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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호/독자의 시선] 괴짜들의 잔치

박은혜l승인20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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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노벨상을 아는가? 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7개 부문에서 훌륭한 적족을 남긴 사람들에게 주는상으로, 1901년에 제정되었다.
이미 우리는 어린 시절 세계 위인전에서 아마 노벨에 대해 읽었을 것이고 노벨상이라는 상이 지니는 권위와 위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벨상을 뒤집는 아주 기발한 시상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이그노벨’상이다.
‘이그노벨’상이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잡지사에서 주최하는 상으로, 매년 다시 할
수도 없고 다시 해서도 안되는 아주“기발한”적족을 남긴 사람들에게 수여된다.
여기서‘이그노벨(IgNobel)’은‘고상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노블(noble)’의 반대말로
‘품위 없는’을 뜻하는‘이그노블(ignoble)’과 상통한다.
노벨상을 패러디해서 만들어진 이 상은, 노벨상의 여섯 부문(물리학, 화학, 의학, 문
학, 평화, 경제학)에 생물학상이 추가된 7개 부문이 거의 고정적이며, 그때그때 필요한 부문이 추가로 시상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역대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자취는 다음과 같다. 적군끼리 서로 성적매력을 느끼
게 만드는 게이폭탄 연구(이그노벨 평화상), 향기나는 양복 개발(한국 권혁호, 환경
보호상), 침대 속 진드기들의 인구 분포 조사(생물학상), 15000년 된 동굴 벽화를 지우고 그 위에 그래피티를 그린 청년들(이그노벨 고고학상) 등등.
이그노벨상을 통해 탄생되는 발명품들은 어떻게 보면 정말 쓸모없고 무의미한 행동일 수도 있다. 또한 이그노벨상을 받는다고 해서 얻게 되는 상금도 없으며, 탄생되는(혹은 만들어질) 발명품들은 모두 개인의 사비로 만들거나 상상 속에서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가령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현실에 서는 그다지 실용성을 지니지 못할 발명품 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그노벨상이 미국의 하버드대를 비롯한‘천재’라 불리는 집단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그노벨 상이 바로 괴짜들의 유쾌한 잔치이기 때문이다. 이그노벨 상은 언제나‘망상’또는‘꿈’
으로 치부되어 빛을 발하지 못할 많은 상상들에게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었고, 그 꿈을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제공하는 웃음은 단지 일시적인 웃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본의‘진도구적 발상’도 이와 마찬가
지다. 진도구적 발상은 가와카미 켄지가 쓴 <진도구적 발상>이라는 책에서 나온 말로, 선풍기가 달려서 라면을 식혀주는 젓가락, 넥타이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3단 우산, 기상 시간이 되면 벌렁 뒤집어 지는 침대 등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막상 더 큰 불편을 야기하는(?) 진기한 도구를 발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진도구적 발상은 삭막한 현실에 가벼운 웃음과 신선한 창의적 사고를 불어넣는다는 점에 서 유의미적인 발상이라 볼 수 있다. 현실에서 단순히‘조금 불편하다’는 말 한마디로 지나쳐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면밀히 검토해 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진도구적 발상이 지니는 의의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괴짜들의 움직임을 보고 불필요한 일, 시간을 낭비하는 것
이라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틀에 박힌 사고, 고정된 시선으로는 세상은 흘러갈 수는 있지만 발전하지는 않는다. 영화 감독 장진은 말했다. “세상에서 괴
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가끔씩 무모하고 무의미한 변화를 꿈꾸며 일들을 벌인다. 그러나 그러한 괴짜들의 움직임이 결국 세상을 움직였고, 그 힘으로 지구는 자전한다.”
자신의 가슴 속에 막연하게나마 담아두었던 아이디어를 모두 분출해보자. 그것이
어쩌면 세상을 바꿀 커다란 한걸음이 될수도 있다.


박은혜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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