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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컬처노트]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

한주안 기자l승인2019.09.17l수정2019.09.1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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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리버티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폭력과 같은 어두운 일들은 없는 명문학교이다. 지성과 인성까지 겸비한 리더를 키우는 학교다. 표면적으로 모두가 가고 싶은 좋은 학교다.

 한나 베이커라는 고등학생이 자살하며 드라마는 시작한다. 자살하기 전, 한나 베이커는 자신이 자살한 13가지 이유를 각각의 테이프에 녹음한다. 테이프는 총 13명의 가해자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녹음된 테이프는 순서에 따라 13명의 가해자의 집 앞에 배달된다.

 이 드라마의 중점적인 소재는 학교 내 따돌림이다. 특히, 학교 내 따돌림과 이에 대한 부모의 대처를 보여준다. 많은 가해자가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있다. 남자 주인공 클레이 젠슨의 가정과 저스틴 폴리의 가정과 브라이스 워커의 가정이 뚜렷하게 비교된다.

 클레이 젠슨의 가정은 부모와의 소통이 원활하다. 그러나 한나 베이커의 자살은 클레이 젠슨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 둘은 친한 친구이고 서로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낀 관계이다. 클레이 젠슨은 자신이 한나 베이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일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클레이 젠슨은 가족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는 클레이 젠슨을 때론 혼내고 때론 기다려주며 클레이 젠슨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저스틴 폴리는 마약 중독인 어머니와 마약상인 어머니의 남자친구와 함께 산다. 가정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없다. 저스틴 폴리는 가족보다 그의 친구인 브라이스 워커에게 더 의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녹음된 테이프에 저스틴 폴리는 가해자로 지목된다. 집에서는 이 상황조차 알지 못하고 오히려 집에서 어머니의 남자친구와 매일 충돌한다. 미성년자로서 자신이 가해자로 지목된 상황에서도 집이라는 자신의 보호막이 없다.

 브라이스 워커는 흔히 말하는 부잣집 아들이다. 큰 저택에 자신의 무리를 초대해 매일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브라이스 워커 또한 13명의 가해자 중에 한 명이다. 부모는 브라이스 워커를 법적으로 보호해주고 자신의 아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혹은 아들을 믿는다기 보다 가정의 체면을 위해서 믿는 척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 가정은 정서적 보호가 아닌 법적 제도적 보호를 해준다.

 드라마가 마무리 될 때, 클레이 젠슨은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간다. 저스틴 폴리는 아픈 과거의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자신의 삶을 너무나 허비한다. 브라이스 워커는 적은 법적 처벌을 받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

 현대는 정서적 보호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많다. 다원화된 가정의 형태와 무너진 가정이 있다. 이 상황 속에서 정서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학교라는 공동체는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학교가 이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정서적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학교가 정서적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속 학교에는 정서적 폭력이 난무한다. 학교 폭력과 부조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긴 하지만, 그 대처가 미흡하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대처다. 명문학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명문학교의 명성을 위해 학생들의 고통을 침묵시킨다. 자살 사건을 조용히 넘긴다. 그 자살은 학교의 탓이 아니라고 한다. 학생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학교를 위한 학교가 됐다.

 이 드라마의 배경인 리버티 고등학교는 명문 학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가 명문학교를 만들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는 큰 성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아이들이다. 학교는 정서적 안정감과 보호막이 되어줘야 하지 않을까.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다룬 드라마가 오히려 학교의 역할을 다시 짚어주고 있다.


한주안 기자  juan@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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