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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기자칼럼] "남자관에는 왜 대도가 없어요?"

현정우 기자l승인2019.05.12l수정2019.05.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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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청람광장에서 ‘대도’라는 키워드가 머물러있던 걸 기억하는가. ‘대도’는 발단이 된 사임당관 상습 도난 사건의 범인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기숙사 도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청람광장에서는 ‘대도’라는 이름으로 범인을 지칭해 왔다. 익명 닉네임을 조건으로 갖춘 시스템 내에서 해당 인물을 공격하는 방식은 사용자의 근황부터 신상 정보까지 접근이 가능한 형태의 질문들로 시작됐으며, 이는 특정 사용자의 이름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모르는 사람이 약간만 검색을 해도 유추가 가능한 정도다.

생활관 공지를 위한 각 관 층별 단체 채팅방이나 관내에서 해결 가능한 일이 청람광장에서 불거지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대도’의 정보가 유출되기 시작한 곳은 작년 11월 디시인사이드 한국교원대 갤러리였다. 청람광장에 게시된 글들의 발단도 갤러리의 ‘떡밥’(화젯거리를 일컫는 커뮤니티 은어)들을 기초로 하였고 이를 제지하는 댓글들도 빠르게 시야에서 밀려났다. 어떤 이들은 사도교양교육원 측에서 공식적이고 적법한 처벌 조치를 내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도둑이 이미 색출된 이후- 청람광장이 상습 도난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과연 그런 조치를 요구하는 방향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공용 냉장고와 관련된 해당 관의 개별적 조치와는 별개로 여기에는 특정 범인만을 궁금하게 하는 단서만이 즐비할뿐더러, 게시 글들의 열기는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공유하는 선에서 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의 관심사는 범인을 노출시킴으로써, 최대한 많은 시선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개적 처형에 가까워 보인다. 본인들이 익명이며 암묵적으로 규율을 지켰다는 사실을 자부심으로 게시한 채 스스로를 재판관의 자리로 올려놓는 것이다.

누가 이들을 집행자로 임명했는가? 꾸준히 항의 글을 올려왔던 사람들이 그랬다고도 할 수 없이 어느 누구도 그런 적이 없다. 임의에 익명 유저들이 합의한 상황도 아니다. 확실한 것은 끓는점 이상의 분위기다. 색출되었다는 사실이 있음에도, 지속적인 여론의 골자는 ‘대도’의 근황과 미래, 학교를 다녀서는 안 된다는 류의 인신공격이다. 이런 인신공격은 기존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표출되던 방식 그대로 ‘규율을 어기고 민폐를 끼친 혐의’가 자기혐오와 면피의 장막 내에서 작용한다.

올해 4월 도난 사건 당시, 청람광장에 올라왔던 “남자관에는 왜 대도가 없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기억한다. 연쇄되어야 할 대답은 ‘남자들은 자기가 넣어놓고 까먹거나 다른 과를 탓하고 만다.’에서 중단되었다. 이 답안지에는 고민도 없고, 가정도 없으며 특정인을 지목한 이유, 자의적인 알리바이만이 대치된다. 어떤 방향에서건 ‘남성관은 그렇지 않다.’ 까지만 증명한 채 입은 다물어진다. 왜 남성관에서 ‘대도’는 만들어지지 않을까? 각 층의 냉장고에 둔 자기 물건을 다루는 남자의 행동 습성이 여자와는 다르다는 대답은 지극히 여성혐오이며 무용하다. 어느 누구라도 냉장고에 둔 자기 물건이 없어지면 분노하고 짜증낼 수 있다. 상습적인 도난이라면 더욱 그렇다. 허나 상습 도난 사건이 남성관보다 여성관에서 더 많이 일어났음을 증명하려는 유저는 없다. 무엇보다 이 질문의 허무한 종결에는 ‘대도’라는 언어가 청람광장에서 만들어졌고 재생산되었음이 망각되어 있다. 이들 스스로에게도 ‘대도’는 사건 처분과 해결의 단계를 벗어나 타겟팅에서 오는 카타르시즘적 현상에 가까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나도 질문하고 싶다. 당신들에게 ’대도‘는 어떤 타겟인가? 자기혐오를 조건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잉여 인간-성은 자신의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타자 혐오를 수행해 왔다. 그리고 이 타자 혐오는 약자이거나 소수자를 대상으로 자행돼 왔다. 도난범을 색출하기 전, 도난범에 관해 유일하게 알 수 있던 정보는 그가 어떤 관에서 생활하는지 뿐이었다. 여자 관이었는지, 남자 관이었는지. 누군가는 정당한 응징이며, 이것을 성별 구도로 몰아가지 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 유일한 정보 이외에, 다른 모든 정보들이 ‘대도’가 결정된 이후에야 드러났다는 사실을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현정우 기자  kubrick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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