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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호/영화도서관] 메타-영화를 겹치기 : Into the Spider-verse

현정우l승인2019.03.18l수정2019.05.1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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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재미없는 영화에 ‘진부한’이란 표현을 붙일까. 종종 지루함 혹은 지지부진함 등의 단어들과 혼용될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진부함이란 표현이 다른 단어보다 많이 보이는 탓은 무얼까. 사람들이 낡은 것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길 원해서?

예전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낡았다거나 요즘 개봉했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생각한다. 단순히 언제 만들어졌는지가 새로움의 기준이 된다면 지금 만들어지는 모든 매체의 영상물들이 새로운 것에 가까워야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매체는 감각의 전제 하에 만들어지고 쓰이고 퍼지지만, 동시에 감각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도 쓰고 있다. 지금 텔레비전의 뉴스는 예전보다 선명한 디자인과 화질,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제공하지만 뉴스 자체가 새롭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바뀐 것을) 인식하기 이전에 이미 인식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혹은 미리 그럴 수 있게 규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영화 장르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해 본다. 서부 영화,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같은 것들이 생겨났는데 여기는 시대의 영향도 있고 잘 팔리는 요인을 분석하는 둥 과학적 유추의 과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르화가 가능한 데에는 한 가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군집된 특징들의 표준화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작금의 "○○ 서사"로 표출되는 방식을 생각헤 보자. 현재의 표준화는 (실재 결과물이 그만큼 이야기의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서사라는 말꼬리를 장르의 뼈대 삼아 진행되는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새로움의 기준은 새로움이 탄생 가능한 기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의 구림을 지목하는 전략으로 일반인 대중들에게 주목받는, 이른바 '서민'과 구분되는 슈퍼 히어로의 특징(부,외모 등)을 지목하던 시절은 오래되었다. 현실과 타협하고, 농담과 주절주절 수다를 떨 줄 아는 자칭-안티 히어로들의 모습이 드러났으며 도로 특징화됨으로써 이미지-변론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과정의 '영웅 서사'에는 어떠한 변함이 없었으며, 변화한 것은 새로운 슈퍼 히어로(에)의 공정에 가깝다. 내가 결국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 것인데, '영웅 서사'를 바꾸지 않는 한도 내에서 영화를 끝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이 상대 진영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순간의 배신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시험과 고난과 역경을 헤치는 길에는 몇 차례의 각성이 끼어 있다.

다르게 말하면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그렇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여태껏 수없이 봐온 클리셰들일 뿐이다. 다만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다른 것을 단순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1930년대에서 온 느와르는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필름 누아르가 유행하던 흑백 영화를 반영한 것이라 생각하게끔 한다. 페니 파커나 스파이더햄의 등장 장면도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알게끔 한다. 루니툰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스파이더햄 - 포키 파커의 등장 장면을 보고 “몇 년대 코믹스 스타일 같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개별 이미지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른 영화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영화에 경도하게끔 만드는 계기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만화, 3D 애니메이션, 2D 애니메이션 등 서로 다른 매체의 표현 방식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는 동안은 분리되어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 여러 개의 표현방식을 두고 번갈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의 영화, 영화의 주 픽션 하나를 구성하는 기술 위에 다른 픽션-평행 우주 속의 기술들을 몇 번이고 겹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작금의 영화에서 메타 픽션을 찾지 않는 것이 힘들고,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도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방식처럼 메타 픽션을 사용하지만 중첩되는 회화의 모습을 점멸시키면서 커다란 영화 하나를 보게 만든다.

다른 차원에서의 몸의 상태를 선명한 색의 노이즈로 표현한 데에서 우리는 이 영화가 지시하는 메타데이터 개념의 소재를 바라보게 된다. 선명한 보색 조각들로 쪼개진 사물의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 조정 시간의 테스트 패턴과 유사하다 말할 수도 있을까. 개봉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영화만큼 IMAX 포맷에 적합한 영화는 없다는 등 극장 경험을 추천하는 글들이 종종 보였다. 굳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다 생각하지만 그런 말이 나오는 데에는 영화가 색채들로 강하게 메워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이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해서 검은색과 흰 색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영화 속 누아르는 검은색과 흰 색만 구분할 줄 안다. 과장되리만치 거대한 킹핀의 검은색 몸집도 빨간색만 가득한 배경 속에선 무용해져만 간다. 이외의 요소를 무시할 만큼 강한 색채들의 집합이 매체를 불러 온 메타 요인들을 평평하게 만든 게 아닐까.

겹침이라는 상태는 쌓여있는 하나의 덩어리 더미 속에 개별 덩어리가 인식될 때 가능하다. 학교에서 마주친 이후로 마일스는 알케맥스에서 한 번 더 그웬과 마주치는데, 이 때 그웬은 알케맥스 연구원의 모습으로 마일스와 부딪힌다. 그러나 아주 조금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그웬은 다른 두 스파이더맨과 함께 스파이더맨 역할로 재등장한다. 평행 세계-다른 차원에서 넘어왔음에도 작화는 달라지지 않는다. “만화에 불만 있냐?”는 스파이더햄의 일갈이 괜히 들어간 대사는 아닌 것만 같다.


현정우  kubrick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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