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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이주의 영화관] 언더 더 실버 레이크 & 벌새

현정우l승인2019.09.16l수정2019.09.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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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영화관

영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코너 ‘영화도서관’이 매 발행 주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 중 두 편을 선정하여 추천 포인트와 비추천 포인트를 집어 주는 코너 - ‘이주의 영화관’으로 새롭게 돌아왔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 영화를 보았는데 뭔가 애매해서 영화의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다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한 채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줍니다! 영화는 그 주에 극장가에 걸려 있거나 걸리게 될 영화를 대상으로 합니다. 많이 즐겨주십시오.

 

 

<언더 더 실버 레이크>

▲ <언더 더 실버 레이크>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IMDb)

이 영화는 ‘탐정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자기 주변에 일어난 일에 의문을 품고 그 단서를 추적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흔히 추리 소설 하면 쉽게 떠오르는 클라이맥스나 범인의 정체가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대신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단서들, 그리고 단서를 쫓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는 화면 정 가운데에 떡하니 서서 언제라도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추적의 목적은 한 가지입니다. 하룻밤을 같이 잘 뻔했던 이웃집 여자가 모든 짐을 정리해서 하루아침 만에 사라져 버리자 주인공인 앤드류 가필드가 하나 둘 단서를 짜맞춰가며 정황이 의심되는 곳을 직접 찾아 나섭니다. 찾아 나서면 나설수록 풍경도 낯설고 만나는 사람들도 이상해집니다. 사건에는 진전이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것은 끊임없는 새로운 단서들뿐입니다.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캐릭터는 비디오 게임과 비밀 암호에 심취해 있습니다. TV나 노래 속에서 어떤 단어가 몇 번이나 반복되는지 규칙을 찾고 여기에 숨겨진 무언가를 추론하는 작업은 주인공에겐 일상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거대한 음모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이 사건의 실마리로 삼는 증거물들은 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과학 수사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입니다. 가사의 음절이 몇 글자인지 숫자로 센 다음 규칙을 찾아서 ‘이 곳에 새로운 단서가 있을 것이다.’ 하고 유추를 하고 그 장소로 계속 수사를 옮기는 식입니다. 탐정물에 한번쯤 나올 법한 이해관계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곳에 가면 기적처럼 떡하니 새로운 단서가 서 있습니다. 수사도 이어집니다.

계속 영화를 보고 있자면 단서가 원래 있었던 것인지, 주인공이 단서를 만드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주의라는 사조가 눈에 띄게 흔해진 이후로, 영화를 볼 때마다 종종 느끼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영화가 끝나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믿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가 워낙 사실에 사실만 얘기하니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어 보일 때, 혹은 이 정도면 갈등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이 아닐까 싶어질 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언더 더 실버 레이크>도 어느 장면을 기점으로 그런 세계로 돌입합니다. 이 장면을 기준으로 탐정놀이의 주제가 단순한 흥미에서 주인공의 감정으로 변합니다. 이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는 관객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누구나 뛰어난 앨범과 영화, 갖가지 예술 작품들에 심취했던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가슴 졸이던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그런 마음이 다 부질없어 보입니다. 옛날에는 마냥 빠질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르게 보입니다. 사람마다 이유는 제각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주제에 일부라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저처럼) 이 영화에 열광할 수 있는 분을 얻기 위해서라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요번 주 목요일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CGV 아트하우스 특별전 등을 통해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상영 기회는 있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개봉한 이후에도 그만큼 상영관이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사람이든 작품이든 게임이든) 무언가에 푹 빠져 본 경험이 있는 분들, 깊게 고민하지 않고 영화를 보시는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사건 해결과 장면 연결에 논리가 뚜렷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영화를 상징으로 접근하시는 분들

 

 

 

<벌새>

▲ <벌새>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IMDb)

<벌새>는 이상하고 애매한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 관계에 대한 영화이지만 주인공이 겪은 일들이 영화의 상당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부여하는지 보다 가정과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이야기하겠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일종의 시대극 느낌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은희는 중학교 2학년 소녀입니다. 부모님은 떡집을 운영하시고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좋은 대학에 갈 것을 종용합니다. 장남을 대원외고에 입학시켜서 3년 이후에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막내딸인 은희도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가정을 유지시킵니다. 그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은 아버지에게 중요치 않아 보입니다. 학교 선생은 날라리를 잡겠다며 반 아이들에게 쪽지를 돌리고 날라리의 이름을 두 명 씩 적어 내라고 시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은희는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아 헤맵니다. 영화 속에서 은희의 주변 인물들은 한 번 씩 은희의 의지물이라는 자리에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학원을 같이 다니는 친구부터 남자 친구, 영지 선생님까지 영화가 허락하는 한 가능한 인물은 모두 그 자리를 배정받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오래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마치 이별할 것이 예정된 것처럼 갈등과 싸움이 생기고 사이가 멀어집니다. 심한 경우는 인물이 죽기도 합니다.

<벌새>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가만히 있거나 흔들리거나 두 가지로 카메라 움직임을 나누어서 보는 이가 한 인물에 이입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한 인물은 당연히 주인공 은희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가만히 있는 장면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극단적으로 멀리서 찍은 장면은 많지 않고 공간이나, 얼굴, 사물 한 개를 다루는 데에 컷 한 개씩을 씁니다. 마치 무슨 일이 생겨도 꾸준히 흘러가는 은희의 일상을 표현한 듯합니다. 극단적인 갈등이든 물리적 폭력이든 은희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은 흔들리는 카메라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순간일 뿐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은희가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 전체가 은희의 관점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전체적인 주제를 파악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느냐고 질문했는데 주인공, 한 명의 사람이라는 대답을 들으면 이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영화가 주인공을 강조하는 데 쓴 표현 방식에 독특한 점이 없기에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씨네21 잡지에서 <벌새>를 다루면서 10년간의 한국 독립영화를 다루는 특집을 발견했습니다. 그 기사에는 양익준의 <똥파리>도 있었고 <워낭소리>, <한공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그 기사들을 문득 보고 주목받은 독립영화들의 특징이 떠올랐습니다. 그 영화들에는 모두 일부분 폭력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똥파리>는 전면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살아서 폭력을 할 수밖에 없는 나’를 변호하는 주제의 영화입니다. 위에 쓴 두 개의 다큐멘터리는 카메라에 담긴 물체가 서둘러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영화들입니다. <한공주>의 ‘그 장면’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왜 <벌새>는 이 흐름에 묶이게 된 걸까요. 직접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이 영화가 은희를 어떻게 (영화) 스스로의 요소로 삼고 있는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기를 빕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영화를 볼 때 감정이입을 잘 하시는 분들, 영화로 위로받고 싶으신 분들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다! : 느린 호흡의 영화를 잘 견디지 못하시는 분들, 폭력 묘사에 민감하신 분들


현정우  jungwoohyu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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