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1.8 목 01:15

[421호/독자의 시선]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82년생 김지영’

허채은(미술교육·17)l승인2018.10.29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현재 내가 듣고 있는 한 교양 수업에서 책 ‘82년생 김지영’ 의 일부를 읽고 토론을 했던 적이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토론을 나는 기대하면서도 달갑지 않아했다. 여성인권에 관련된 책을 많은 사람이 읽고 그것에 대해 사유하며 생각을 나누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듣게 될 말들, 여성이 겪는 성차별과 폭력이 얼마나 여성인권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 그 문제에 무감각한 사람들의 말들은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여성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지는 않고 그것에 공감하지는 못한다는 사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무시하고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터부시한다는 사실, 그로 인해 여성인권이 ‘예민한 주제’라고 불리는 현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폭력들을 인지하고 통감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이 바뀌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말들, 사실 맨 정신으로 듣기가 괴로운 말들을 태연하고 감정이 절제된 얼굴로 견디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개개인의 여성인권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로 불편함을 견뎌야 하는 자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 토론을 몹시 걱정스럽게 생각했었다. 다행히 토론 그 자체에서 나에게 상처를 줄만한 심한 말들은 나오지 않았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공간인데다가 ‘예민한 문제’로 취급되는 이 주제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극단적인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성인권에 대해 많은 관심과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나의 예상보다 많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토론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역시나 ‘꽤 많은 사람들이 여성인권을 하락시키는 성 불평등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이었다. 그것을 느끼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책이 우리 사회의 남녀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지 않나’ 와 같은 질문을 누군가가 하였고, 그리고 그 질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며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이었다. (질문을 만든 사람, 그 질문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꽤 당황스러웠다. 여성이 처한 현실을 알리는 책이 이 사회에 부작용을 일으킬 것 같지 않느냐는 듯 물어보는 이 질문이 애초에 제기된 것은 성불평등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충분하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흑인 노예에 대한 백인들의 탄압과 흑인 인권의 현실에 관한 책은 백인과 흑인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지 않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갈등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지 않나’ 
우리는 위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아예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두 번째 질문과 같은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며 “어떻게 한일관계 악화를 걱정해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걸 꺼리느냐. 그런 문제는 정말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범죄인 위안부 문제랑 비교할 만한 게 되냐.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는 생각하지 않냐. 당연히 요구해야 할 건 요구해야 한다.” 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가 꼭 해결되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인권향상을 주장하는 것, 여성에게 불평등한 현실을 알리는 것은 왜 문제인가? 왜 이슈가 되는가? 어째서 예민한 주제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꼭 해결되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심각성도 모를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질문이 성립될 수 없다고 분노하지 않는 것, 오히려 그 질문이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서 제기할 질문으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나는 여성이 너무도 억압받는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억압을 억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그렇기에 여성이 더욱 억압받음을 느꼈다. 수업이 진행되었던 꽤 차분한 분위기의 강의실에서 내 생각과 감정은 전혀 차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허채은(미술교육·17)  knuepress@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류희찬  |  주간: 손정주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지연/김보임/허주리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18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