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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호/사무사] 심연을 건너는 날개

편집장l승인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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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청람광장은 ‘입결(입시 결과)’로 인해 떠들썩했다. 익명의 ‘청람인’들은 모 학과를 향해 “입결이 ㅇㅇ대 수준이라” “쪽팔려서” “과잠에 뭐라도 하나 새겨야” 한다며 원색적인 조롱과 비난을 퍼부었다. 비난은 곧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졌고, 서로를 향한 인격적인 비하와 모욕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날의 청람광장을 바라보며, 분노에 앞서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이들은 어쩌다 고작 입결 따위로 남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 어쩌다 자신이 남을 조롱하고 비하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 것일까. 남을 깎아내리면 자신이 올라간다는 편협한 믿음, 이들은 어쩌다 이 좁은 사고의 틀에 갇히게 된 것일까.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한 사람의 삶은 곧 다른 이는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하나의 세계와 같다. 그 심연을 뛰어넘어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날개가 필요하다. 소설가 김연수는 “우리는 결코 날개를 가질 수 없다”라고 못을 박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날개가 있다. 바로 우리의 상상력이다.

미지의 것을 그려내는 능력을 우리는 상상력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나와 같을 거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능력. 내가 갖지 못한 경험, 내가 겪지 않은 환경, 나와 다른 당신의 삶을 상상하는 능력. 상상은 이해가 되고, 이해는 배려가 되고, 배려는 마침내 소통이 된다.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통해 우리는 ‘다름’의 심연을 넘어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고, 그렇게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볼 상상력이 부족할 때, 인간은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힌다.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고인 사고는 이내 썩는다. 다양한 기준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으로만 타인의 삶을 재단하고, 기준에 벗어나는 사람에게는 적의를 품는다. 적의가 비난이 되고, 비난이 혐오가 되는 동안, 그의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납작해진다. 입결이 좋지 않은 학생은 ‘표시를 해야 한다’는 발언은 자신의 기준만이 유일한 척도가 되어 버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생이라는 세계를 만나기 위해 교사는 날개를 가져야 한다. 학생들이 날개를 달고 타인의 세계 앞에 놓인 심연을 건널 수 있도록, 그리하여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교사가 먼저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수능을 몇 문제 더 맞추는 것보다는 중요한 일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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