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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호/기획] 형법 269조- 낙태죄의 끝, 그리고 시작 ②

민소정 기자, 이현주 기자l승인2019.05.20l수정2019.06.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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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28호 기획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 판결을 위해 걸어온 길, 그리고 임신중지와 성교육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기획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그 이후 개정의 방향성을 다룬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정의당은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개정안인 형법‧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임신중지를 법의 틀에 따라 제한하고 징벌한다’는 여성단체들의 비판이 뒤따랐다. 

정의당은 개정안 발의 이후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해 ‘성·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입법 과제개정’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임신 중절 관련 논의들 그리고 정의당 세미나에서 가장 중시되는 개념은 재생산권이다. 낙태죄 개정안의 최종적 목표는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생산권은 무엇이고, 개정안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살펴보자.

◇ 재생산 권리론

낙태죄를 폐지하자던 그간의 운동은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라’는 의견을 주창했다. 재생산 과정에는 임신, 낙태, 출산, 양육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재생산 권리는 여성의 삶 전반에 걸쳐 논의되어야 한다. 임신, 출산, 양육이 여성의 삶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산 권리는 국제 인권 안에서도 포괄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재생산권은 재생산 건강권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지금은 재생산 권리를 넘어 SRHR(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까지 나아가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재생산 건강권이라는 개념은 1995년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재생산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재생산 건강은 여성의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를 의미한다. 재생산 건강은 여성의 결정권과 접근권, 정보권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권리는 재생산 건강이나 재생산 권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정의되어 사용된다. 또 이 아이디어는 다른 용어로 지칭될 뿐 같은 의미를 가진다. 
배은경(2005)에 따르면 재생산권은 ▲선택의 자유 ▲접근권 ▲통제권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포함해 설명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는 여성이 자녀의 수와 터울, 출산 시기, 출산 여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접근권은 여성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또 선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통제권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비롯하여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재생산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 통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을 이른다. 
특히, 섹슈얼리티 측면에서 딕슨-뮐러(Dixon-Mueller, 1993)는 재생산권의 논의에 있어서 섹슈얼리티가 기초한 사회적 권력관계를 강조한다. 이성애 관계에서 남녀의 성적태도와 행동은 젠더, 나이, 인종, 계급 등에 기초한 권력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성적 태도 및 행동은 피임의 선택과 사용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재생산 과정과 결과는 권력관계를 내포하는 섹슈얼리티의 영향을 받는다. 
재생산권은 명백히 여성이 가진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인구조절의 목적으로 국가와 사회에 의해 통제당해 왔다. 재생산이 여성의 삶 전반에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생산에 대한 통제권 회복은 여성의 삶에 대한 통제권 회복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인구조절이나 종교,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낙태를 바라보았다. 재생산권의 관점에서 낙태를 바라봐야 한다는 요구는 정책 패러다임을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여성이 낙태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여성 개인이 처한 사회적 상황과 위치, 경제적 여건, 인간관계 등 모든 요소가 개입한다. 즉, 낙태는 여성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낙태라는 결정은 그 속에서 결정된다. 이런 점에서 낙태는 재생산권의 측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홍지수(2011), “한국사회 낙태담론에 대한 여성주의적 분석 –재생산권을 중심으로-”, pp.33-42 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5월 13일, 국회에서 개최된 정의당 세미나에 참여한 기자들 출처 / 연합뉴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정의당은 이정미 의원 대표 발의로 4월 15일 형법·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형법 27장 ‘낙태의 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변경한 것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자기낙태죄’와 임신 여성의 동의를 받아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또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 임신부의 요청에 의한 임신 중절 허용 ▲14주에서 22주까지 현행법의 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임신 유지나 출산 후 양육이 어려운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 ▲임신 22주를 초과한 경우 ‘임신의 지속이나 출산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임신중지를 제한했다. 정의당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낙태죄 폐지 법안”이라고 자평했으나 발의 후 여성단체의 비판이 뒤이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전히 임신중지를 법의 틀에 따라 ‘제한’하고 ‘징벌’한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개정안 발의 이후 '낙태죄 위헌 판결 의미와 성·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입법 과제'에 대한 두 차례의 세미나와 한 번의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한국교원대신문은 지난 13일 진행된 '의료서비스 및 재생산권 관련 입법 과제'를 발제 삼은 세미나에 참석했다. 본 세미나에서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이자 녹색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윤정원 의사와 정의당 개정안을 비판했던 '모두를위한낙태죄공동행동'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성과재생산포럼 이유림 기획의원이 발제자로 나왔다. 개정안에서 임신중절을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며 재생산권을 어떻게 법안을 통해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상, 의료서비스로서의 임신중지>

헌법불합치 판결은 태아 생명권 대 여성 자기결정권 충돌 구도를 탈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에 의미가 있다. 헌법불합치의견은 "'가해자 대 피해자'의 관계로 임시한 여성과 태아의 관계를 고정시켜서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제 임신 중절은 처벌의 대상 또는 태아의 생명권과 대립하는 것이 아닌 '의료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윤정원 의사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 정책, 의료서비스로서의 임신중절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주수와 사유의 제한기준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그래서 임신중절을 몇 주까지 제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일단 대원칙을 잡고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원칙 두가지는 비범죄화, 차별금지다. 지금까지 모자보건법은 형법이 임신 중절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상태에서 몇몇 경우를 풀어주는 식이었다. 이 원칙은 그동안 차별을 양상해내고 범죄자를 만들어냈다. 

현재 임신중절 가능 사유를 추가하는 방식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 방식은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또다시 만들어내는 셈이다. 예를 들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낙태를 허용한다고 지정하면, 이것은 '가난하면 임신 중절 해도 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합법적인 임신중지 사유를 추가하는 것보다 임부의 요청에 의한 임신중절이 가능한 주수를 최대한 늘리는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 정의당 개정안에서도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아니면 임신 22주가 지났을 때 낙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해외 입법례들은 요청에 의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주수 이후에 의사와 환자가 상담을 통해서 임신중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법이 합법적인 임신 중절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의사가 임신의 유지가 임부에게 더 큰 건강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신적으로 영구적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등 임신중절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결정이어야 한다. 임신중지는 여성과 의사가 진료실 안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법이나 정치가가 진료실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여성주의 슬로건도 있다. 

전 세계에서 베트남, 중국, 캐나다, 북한 4군데만 임신중절 주수와 사유 제한이 없는 국가이다. 제한이 없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를 제공했을 때 여성과 의사가 충분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국가가 믿는다는 뜻이다. 캐나다는 임신중절 가능 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12주 내의 임신중지가 85.2%고 21주 이상 임신중지는 0.6%에 불과하다. 제한이 없으면 후기 낙태를 무분별하게 하고 하루에 3번씩 낙태하고 이렇지 않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임신중지율은 1000명당 13.1명으로 전세계 임신중지율에 비해서 훨씬 낮다. 

 

대표적인 임신중지 사유들이 예전부터 점점 확대되는 방향이다. 2017년 마지막 통계를 봤을 때, 사유 제한 없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국가는 61개국이며 그 중에서도 주수 제한은 어느정도 있다. 사회경제적 사유를 두고 있는 나라가 74개국, 대표적으로 일본을 들 수 있다. 사실 일본에서 모자보건법이 만들어졌던 배경도 사실 우리나라의 우생학적 사유와 별반 다를 바 없었던 배경이었다. 전후에 일본에서는 피임도 합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결국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임신중지해도 된다는 사유를 만들어주기 위한 법이었던 것이다. 지금 다른 재생산권 보장이 전혀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일본에서 피임율이 굉장히 낮고 낙태율이 굉장히 높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고 일본도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서 지금 굉장히 낙태합법화 운동이 부흥하고 있는 중이다.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는 것이 여성이 원하는 것의 다가 아니라는 재생산권 확장에서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일본 얘기를 좀 더 드렸다. 그 다음 여성의 생명 또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 허용하는 국가가 99개국 입니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이나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두루뭉실하게 '건강'이라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라고 명시를 할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을 넣는다는 의미는 임신의 유지가 임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신 건강적인 상황들에 위해가 가는 경우까지 인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울, 불안 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상황, 임신의 유지가 여성으로 하여금 자살시도나 자해같은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 등을 임신 중절 사유로 포함할 수 있다. 그래서 '건강'은 당장 임신중지 하지 않으면 협신증이나 심부전이 악화돼서 죽지 않을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WHO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런 신체, 정신, 사회적인 상황을 다 담은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신적 건강까지 개념 확장이 안 되어 있기에 현장에서는 신체 건강이 악화되어야지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본인이 먹고 있던 간질 발작약을 끊는다던지, 당뇨약을 끊어서 당뇨 합병증을 더 심화시켜서 임신중지를 받으려고 하는 등 본인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이는 법안에 '정신 건강'이라는 항목을 넣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모자보건법에는 임신중절에 태아 사유가 들어있지 않다. 부모의 우생학적 사유, 부모의 감염 사유만 들어있어서 태아 사유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태아 사유 역시 장애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차별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 입법을 해야 한다. 태아 사유를 넣는 것에 있어서 해외 입법례들이 굉장히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치유불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고 분만하더라도 의학적인 기대여명 한달 또는 3달 이내 등 일정 기간 미만일 때, 해당 질환이 기대 수명과 삶의 질, 제거할 수 없는 고통, 현대 의학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개입을 다하더라도 기대 수명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는 뭉뚱그려서 장애라고만 이야기하고 제대로된 상담이나 앞으로 어떠한 지원을 통해 태아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주지 못하다 보니 '기형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가서 그냥 임신 중지를 하는 실정이다. 

 

제한 없음 
산모 생명·신체적·정신적 건강 보존, 사회경제적 이유 고려
산모 생명·신체적·정신적 건강 보존
산모 생명 보존 / 금지됨 (법적 예외 없음)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할까

우리나라에서 임신중지가 16만건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2011년 조사 결과 5% 정도만 합법화 사유 아래 임신중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현재 합법적인 사유로 임신중절을 할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가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책정이 되어 있다. 예를 들면 8주 이내는 8만원, 20주 정도에는 21만원이 나온다. 말이 안되는 가격이라는 얘기는 이 비용으로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 성폭력전담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임신 20주에 20만원 받고 수술을 해주는 병원이 없어서 전국에서 저에게 오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를 정할 때,  비용 때문에 의료인들이 임신중지를 하지 않는 사례가 없을 수 있도록 적절한 금액을 제공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상황을 보면, 많은 국가들이 합법화된 임신중절의 경우 임신중절수술을 공공의료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대부분의 나라들은 전국민 건강의료보험이 있는 나라들이라서 수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나라들도 34개국 정도 된다. 특정 연령 또는 저소득층이거나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임신중절 비용을 전액 또는 일정 비율로 보조하는 나라들이 25개국이 있다. 건강보험을 적용 여부는 주관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안전하지 못한 인공임신중절을 할 경우 모성사망, 합볍증, 가임력 저하로 인한 난임, 불임 등이 발생할 것을 생각했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 비용 측면에서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유, 모든 주수 누구나 보험의 적용을 받는 지점까지 가기는 어렵더라도 합법화된 내에서는 적절한 건강보험이 제공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공임신중절 외 다른 재생산 건강 영역들도 굉장히 방임되어 왔다. 피임의 경우 대표적으로 모든 응급피임약, 피임시술, 피임과 관련된 상담, 약국에서 사먹는 피임약 모두 비급여의 영역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감소시키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피임약이나 성교육인데, 왜 이 부분은 우리가 지금까지 방기하고 있었는가. '저출산 시대니까 피임에 무슨 급여야' 이런 식의 답변을 그동안 들어왔다. 하지만 재생산건강, 안전한 임신 중지를 받을 수 있어야지 그 이후의 임신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계획적인 피임이 되어야지 계획적인 임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재생산 건강 영역에 대한 의제를 좀 더 확장해 개정안에 임신 중지 사유에 대한 조항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재생산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내용도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구의 동의가 필요한가 - 보호자 개념확장을 넘어 환자자율성 존중으로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중절에 대한 배우자의 동의만 담고 있다. 그래서 미혼여성, 청소년의 경우 법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고 기혼여성의 경우에도 배우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비인권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발의된 개정안에 청소년 부분이 들어있지 않아 추가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청소년이 임신 중지에 대한 부모 동의를 받아야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는 한 축이다. 외국의 경우 '보호주의는 보호하지 못한다'는 입장이 많다. 2011년 의료기관 조사 결과, 20대 이상은 94%가 12주 이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술을 받았다. 반면 10대 인공임신중절의 경우 24주 이상이 0.3%, 12~24주가 24%, 12주 이내에 시술을 받는 경우는 75.1%다. 10대의 경우 성인에 비해 임신중지 시기가 후기로 더 늦어진다. 10대에 임신 사실이 드러났을 때 폭력을 당하거나 위협을 받거나 쫓겨나거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해서 임신 중지를 받는 주수 자체가 늦어지는 것이다. 모든 국제 기구에서 부모나 제3자의 동의 조건이 인권에 반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나 제3자의 동의 없이 기밀유지 상담, 나이와 지적 수준에 맞춘 충분한 정보와 상담을 보장해준다면 본인이 임신중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일반 원칙들이 있다.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필요없이 임신 중절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 영국, 스웨덴, 뉴질랜드 등이다. 뉴질랜드의 아동케어법은 '여아는 나이에 관계 없이 임신중지에 있어 성인 여성과 같은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소년이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을 단념하고,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서상 청소년 임신중지의 부모 동의 필요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란 속 개정안을 고민할 때, 환자의 자율성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유산유도약

현행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 ‘수술’ 이라고만 명시하고 있기에 이러한 법 아래에서 식약처나 보건복지부가 유산유도약을 도입할 근거가 없다고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수술이라고만 명시된 부분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의당의 개정안에서는 인공 임신 중절 및 수술이라고 되어 있다. 이 또한 뭉뚱그려서 넓게 표현이 되어 있다. '약물 및 시술을 통한 인공임신중절'과 같이 보다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페프리스톤(유산유도약)은 국민청원으로도 필요성이 얘기되어 왔고 WHO 필수 의약품에 등재되어 있으며 67개국 식약처의 등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지난 16년간 0.05%의 합병증이 발생하였고 약 10억 명 이상이 사용했고 30년 넘게 사용해 왔기에 안전성과 효과성은 거의 확인되었다고 보시면 되겠다. 한 번 약물이 도입되면은 편의성이나 위해 저감, 여성과 의사 모두에게 부담이 덜 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한 번 도입이 되면 점점 사용 범위가 확대된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전체 임신중절의 70~80%가 약물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유산유도약이 도입될경우, 응급피임약 처방받는 것처럼 모든 의사들이 처방할 수 있도록 할 건지, 산부의과 의사만 할건지, 약을 병원에서 복용하고 가게 할건지, 약국에서 처방전을 받을 것인지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한 행정적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

 

'낙태시술'을 넘어 보건의료체계 필요

임시중지 전 준비, 임신중지 방법, 임신중지 후 챙겨야 할 사항에 걸친 사회적, 의료적 상담의 표준 가이드라인 진료 지침이 만들어져야 한다. 법안에 어떤 상담을 제공해야 할 것이가에 대한 부분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임신중지를 하러 온 사람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상담까지 상담으로 뭉뚱그러져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낙태죄 개정에 있어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 전달 체계와 상담 등이 주가 되어야지 임신중지를 '어떻게 제한 할건지'가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WHO에서도 임신 중지 전 준비와 임신 중지 이후에 챙겨야 될 사항까지도 의료인의 책임과 역할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의료인 교육 뿐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입법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미국에 거주하는 라틴계 여성들의 재생산 정의를 요구하는 단체 'National Latina Institute for Reproductive Health'의 그림. 라틴계 여성들이 처하게 되는 구금, 추방, 피임이나 낙태의 통제, 의료 서비스에서의 접근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재생산 정의'로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미국에 거주하는 라틴계 여성들의 재생산 정의를 요구하는 단체 'National Latina Institute for Reproductive Health'의 그림. 라틴계 여성들이 처하게 되는 구금, 추방, 피임이나 낙태의 통제, 의료 서비스에서의 접근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재생산 정의'로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개정을 위해>

다음으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이유림 집행위원의 발제가 이어졌다. 발제는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유림 집행위원은 임신중지에 관한 법안을 처벌의 관점에서 재생산권을 위해 무엇을 더 보장할 것인가로 프레임을 이동시켜야 함과 동시에 상상적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이유림 집행위원의 발제가 이어졌다. 발제는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유림 집행위원은 임신중지에 관한 법안을 처벌의 관점에서 재생산권을 위해 무엇을 더 보장할 것인가로 프레임을 이동시켜야 함과 동시에 상상적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조국 민정수석은 낙태죄 폐지 청와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별거 또는 이혼 소송 상태에서', '법적인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발견한 경우', '교제한 남성과 최종적으로 헤어진 후에 임신을 발견한 경우' 등의 상황들을 예로 들었다. 


이유림 집행위원은 조국 민정수석의 답변 중 이러한 상상적 시나리오가 가장 문제적이라고 한다. 
“‘특정 주수, 연령, 관계에 있는 여성의 임신중지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가지겠지’ 또는 ‘이러한 시나리오라면 사회에서 납득 가능하지’라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여성을 대하는 것은 결국 여성의 재생산권이 근본적으로 인권과 신체적 자유, 사회권의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라고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 여성에게 비생산적인 시나리오들을 많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상적 시나리오는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다. 미성년자의 임신, 배우자가 없는 여성의 임신 등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많은 상상적인 시나리오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들은 소수자에 대해서 가해질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 사회적인 폭력 중 하나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넘어 권리와 인권 차원에서 어떤 식의 입법이 가능한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논의점을  제시했다.
낙태죄 폐지는 끝이 아닌 출발점이다. 여성이 임신, 출산, 양육 전 과정에 걸쳐 자기결정권을 지니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두 발제자가 주장했듯 이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낙태’죄’에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위한 임신중지 보장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유림 집행위원은 “실은 재생산이라는 과정이 이 세계에 인간이 다른 인간을 데려오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간을 데려오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재생산 과정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정의로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낙태죄는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민소정 기자, 이현주 기자  dohwa98@gmail.com, kyo6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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