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1.27 화 16:21

[423호/사설] 학교폭력에 대한 사법적 접근의 명암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8.11.2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2008년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약칭,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당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법제화가 이루어진 이래로 학교폭력에 대해 관대했던 인식이 변화하고 학교폭력의 발생비율도 꾸준히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교육현장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의 시행과 관련하여 가장 심각하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교사들이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갈등과 우발적 다툼마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나 혹여 법적 절차 조치를 교사들이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징계의 두려움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에 상정하여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정작 교사들이 해야 할 교육적 조치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법 시행 이전에는 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교육적으로 중재할 수 있었던 사안들도 법 시행 이후에는 자치위원회에 신고하여 기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폭력의 해결에 있어서 교육전문가인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적 접근보다는 사법적인 접근이 주가 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 및 학부모와의 잦은 갈등과 분쟁에 휩싸이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단순한 법적 처리로 학생들 역시 상당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 초·중등 학생들은 미성년자들로서 아직 성장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일반 범죄를 범하더라도 성인들과 같이 엄격하게 처벌하는 대신 반성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교육적 개입을 통한 변화와 성장의 여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폭력 예방법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이러한 여지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측면을 빗대어 교사들은 ‘가해학생과와 피해학생은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여 이미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뒤늦게 이 사안이 문제가 되어 자치위원회가 열리고 가해학생에게 접근금지, 학급교체, 전학 등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법인지를 모르겠다.’라는 하소연도 종종 듣게 된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법적 처리는 학부모들에게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자치위원회가 열리면 사안에 따라 징계를 내리게 되는데, 이에 대해 학부모들이 반발하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생업에 종사하면서 법적 송사를 치르느라 시간적, 심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렇듯, 대부분의 교육주체들이 학교폭력예방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자치위원회 상정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푸념들이 자주 들린다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접근의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고려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사항은 ‘학교폭력은 왜 발생할까? 이것을 아예 근절할 수는 없을까?’에 관한 문제이다. 실제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개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선 학교폭력은 학생들 간의 욕구가 다르고 서로의 욕구가 중재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갈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마다 욕구가 다를 수 있음을 전제한다면, 학교폭력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이러한 과정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가 간의 이해가 상충되면 외교로 먼저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개인 간의 욕구와 이해가 상충될 때, 곧바로 폭력을 사용하기 이전에 합리적인 문제해결, 즉 대화를 통한 양보와 타협, 협상을 통한 해결이 우선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단순히 신체적 폭력을 강하게 규제하는 법을 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학교폭력 발생현황에 대한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나는데, 신체적 폭력을 강하게 규제하면 언어적 폭력이, 언어적 폭력을 강하게 규제하면 사이버 폭력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도 알 수 있다. 
결국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인 강제와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와 병행하여 학교에서 교사와 학교장의 재량권을 어느 정도 부여하여 교육적 접근을 먼저 시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가정교육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적 기능을 복원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교원대신문  knuepress@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교원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류희찬  |  주간: 손정주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지연/김보임/허주리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18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