장과 교장이 지금껏 해온 행동이다. 지속되는 부당한 행위에 불만을 가진 교사들이 이사장과 교장에게 반기를 들었을 경우에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업무고과에서 불이익을 주는 교묘한 보복이 이루어졌다. 이사장과 교장은 다른 교사들로 하여금 특정 교사를 왕따 시키도록 지시했다. 10년 넘게 왕따를 당한 교사도 있었다. 학교는 갑들의 왕국이었다. 오랫동안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었다. 이사장과 교장은 결코 용납 받을 수 없는 행동을 했고, 이에 응당 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비리가 드러났을 때 학교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던 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교사 역시 교장과 이사장의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하고, 따랐다는 것 그 자체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으로 교사들의 침묵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교사 대부분은 이사장이 특정 교사를 왕따시키도록 지시한 것에 그대로 따랐다. 부장급 교사들은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신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들에게 동창회장이 운영하는 홈쇼핑 프라이팬 할당량을 정해 강매했다. 부당한 지시를 받고도 이를 그대로 이행한 교사들의 침묵은 이사장과 교장의 체제를 더 공고하게 했다. 교사들은 이사장과 교장의 갑질을 당한 피해자이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계속해서 생겨나도록 방조한 가해자였다. 비단 영남공고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이나 특정 상황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에게 부당한 행위를 가하는 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영남공고 사건은 이러한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환기시킨다. 한나 아렌트는 “권위에 대한 복종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소통이 불가한 상황을 깨뜨릴 사회적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가 질식되면 악은 우리 자신에게도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남공고의 이사장과 교장과 같은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침묵하지 말아야한다. 우리는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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