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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호/기획] 2018 광주 청소년 독립 페스티벌

글 : 김지연 기자 / 편집 : 정화정 기자l승인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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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3일 오후. 89년 전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시작된 광주에서 그 정신을 계승하는 청소년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광주청소년독립페스티벌’은 ‘청소년 [ ] 숨쉬다’라는 주제로 5·18민주광장 일대에서 진행됐다. ▲청소년사회참여대회 ▲정책제안마켓 ▲학생독립운동 재연 퍼포먼스 ▲거리행진 ▲교복체험 및 패션쇼 ▲청소년집회 등으로 이루어진 광주청소년독립페스티벌을 찾아 청소년운동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았다..

 

◇ 다양한 의제의 청소년운동

한국의 학생운동은 근대 이후의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방 이전의 학생운동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반대하고 독립을 요구했다면, 광복 이후에는 주로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역할을 했다.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등 많은 민중운동에서 학생운동은 주도적인 위치에 섰으며, 민중·노동운동과 연대하여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다.

현재의 청소년운동은 당시 학생운동보다 다양한 의제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광주청소년독립페스티벌에서 청소년들은 ‘청소년 [오늘을] 숨쉬다’(청소년 광장이슈 카페) ‘청소년 [노동] 숨쉬다’(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청소년 [인간다움으로] 숨쉬다’(광주광역시교육청 서부중등학생의회) ‘청소년 [애국심과 표현이] 숨쉬다’(광주흥사단)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했다.

 

◇ 청소년 참정권과 정치참여

광주청소년독립페스티벌에서는 제3대 광주광역시 어린이청소년의회 현장투표도 함께 진행되어 ▲두드림당 ▲올리고당 ▲여기 청소년 있당 ▲사람답게 살고싶당 ▲모꼬지당 ▲청년의당 ▲혜윰당 ▲청소년도 진보한당 등 8개의 정당이 선거운동을 벌였다.

어린이청소년의회는 「어린이·청소년 친화도시 조성 조례」 제7조에 의거하여 어린이청소년의 정책참여를 보장하고 그 의견을 반영하여 온전한 시민으로서 사회참여와 환경을 마련하고자 추진되었다. 이처럼 청소년은 다양한 정치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청소년의 참정권은 현재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

2016년 겨울, 청소년들은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국정농단을 비판했다. 동등한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동시에 그들은 동등한 시민일 수 없었다. 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선거 연령을 만 19세로 정하고 있다.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7년 실시한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47.3%가 투표 연령에 대해 ‘만 19세보다 낮추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는 “미성년자는 정신적 신체적 자율성이 불충분”하고 “정치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선거 연령을 제한하는 법률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논리다.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 보는 시각은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앞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참여가 어려운 이유로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 보는 사회의 편견 때문이다’를 가장 많이 꼽았다(37.9%). 그러나 현재 OECD 소속 35개 국가 중 선거연령을 19세로 제한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세계를 기준으로 보아도 232개국 중 215개국이 선거 가능 연령을 18세로 정하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위해 2017년 9월 결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이 없기에 정치인들이 청소년 인권에 무관심하다. 입시공부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 삶을 바꿀 기회가 청소년에게 주어져야 한다. 청소년 시기는 민주주의를 단지 훈련하는 나이가 아니다.”라며 선거 연령 하향 조정과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 청소년과 교육

광주청소년독립페스티벌에서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의 동아리 ‘가치가자’는 현재 교육제도를 학생 개개인에게 알맞게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대자보의 벽’과 청소년행진에서 청소년이 만든 피켓에서도 “입시 제도를 어른들 마음대로 바꾸지 말아라”, “자습 아닌 다른 자유시간 갖고 싶다”, “교육제도 선택권을 학생에게 달라”, “공부 그만하고 싶다” 등 교육에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복에 대한 비판이 가장 뜨거웠다. 광산구 청소년수련관 운영위원회 π는 “내가 3시에 교복을 입어야 한다면 1시부터 답답해질 거야”라는 제목으로 여학생 교복의 불편함을 주장하고, 키 160cm인 여학생 교복 상의가 8세 아동복과 크기가 비슷함을 지적하며 성중립 교복을 요구했다. 직업계고학생연대 역시 미국 공립학교를 모델로 한 교복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며 ▲학생의 활동성과 디자인을 고려한 의류 선정 ▲불필요한 액세서리(넥타이 등), 의류(동복 자켓)를 없애고 간소화 ▲학교 학생의 증명은 기존 학생증, 또는 뱃지로 탈부착이 가능한 형식으로 교복을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이처럼 청소년은 교육주체로서 교육의 다양한 현안과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입시제도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행동하는 청소년도 존재한다. 오는 15일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단체는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문을 발표하는 ‘멈춘 자들의 행진’을 개최한다. 11월 6일 한 청소년은 ‘청소년신문 요즘것들’에 “대학은 마치 ‘보험’과 같다. (...) 나는 지금은 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원한다. 중요한 건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는 획일적인 하나의 삶만을 고민하는 사회 말고,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를 그리는 데에 내 삶을 보태고 싶다”며 대학 입시 거부를 선언했다.

 

◇ 스쿨미투와 성평등

여성 의제 역시 폭넓게 다뤄졌다. 광산구청소년성문화센터는 ‘모두를 위한 성별 고정관념 테스트’와 유모차, 자궁, 여경 등의 단어를 유아차, 포궁, 경찰 등으로 바꾸는 ‘성차별 언어 바꾸기’ 행사를 진행하였으며, ‘2018 청소년이 선정한 이슈’에는 혜화역 시위와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포함되었다. 청소년들은 특히 학교 내에서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에 대해 “학생은 꽃도, 눈요깃거리도 아니다”,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당하고도 입 다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억울하다”며 분노를 표현했다.

이날 서울에서는 학생의 날 맞이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진행됐다. 우리학교 동아리 행동하는예비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한 이 집회에서 참여자들은 “꽃다운 여고생 같은 소리 하네”,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시 교육청 앞으로 행진했다. 집회에 참여한 익명의 학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받는 차별은 학교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가지고 스쿨미투를 고발한 사람들은 아직도 2차가해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여학생들이 말할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앞으로도 이런 집회에 참여하고 싶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같은 날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교육계재립촉구시위’도 열려 “교육부는 학생들을 보호하라”, “가해교사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 청소년과 노동

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이하 ‘센터’)에서는 ‘청소년이 알바하기 좋은 사회 만들기’라는 이름의 부스로 청소년사회참여대회에 참여했다. 청소년노동을 공부하는 모임 ‘알바지킴이’와 센터가 함께 ‘청소년 알바 친화사업장’ 31곳을 선정하고 청소년 노동인권을 알리는 부스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눠 갖는 곳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는 곳 ▲주 15시간 이상 노동자에에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곳 ▲사업주로부터의 폭언·폭행·성적 피해가 없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 ▲노동자가 노동인권친화사업장으로 추천하는 곳의 총 5가지 조건으로 사업장을 선정했다.

센터의 양유진 정책부장은 신문 ‘광주드림’에 실은 글에서 “센터에서 실시한 2017년도 기준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노동이 부당대우를 경험하는 비율은 23.9%로, 그중 대안교육기관 및 단체 등에 소속된 청소년 노동자은 40.5%가 부당대우를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경우는 약 66%,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약 70%였다. 뿐만 아니라 욕설 피해를 듣는 사례도 10%, 성적 피해를 겪는 경우도 4%가 있었다. 청소년들이 알바하기 좋은 사업장을 찾기란 극히 드문 것이다.”라며 청소년의 노동환경이 인권친화적이지 않음을 지적했다. ‘청소년신문 요즘것들’의 트리 기자는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만들어진 법들은 청소년을 노동시장에서 더 취약한 위치로 내몬다. 청소년 노동자들이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호한다며 제약을 가하기보다 현실을 고려해 제도를 보완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라며 제도 보완을 통한 청소년노동인권 보장을 요구했다.

 

◇ 청소년과 ‘인간다움’

광주광역시교육청 서부중등학생의회는 ‘인간다움’을 주제로 부스를 진행하며 ‘우리는 학생답기 전에 인간답고 싶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에게 으레 기대되는 ‘학생다움’이라는 가치는 청소년 당사자가 아닌 비청소년이 제시한 것으로, 대부분의 경우 합리적 이유보다는 비청소년의 자의적이고 일방적 주장에서 기인한다. 

청소년들은 생활 속에서 강요받는 ‘학생다움’의 예시로 “학생이면 학생답게 다녀야지”,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학생이 무슨 염색/화장이야” 등 청소년의 행동을 제약하는 발언을 꼽았으며, 특히 두발·복장규제에 대해 “머리 염색이랑 수업 분위기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추워 죽겠는데 왜 겉옷 못 입게 하냐”, “학생다움은 학생이 만드는 것이다. 두발자유화 해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나이도 어린 게 말대꾸야”, “어린놈의 자식이...” 등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무시하는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학생다움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난 인간다운 삶을 요구했다.

지난 2일 청소년 인권단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은 ‘학생다움’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한 학칙에 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열당하고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그저 말뿐,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해 의견을 반영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교복을 입고 창살에 갇힌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학생다움’이라는 감옥에 더 이상 갇혀있지 않겠다”,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고 청소년 인권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글 : 김지연 기자 / 편집 : 정화정 기자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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