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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호/기자칼럼] 왜 ‘재난’인가

현정우l승인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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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여신금융협회가 최근 ‘휴대전화 메시지 표준 약관’을 제정했으며 곧 시행 예정에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 카드 사들이 하나 둘 문자 메시지에서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로 고객용 휴대전화 메시지 전달 수단을 바꿀 예정이라는 소식 또한 전해졌다.
오래 전에 읽었던 기사가 떠올랐다.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 신용 거래가 확산됨에 따라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실태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기사였다. 기사가 사례를 도입하기에 앞서 제시했던 쟁점은 현금 사용의 감소가 취약계층의 경제활동과 국가의 통화량 관리에 어려움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전자에 대한 얘기가 듣고 싶었지만 기사는 죽 현금 사용 감소에 세계 시장이 대처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된 시기에, 전자 거래 내역을 모바일 메신저(아마 카카오톡)로 전송 처리한다는 기사를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도 떠올랐다. 이 일괄적인 흐름이 더군다나 메시지 전송에 소모되는 기업의 연간 비용을 절감하고자 착안되었다는 점에서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개인 ‘본인’의 인식 문제가 크다고만 생각한다. 고령층이니까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이용하는 데에 익숙한 거라고. 신용등급에 곤란을 초래할 만큼 부채를 진 건 소득이 낮으니까 그런 거라고. 일용직 현장에서는 10만원을 채 웃도는 일당이 현금으로 지급된다. 청소년이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학생증을 지참해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청년수당, 아동수당 등의 국가적 복지 계략들도 현금급여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자 거래가 갖고 있는 특징은 소외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한다. 개인 계좌에서 현금을 출금할 경우 은행은 근무 시간에 따라 혹은 항시 일정량의 수수료를 인출한다. 이는 많게는 1300원에서 적게는 250원을 오간다. 이용 고객층에 따라 통상적인 지출 범위가 달라지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같은 1300원이더라도 소득이 다르면 가치도 달라진다. 하물며 은행은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신용을 보장하는가?
카카오톡 계정 최초 가입 절차에는 인증에 필요한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필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 통신사에 개인 정보 처리 권한을 위탁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쉽사리 전화번호를 만들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은행 계좌에도 전화번호를 등록하지 못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카카오톡 계정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이마저 없어지면 이전 개인정보에 어떠한 권한도 행사하지 못할까봐 발이 꽁꽁 묶여 있던 때가 있었다. 정확히 이 상태에서 메신저 계정마저 없다면 해당 개인의 모든 금융 거래 정보는 지하실 한 구석에서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게 되지 않을까. 신용 불량자, 주민등록 말소자, 법정대리인이 존재하지 않는 만 14세 미만의 아동, 주부, 학교 밖 청소년, 연체자, 전과자, 전산 금융 시스템은 그 자체로도 이미 정확하고 광의적인 정상성의 표식이 아닌가.
여신금융협회의 ‘표준 약관’이 실행된 직후의 문제점들을 놓치면 안 된다. 고령층의 모바일 기기 적응 문제 등 이미 제기되었던 ‒혹은 제기될‒ 측면도 있을 테고, 카카오톡을 주 메신저로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계좌 이용만을 위해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하는 문제점도 있을 테다. 2018년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 한 곳에서만 세 차례의 통신 장애가 일어났고, 같은 해 11월 24일 서울 일대는 KT 서부지사 화재로 인해 통신망이 단절되었다. 화재 대책 미비와 인터넷, 카드거래, 금융서비스까지 걷잡을 수 없이 마비되는 모습을 두고 언론들은 ‘총체적 재난’ 등등의 말들을 덧붙였다. 한 개의 버튼에 결정되는 난국을 재난이라 둔다면 시스템 하에 수없이 은멸되어 버린, ‘재난’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현정우  kubrick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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