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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호/사회문화탑] '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 감형 위한 우울증 진단서 제출에 여론 분노

비판 받는 심신미약 감형 조항, 왜 그리고 어떻게 적용되는가 이현주 기자l승인2018.10.29l수정2018.10.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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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4일, 강서구 어느 피시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잔인한 범행 수법과 더불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피의자 김성수(29)씨 측이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여 심신미약 감형 판정을 얻고자 한 것이다. 이에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심신미약 가해자도 강력처벌 하길 바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8일 기준, 약 11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이렇듯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심신미약 감형’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았다. 

◇ 심신상실, 심신미약을 다룬 형법 10조

제10조(심신장애인)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2장 제1절 ‘죄의 성립과 형의 감면’ 중 제10조에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에 관한 규정이 등장한다. 제10조 제1항은 심신상실에 의한 처벌 불가를, 제2항은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이야기한다. 심신상실이란 심신장애범죄자가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처벌이 불가하다. 2015년 2살 아이를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한 19세 발달장애인 이모군의 경우 이 조항의 적용으로 무죄 판정을 받았던 판례가 있다.
1항에 비해 2항에 의해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받은 경우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2항이 적용된 판례로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에게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조현병 진단으로 감형되어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한 경우가 있다. 위 ‘강서구 PC방 사건’ 피의자 측 또한 2항의 적용으로 인한 감형을 바라고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에 피의자 김씨는 2주에서 한 달여간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는다.
한편 법원은 음주, 약물중독, 충동장애도 심신미약으로 인정했다. 즉,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감형하는 ‘주취감경’ 또한 형법 10조에 따른 것이다. ‘주취감경’으로 가장 많은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2008년 발생했던 ‘조두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술에 취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감형하여 피의자 조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많은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국회는 성범죄에 제한하여 ‘주취감경’을 제한하는 특별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신설했다. 술에 취해 가정폭력, 자녀학대를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주취감경’ 또한 제한하는 음주폭력 방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 심신미약 감형의 적용은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학적 진단과 법률상 개념인 심신미약은 전혀 다른 개념”이며 “의사가 낸 정신감정은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전했다. 즉 심신미약 감형은 정신질환 유무가 아니라 당시 범행에 질병이 영향을 미쳤는지, 심신미약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을 따져 법적으로 판결된다. 
‘강서구 PC방 사건’ 피의자의 경우, 심신미약으로 감형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피해자와 말다툼 후 집에서 흉기를 챙겨와 목과 얼굴을 30차례 이상 찌른 행위는 우울증으로 인해 범행에 대한 인지없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법원 관계자는 “흉기를 챙겨 다시 돌아온 김 씨의 경우 계획살해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며 “또 범행 당시 치밀하게 행동했다고 판단되면 형량을 정할 때 정신감정 결과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신미약이 검증되더라도 반드시 감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자폐성 정실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됐으나 질환이 범행 당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재판부는 미성년자 법정최고형인 20년을 선고했다. 2014년 미성년 조카를 강간하려다 살해한 사건의 가해자는 당시 만취 상태로 심신미약은 검증됐으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 형법 10조의 존재 이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도 심신상실, 심신미약의 이유로 무죄 판결 또는 감형을 해줄 수 있으며 그 기준도 모호하여 국민들의 비판을 사고 있는 형법 10조. 그러나 이 조항의 근거에는 근대 형사법 대원칙인 ‘책임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 ‘정신장애범죄자의 형사 처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책임이란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의 규범위반성을 인식할 수 있었고, 적법한 행위로 나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가해지는 비난가능성’을 의미한다. 형벌은 이와 같은 책임을 전제로 하고 행위자의 책임을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형법상 책임원칙을 유지하는 이상, 비난가능성이 없는 책임무능력자, 즉 정신장애인과 같이 책임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에는 형벌을 부가할 수 없다. 한편 책임원칙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장에 유용한 기제로 작동하여 형법상 포기할 수 없는 원칙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는 형법 10조가 폐지되기는 힘들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편, 전문가들은 심신장애∙미약 감형제도는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심신장애·미약 감형제도의 취지는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이나 사물 변별 능력이 없는 상태인 자가 저지른 범죄는 고의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현행 법체계에서 심신장애·미약의 기준과 원칙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해 양형 기준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다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주 기자  kyo6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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