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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호/사설] 유머와 감수성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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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은 사람들 사이의 긴장을 풀어준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을 때 부드러운 농담 한마디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마음을 열게 한다.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킬 재치 있는 농담을 잘 던지는 사람, 같이 있으면 항상 웃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들 곁에 두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많은 학생들을 앞에 놓고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농담은 그래서 특히 매력적인 도구이다. 졸거나 심심해하는 학생들 앞에서 이목을 끌고 한 순간 집중하게 만드는 농담을 잘 구사할 수 있다면 강연자로서 유능함이 돋보일 것이다. 유명하다는 스타 강사의 강의를 들어보면 몇 분마다 청중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도록 재미있는 농담을 많이 구사한다. 강의는 활기차고 청중은 쉽게 빠져든다. 웃음은 이렇게 사람 사이의 긴장을 풀고 상대를 내 이야기 속으로 이끄는 힘을 갖는다.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배움을 실천하도록 이끌어내는 데에 유머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끔 상대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이나 남의 신체적 특징이나 실수를 이용해서 놀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사가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맨 앞에 앉은 학생의 특징을 하나 잡아 농담을 던질 때 다 같이 웃으며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 농담에 누군가는 불쾌하거나 불편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정 학생을 지칭하지 않고 교사가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서 자기비하식의 농담을 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동일한 약점을 가진 학생은 그 순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학(詩學)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비극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의 이야기는 희극으로 풀어낸다고 했다. 누군가의 모자란 부분은 웃음의 포인트가 되기 쉽다. 그러나 교사라면 웃음의 포인트를 찾을 때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 유머로 가볍게 다루어져서는 안 되는 결핍의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수자로서의 경험이 없는 교사라면 그 부분을 무심하게 넘길 위험이 있다. ‘무슨 예능을 다큐로 받아?’라며 가볍게 넘기기가 쉽다. 하지만 교사는 재미와 진지함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해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줄타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다방면의 감수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감수성이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성질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고 타인의 마음과 상황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면, 그래서 외부 세계를 향한 수용체가 민감하게 작동한다면, 감수성은 자랄 수 있다. 젠더 감수성, 인권 감수성, 다문화 감수성은 소수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는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출발에 우리 학생들이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언제나 함께 있고 싶은 유쾌한 사람, 사람들 사이의 긴장을 풀어주는 편안한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유머러스하면서 예민한 교사’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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