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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호/교육탑] “행성이 꼭 동그랄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반으로 접었어요”

학교 밖 청소년 징검다리 거점공간, ‘나도, 꽃’과의 인터뷰 이현주 기자l승인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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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꽃’ 김도경 활동가의 행성 그림. 표제는 이 그림에 대한 김도경 활동가의 말이다. [출처] 나도꽃 블로그

 ‘몇 학년이니?’, ‘어디 학교 다녀?’, ‘학생증 좀 보여주세요.’ 우리는 자연스럽게 청소년은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관심도, 정책도 모두 학교 안으로 쏠려 있다. 그러나 학교 밖에는 약 40만 명의 청소년들이 있다. 사회는 그들의 모습을 정형화하고 때로는 지워버리곤 하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 10월 17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으로 ‘고등학교 단계 학업중단학생 학습지원 사업’과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 지급’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이 방안은 정말 그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삶과 정책의 효과에 대해 듣기 위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징검다리 거점공간인 ‘나도, 꽃’과 함께하는 청소년사업팀 하은주 팀원과 만나 보았다.

 

Q.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요?

A. 제가 그걸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나도꽃’ 활동가들을 통해 본 어려움들을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입시 준비를 하면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학교 밖 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검정고시를 보고 그에 맞는 입시를 선택하는데 검정고시로 갈 수 있는 전형이 상대적으로 많이 적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희망하는 학교가 검정고시를 인정하지 않는 학교도 있고요. 아무래도 그렇게 좁은 입시전형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는 모습도 본 것 같아요. 학교 밖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 사실 모든 것에 돈이 조금은 들어가잖아요. 교육이든 체험이든 하다못해 사람을 만나는데도 돈이 필요한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요. 청소년의 나이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많이 한정되어 있고 시선도 사실 좋지 않으시죠. 그래서 짧게 일하게 되다 보니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구하고 싶지만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시선 때문에 어려워하는 활동가들도 있어요. 낮에 버스를 탔는데 어떤 할아버님께서 “너 왜 이 시간에 여기에 있냐. 학교 안 가고 왜 여기에 있냐’는 쓴소리를 하신다든가.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을 배제한 교복 이벤트나 청소년 할인이라고 해서 봤더니 학생증을 요구하는 일도 많죠. 일상생활에서의 소속감이 없고 안 좋은 시선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는 것 같아요.

Q.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등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향한 사회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실제로 복학을 고민하는 활동가들도 있어요.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나 주변에서 학교를 가야 하지 않겠냐는 압박도 있는 것 같아요. 정규적으로 학교를 들어가서 졸업하는 게 정상적인 패턴이라는 생각이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학교 밖 청소년들을 정상적 과정을 성공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시고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런 시선을 견디지 못해서 학교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고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친구들도 다른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학교라는 공간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학교를 나오더라도 삶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잘 흘러가고 그 사람만의 색깔로 삶이 이어지는 것을 올해 많이 확인했어요. 뭐가 일반적이고 뭐가 일반적이지 않다기보다 삶에는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다는 인식을 갖기 위해 저희들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Q.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저도 많이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실제로 관계의 불편함이 있어 나왔을 수도 있고요. 학교를 다니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서, 특정한 분야에 좀 더 몰입하고 싶다거나 학교에 부당함을 느껴서 나온 활동가들도 있어요.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다양한 만큼 학교 밖 청소년들도 정말 다양합니다.

 

Q.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학교 밖으로 나오는데 주어지는 프로그램은 검정고시, 자격증 취득 등으로 한정적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교육환경이나 제도들이 학교 밖 청소년들의 필요를 충족할 만큼 잘 갖춰져 있나요?

A. 전국에 206개의 ‘꿈드림’이라는 지원센터가 있습니다. ‘꿈드림’은 학업, 검정고시나 자격증 취득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검정고시가 필요한 친구들이 있고, 자격증이 필요한 친구들도 분명히 있기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도꽃’의 경우는 좀 더 자유로운 환경이기에 청소년 각자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요. 이러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기관들이 서로 잘 연결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질문받고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가 잘 되어있는 걸까? 뭐가 더 필요할까?’라는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게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진짜 필요한 것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나도꽃’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청소년 각자가 다양하고 개별적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개별적인 접근이라는 확인은 확실히 해요.

Q. 2019년 시범사업으로 운영될 교육기본수당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A. 도움이 될 수 있냐는 것에 대한 저의 답은 일단 ‘그렇다’입니다. 어쨌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점점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꽃’에서도 활동가들에게 활동지원금을 줍니다. 본인이 계획한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그 지원금을 사용하는 거예요. 자기 통장에 활동지원금이 들어오니까 반응이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당황하는 친구도 있고요. 이 돈을 내가 써도 되나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처음에 돈 쓰기를 주저하는 모습도 봤어요. 결국에는 자기를 위해서 주는 활동지원금이고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에 쓰다 보니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점점 더 알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 돈이 없었으면 못 했던 것들을 여윳돈이 생기니까 도전해보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거죠. 교육기본수당도 그런 측면에서 주어진다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 돈이 없었다면 못 했던 것들을 하면서 여유도 생길 수 있을 것 같고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데 돈을 쓰는 방법을 안다면 진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욕도 많이 하더라고요. 기본수당을 준다고 했을 때 ‘그럼 나도 학교 안 갈 거야.’ 이런 식의 악플도 되게 많이 달린 것으로 알고 있고. 분명히 노는 데 흥청망청 쓸 거 아니냐고 하기도 하고. 근데 저는 노는데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데도 돈이 필요한데 그 돈으로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생활에 쓴다든가 했을 때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삶의 여유가 생겼을 때 조금 더 내 앞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교육기본수당을 처음부터 잘 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가 저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월 몇십만 원을 준다고 했을 때 선뜻 못 쓸 것 같아요. 그것도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우리도 ‘나’를 위해 돈을 쓴다는 게 어려운데. 그이들도 어렵지 않을까요. 시도해보고 방법들을 같이 익혀간다면 수당을 충분히 그 친구들을 위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을 이제야 조금 찾아가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를 나오면서 받지 못한 혜택이 분명히 있을 텐데. 학교를 다닐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혜택을 받게 되잖아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교를 나온 친구들이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입장의 차이가 정말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학교 안에 있는 것만으로 받는 혜택이 있는데 학교 밖에는 그런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고. 어쨌든 학교 밖 청소년들이 놓치고 있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며 가장 많이 들은 건 학교 밖 청소년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청소년이라고 하면 그 안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앞에 ‘학교 밖’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정형화된 이미지가 떠오르곤 한다. 자신과 다른 타자는, 소수인 집단은 일반화되기 쉽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명칭 안에는 각자의 이야기와 고유한 삶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행성이 꼭 둥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나도꽃’ 활동가의 목소리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현주 기자  kyo6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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