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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호/교육칼럼]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를 바라보며

김동건 기자l승인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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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만 해도 아이들마다 돈가스와 탕수육을 깍두기 크기로 잘게 썰어 서너 조각 만들어 주고, 200명이 넘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닭 세 마리로 우린 국물에 닭곰탕을 먹습니다.” 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직 사립 유치원 교사가 올린 글이다. 사립 유치원 비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유치원 원장의 개인 돈처럼 쓰이고 있었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사립 유치원 비리 실태에 따르면 17개 시‧도 교육청이 최근 5년간 벌인 감사로 전국 1879개 유치원에서 269억 원의 비리가 적발되었다. 유치원 돈이 노래방, 숙박업소, 명품 가방, 외제차 운영비 심지어 성인용품 구매에 사용된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누리 과정 예산으로 사립 유치원에 매년 2조 원 이상을 지원해주는데, 국민들의 혈세가 유치원 원장들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되어 왔던 것이다. 각 시도 교육청은 감사에 적발된 비리 유치원 실명 명단 전체를 공개했지만, 정작 큰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공개되지 않았다. 비리 유치원 명단에 속해있지 않은 유치원이라고 해도 신뢰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 사립 유치원들은 정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비리 결과 발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내년도 입학생을 받지 않거나 폐원을 하겠다고 밝힌 유치원, 입학을 위한 원서 접수 사이트인 ‘처음 학교로’에 등록하지 않은 유치원도 있다. 사립 유치원 비리 공개 이후 유치원은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교육자인지 유치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업가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사립 유치원 비리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교육 당국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국‧공립 유치원은 ‘에듀파인’이라는 국가 회계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사립 유치원만 예외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는 불투명한 회계에서 비롯되었는데, 불투명한 회계 관리 시스템 개선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2010년, 경기도 교육청이 유치원 회계 시스템 시범 운영을 마치고 실행하려고 했으나 사립 유치원의 반발로 교육부가 무산시켰다. 또한, 지난 2014년부터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위해 추진하던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올해 발표된 유아교육 5개년 계획에서 빠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구축이 완료되어 시행되고 있어야 했다. 사립 유치원에 대한 투명하고 정확한 회계 감사가 이루어졌다면 비리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막을 수 있었다. 회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토대가 갖춰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사립 유치원 비리 사건이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이제야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당장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아직, 마땅한 대안도 나오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사립 유치원이 비리 결과 공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폐원되면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기가 어려울뿐더러 맞벌이 가정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부모들이 필요한 경우 다른 유치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립 유치원이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거나 갑작스레 폐원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비리가 밝혀진 유치원을 제대로 처벌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에서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3법’을 통과시키는 것과 동시에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시급히 조성되고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김동건 기자  donginha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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