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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호/컬쳐노트]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허지훈 기자l승인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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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한나 슈미트는 2차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 감시원으로 활동한 적 있다. 이후 1966년 한나를 포함한 6인의 감시원을 대상으로 전범 재판이 열린다. 시위대와 경찰들이 법전 앞 거리를 미리 메울 만큼, 감시원 6인을 향한 재판은 논쟁의 여지가 많다.
다른 피고인들과 다르게 한나는 수감자 선별 과정에 참여했음을 당당히 인정한다. 그리고 행위의 동기를 입증하기 위한 재판관의 질문에도 본인 행동의 이유를 분명히 밝힌다. 죄책감이라곤 없어 보이는 한나를 모두 이상한 눈으로 본다. 이에 대한 한나의 답변 “판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어요”로 재판장은 잠시 숙연해진다.
한나는 홀로코스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유대인이 가득한 교회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한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재판의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 양, 판사는 한나의 행위 동기를 추측하며 질문한다. 이러한 판사의 질문에 그녀는 역시 본인 행동의 동기를 명백하게 밝혔다. 오히려 그녀는 책상을 치며 화를 내기도 했다. 한나에게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형량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물적 증거, 친위대 보고서가 재판에 등장했다. “한나 슈미트가 친위대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그녀가 책임자예요.” 함께 재판받는 5명의 피고인이 입을 모아 말했다. 이를 근거로 피고인 6명 중 한나만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나는 글을 모르는 문맹이었다. 다수의 담합이 작용하여 거짓이 진실로 둔갑한 셈이다.
영화에서는 한나의 재판을 두고 ‘도덕심과 거리가 있는 법’을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진다. “아우슈비츠에서 일한 8천 명 중 19명만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6명이 살인죄이다.”,“잘못의 유무가 법적 판결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살인을 입증하려면 동기를 입증해야 한다.”, “현재의 법이 아닌 당시의 법으로 적법성을 가려야 한다.”,“누구나 알고 있는 행위의 결과를 가지고 재판하는 것 자체가 쇼다.”. “피고인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헤아려야 한다.”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논의된 내용 각각은 우리에게 생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여주인공의 이름은 한나 슈미트이다. 한나 아렌트와 카를 슈미트를 반영한 이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나 아렌트는 독일 태생의 유대인 철학사상가로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체주의를 비판한 사상가로 흔히 알려져 있다. 카를 슈미트는 제정권자의 법의지 투영을 중시했던 독일의 법학자로, 나치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아렌트의 개념을 아렌트 외의 관점 혹은 정반대의 관점에 적용하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속 한나의 모습이 아렌트의 저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닮았고, 본인의 행동에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슈미트의 전후 비망록과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유럽 수용소에서 만연했던 일로, 말단 관료인 수용자 감시원 6인에게 살인죄를 묻는 것이 도덕적으로 또 법적으로 적절한 것인가. 별도의 검증 작업 없이 피고인의 거짓된 증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한가. 잘못의 유무와 행위의 동기 중 법은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를 포함하여, 생각할 수 있는 주제가 영화에 여럿 내포되어 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생각의 주제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허지훈 기자  hjh84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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