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6.10 월 03:16

[429호/교육] 학습 평가,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대학 성적평가, 교수자의 자율성 확대 방향으로 변화하는 추세 이현주 기자l승인2019.05.2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A, B, C, D 그리고 F. 매 학기의 끝은 언제나 성적으로 마무리된다. 누군가 A를 받으면 누군가는 C를 받는 평가 제도. 현재 대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성적 평가 방법은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이어져 온 상대평가다.  성적이 학습의 목적이자 결과로 여겨지기는 교육 현실이기에 명확하게 등수로 나눌 수 있는 상대평가 방식이 모든 수업에 자리잡은 것은 아닐까 싶은 와중, 일부 대학은 상대평가의 한계를 지적하며 성적 평가에 있어 교수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현재 대학가에서 자율적인 평가 방식과 절대평가의 확대 경향은 점차 확대되어가는 추세이다.

◇ 많은 대학들이 상대평가를 고수하는 이유
왜 이렇게 많은 대학들이 상대평가 방식을 선택했을까. 이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관련이 깊다. 2014년까지 대학구조개혁 평가 항목으로 ‘성적 분포의 적절성(1점)’을 포함시켰다. 이는 곧 많은 대학들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상대평가를 선택하도록 했다. 상대평가가 고른 성적 분포를 위해서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015년 교육부는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위해 위 평가 항목을 삭제하고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관리 노력’ 항목의 배점을 올리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평가 항목 변경 이후에도 상대평가가 아닌 자율적인 성적 평가 방식으로 변경한 학교는 거의 없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지원 여부와 직결되기에 학교측이 섣불리 평가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 대학에 적합한 성적평가는
상대평가, 절대평가, P/F(pass or fail) 등 각 성적 평가 방식은 고유의 특징,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 중 상대평가는 대학 내 성적을 평가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담론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상대평가의 다른 이름은 규준 참조 평가이다. 규준(norm)이란 ‘개인의 상대적 위치를 알려주는 자’와 같은 것으로 설명된다.  즉 학생들을 서로 비교하여 상대적인 등수를 매기고 비율에 따라 등급, 곧 성적을 결정짓는 방법이다. 점수를 순서대로 줄 세우면 성적이 나오는 평가니 객관적이고 단순명확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상대평가는 상대적인 등수가 나오기에 누군가를 선발하기에 편리하다. 대입, 취업을 위해 상대평가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평가는 비교를 기반으로 하기에 학생 간 경쟁을 과열시키며 마냥 협동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학문의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하기는 쉽지 않으며 학습 자체보다 성적이 우선되기 쉽다. 
반면 절대평가는 준거참조평가이다. 준거란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지식, 기술 수준이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의 학습 상태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이라는 외재적 조건보다는 학문 자체를 학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절대평가의 기준은 수업목표이다. 따라서 교수자는 자세하고 명확한 수업 목표를 세워야하며 학생들에게 이를 사전 공지해야 한다. 한편 절대평가를 시행할 시 교수자가 평가의 기준인 준거와 준거 달성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에 교수자의 자율성이 한층 강조된다. 과거 대학에서 절대평가가 이루어지던 시기 ‘학점 인플레이션’ 즉 상위권 학점 밀집현상과 강사 간 학점 불평등 등의 문제가 야기됐다. 현재에도 절대평가 도입 시 위 현상이 재발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물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임의적으로 높은 학점을 주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다. 그러나 성적이 무조건 고르게 분포되어야 하며 높은 학점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서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 절대평가가 체제 아래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학습 목표를 훌륭히 성취할 경우, 모든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수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표인 것이지 지양해야 할 현상이 아니다. 절대평가에 따라 성적 분포가 고르지 않을 시 힘들어지는 것은 선발 뿐이다. 학생들 간 성적이 변별되지 않으면 등수를 세울 수 없기에 간단한 선발이 어려워진다. 평가를 선발을 위한 도구가 아닌 학습의 과정으로 여긴다면 절대평가에 의한 고르지 않은 학점 분포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학에는 정말 다양한 전공과 수업이 존재한다. 각 전공과 수업, 그리고 교수자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평가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학사제도는 예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수업에 상대평가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규정이 유연한 수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성적 평가 또한 수업의 일환이기에 전문성을 지닌 교수자가 전공, 학습 내용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더 적합하다. 현재 많은 대학 내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져 평가 방식을 교수자의 자율성에 맡기도록 제정하는 추세이다.

◇ 확대되는 성적 평가 자율성
현재 일부 대학에서는 성적 평가에 있어 교수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상대평가를 시행중인 많은 대학들 또한 절대평가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고려대학교는 ‘성적평가는 절대평가로 한다’고 규정하며 상대평가 과목을 예외 조항으로 다루고 있다. 2016학년도부터 ‘절대평가 활성화’ 정책을 펼쳐 현재 약 70% 이상의 수업이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했다. 고대신문에 따르면 절대평가 활성화에 대해 학내의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고려대학교 백진우 교수는 “수강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하는 강의가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학 교육의 특성상 절대평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2018학년도 학부 성적 교수자율평가 시범운영 실시 결과에 따라 2019학년도부터 교수자율평가를 전면 시행했다. 성적평가 방법은 교수자율평가로 교과목 특성에 따라 상대평가/절대평가/기타 평가 방법을 채택할 수 있으며 교과목 담당 교수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별 인원 결정 가능하다. 이대학보는 많은 학생이 교수 자율평가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대부분은 사소한 점수 차이로 학점이 갈리는 문제가 완화되고 경쟁이 낮아져 부담이 줄었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또한 올해부터 상대평가 원칙을 폐지하고 성적평가를 학과별 자율적 운영에 맡겼다.
현재 우리학교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교육실습 ▲사회봉사 ▲군사학 ▲외국대학 교환학생 수강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적용할 수 있다. 또한 3인 이하의 소수강좌의 경우 총장이 정하는 별도의 기준, 실질적으로 절대평가를 적용할 수 있다.
다음호에서는 우리학교의 성적평가 제도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kyo6157@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류희찬  |  주간: 손정주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지연/김보임/허주리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19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