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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호/교수의 서재] "paxis, 이론과 실천의 합"

최예찬 기자, 허지훈 기자l승인2018.11.27l수정2018.11.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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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교육학과 김영석 교수를 만나 젊은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영석 교수는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을 의미 있게 읽은 책으로 소개했다.

◇ <페다고지: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을 읽은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생 때 과 학생 학술모임이 있었어요. 책을 선정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 책을 읽고 토론하고, 자유롭게 진행되는 모임이었어요. 그 모임 이름이 프락시스(praxis)였어요. 프락시스라고 이 책에도 쓰여 있죠. 그 말을 여기서 따온 거예요. 이게 그리스어로 ‘실천과 이론의 합’이라는 뜻이거든요. 3, 4학년 선배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자고 해서 1학년 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즉, 대학교 1학년 학과 내 학술 스터디 도서로 추천받아서 읽게 된 거죠.

◇ <페다고지: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책의 저자 파울로 프레이리는 브라질 출신의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였어요. 이 책은 교육에 관한 그의 생각과 지금까지(1968년까지)의 교육에 관한 비판점 그리고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이 1968년도에 쓰인 책인데, 그때는 남미가 많이 가난했어요. 가난하다는 것은 빈부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에요. 빈부의 격차가 클 경우에,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일단 글씨를 못 읽잖아요. 요즘에는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문맹자를 비문해자라고 하지요. 프레이리는 비문해자가 30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포르투갈어를 읽고 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그리고 그는 단지 읽고 쓰는 것에서 활동을 그치지 않았어요. 그의 활동은 농민들이 정치인이나 부자 등 권력자에게 억눌렸던 것을 일깨우는 토론으로까지 이어졌어요. 그것을 통해서 내가 지금까지 가난한 게 사회경제적 실태구나, 이런 것들을 일깨우는 그런 교육을 실시했던 것이죠. 이 책에는 비슷한 사례가 성공했다는 내용도 들어있고, 실제로 본인이 했던 활동의 실황도 보여줘요. 예를 들어 시(poem)를 통해서, 사진을 통해서 어떻게 교육했는지를 소개하거든요. 즉, 이 책은 프레이리가 실제로 실시했던 교육프로그램과 그의 교육철학을 소개하는, 재밌는 책입니다.

◇ <페다고지: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을 추천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학교 학생들이 꼭 교사가 되는 건 아니지만 교육을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다 보니까, 교육에 관해 고민할 기회가 많잖아요.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가, 첫 번째는 이 책을 읽으면 교육의 대상을 누구로 삼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돼요. 청소년기를 지나고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오니까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평생교육을 전공하니까 교육을 학교라는 공간에 한정하지 않거든요. 교육을 학교 내부의 고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책의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농민들에 대한 교육이에요. 오히려 학교 교육은 인구수로 보면 엄청 작은 거예요. 성인기의 교육 대상자가 학령기 학생의 인구수보다 훨씬 더 많잖아요. 즉, 학령기 학생의 제도권 교육 외에도 교육의 대상인 사람은 정말 많다는 거예요. 
또 우리 사회가 경쟁 사회다 보니 교육의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도 공부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거나 너무 가난해서 대학을 갈 수 없다거나 하는 등 억눌린 자들의 상황이 여전히 있거든요. 이민자들이나 난민 등 우리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70년대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을 것이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교육의 수혜자로 살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즉,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 사회에서 정말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은 프레이리가 만든 용어로 은행저금식 교육과 문제제기식 교육이에요. 은행저금식 교육은 은행에 저금하는 것처럼 지식이 교사로부터 학생에게 전달되면 학생은 고민 없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지식을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 인출하듯이 쓸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제기식 교육은 은행저금식 교육과 달리 한 번 더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아까 얘기했듯이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불평등할까라든지, 학생의 인권이 교사의 인권보다 왜 우선되지 못하는지, 우리 사회의 부조리는 왜 아직 없어지지 않는지,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억압적인 위치에 왜 계속 있는가처럼 의문을 갖는 거예요. 그저 지식을 받고 암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특히 개인의 성공을 위해 지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지게 하는 문제제기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문제제기식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예요. 대화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질문하지 않아요. 대화라는 것은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것이고 인격과 인격이 만났을 때 스스로 학생들이 문제제기가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3장과 4장 모두 대화를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 학생들 가운데 40퍼센트 정도는 교사가 될 거이고, 교사가 되지 않더라도 교육을 고민할 거잖아요. 교육이 지금까지 너무 은행저금식으로 되었고 그게 꽤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잘 안 했잖아요. 교사가 좋은 지식을 저금해주기만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세 번째로 이 책은 프락시스를 말하며 아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꼭 행동하라는 얘기를 해요. 이 분도 그런 삶을 살았거든요. 프레이리는 브라질에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어요. 너무 선동적인 운동을 하니까 정치인들이 보기에는 싫은 거죠. 실제로 그는 계속 정권에 반기를 든다는 이유로 우파 정권에게 쫓겨나기도 했어요. 세 번째 이유와 관하여는 나도 반성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나도 노인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노인교육을 실시하는 경험은 거의 없거든요. 한두 번 봉사하거나 노인을 가르쳐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즉, 이 책은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실제 행동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그런 물음을 갖게 해요. 왜냐하면 프레이리의 삶이 그런 삶이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교사가 되었을 때, 학교라는 곳에 공간을 한정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도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직업을 갖더라도 억눌린 자를 위해서 봉사활동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정리하자면 첫 번째, 교육이 나보다 못한 사람이나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약자 등 억눌린 자를 위한 행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 진정한 교육은 지식을 전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대화를 통해서 학생이 성찰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세 번째, 교육이라는 행위가 반드시 실천으로 연결이 됐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때에도 혹은 교사가 되어서라도 사회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 입을 닫고 가만히 있지 않으면 좋겠어요. 어떤 식으로라도 행동·실천하는 교사나 학부모, 일반 시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데에서 <페다고지: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 책에 비추어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미 다 한 거 같아요. 물론 내가 교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과연 교육이라는 행위가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임용고시를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가 된 분들께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숙제를 안 해오는 학생이나 준비물을 안 갖고 오는 학생은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편부, 편모, 아버지가 계셔도 늦게까지 일해야 해서 숙제 못 봐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가출도 하고, 담배 피우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행동의 이유를 과연 모범생 선생님들이 이해해줄 수 있을까. 교육이라는 행위를 자신의 성공이나 직업적 수단으로 한다면 그런 학생들은 대학가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아이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게 아니라 이 책을 읽다 보면 교육이 그런 아이들을 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늘 받아왔던 억눌림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해보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말이죠. 소크라테스가 문답법을 사용했듯 대화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심어주거든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삶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학생들이 던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대학생들에게도 필요하고 특히 교사가 되는 학생들,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교원대에 왔으면 많은 경우에 억눌린 자로 안 살았다고 생각을 해요. 좋은 부모님 밑에서 교육의 행위를 하지만 우리는 남과 비교했을 때 나는 받고 있는 게 많다는 생각을 많이 못 해요. 사실 4년 대학 졸업을 했다는 건, 특히나 국민의 세금으로 거의 무료로 대학을 다닌다는 건 상당한 혜택을 받은 집단이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우리는 교육이라는 행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죠. 교육이라는 행위가 단지 지식을 은행저금식으로 접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다.라고 프레이리는 얘기해요. 물론 이 책의 큰 단점은 청소년을 위한 교육은 아니라는 거예요. 나도 청소년 때 내 인생을 성찰한 기억이 안 나요. 성찰할 능력은 있었으나 그 계기가 없었을 뿐이었겠죠. 초등학생을 붙잡고 인생에 관해 고민해봐. 뭐 이런 건 안 되겠지만, 고등학생들까지는 그러한 행위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최예찬 기자, 허지훈 기자  cdsyhs00@naver.com , hjh84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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