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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호] 교수의 서재 - 국어교육과 최숙기 교수님

다독보다 독서의 목적과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김동건 기자l승인2018.10.15l수정2018.10.1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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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독서워크숍’, ‘삶의 변화를 위한 독서 치료’ 교양 강의를 개설하고, 독서 교육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국어교육과 최숙기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 독서 교육에 관해 연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활자 중독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책을 읽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랐고,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맛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책을 빨리 읽게 될 뿐 아니라 내용 이해도 빠르게 되었고 읽고 싶은 책의 수준 또한 넓어졌습니다. 저는 1920년대 30년대 우리나라 현대 단편 소설들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읽었습니다. 비록, 순서와 발달 과정에 맞지 않지만 책을 가리지 않고 뭐든지 읽는 것 자체가 매력이 있었고 국어 교과를 좋아하게 되어 대학에 와서 국어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고 어떤 것을 연구할지 고민하다 독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독서 교육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 최근에는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나요? 
최근에 저는 학생들이 독서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천차만별인데 우리말을 잘하고 학교 교육도 똑같이 받은 학생들이 왜 이렇게 독서에서의 능력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가에 대해 인지적 부분이나 심리적 부분에 대한 이유나 원인을 밝히는 연구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 대학생 때 어떤 책을 가장 감명 깊게 읽으셨나요?
대학생 때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고 하면 저는 김욱동 교수님의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은 매우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남북 분단의 상황 속에서 소설 속 주인공인 명준은 이념적 갈등 속에 남과 북을 오가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다 결국 중립국의 행을 택하고 중립국을 향해 가는 배인 타고르 호 위에서 삶의 참된 가치 실현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투신자살합니다. 광장은 남과 북의 이념, 사회적 이념이 중심인 세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남북 분단 상황 속에서 남과 북 모두 이명준에게는 합당한 광장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만의 광장을 찾지 못하고 이명준은 결국 좌절하고 만 것이죠. 

광장이라는 소설은 워낙 작품 그 자체로도 유명하고 가치 있지만, 당시 입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이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이 책을 다시 한 번 더 꼼꼼히 읽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김욱동 교수님의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광장을 역사 비평이나 구조주의 비평, 신화 비평 등 다양한 비평의 방법들 7가지를 접목하여 <광장>이라는 책을 비평한 비평서라 할 수 있습니다. 비평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적 접근 방법을 제공합니다. 예컨대, 역사주의비평에 근거하면 최인훈이라는 작가가 본래 북에서 출생하였고 월남한 경험이 있고, 군대를 경험하고 또 실향민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가운데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삶의 의미들에 대한 부분에 따라 이 작품이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심리주의 비평은 이 이명준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근거하여 소설의 의미를 접근해가기도 하고, 사회학적 접근에서는 당시 소설의 집필 시기가 1960년대 4.19 혁명을 통해 촉발된 특정한 사회나 정치적 분위기와 이 소설의 의미를 연결 시키기도 합니다. 

제가 이 책이 기억에 남는 것은 텍스트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존재할 수 있고 이러한 시선 속에 동일한 텍스트가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생성해갈 수 있구나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의미 구성의 과정이고, 또 독자 저마다의 스키마에 근거하여 의미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서로부터 구성된 독자의 의미는 다양하다라는 독서의 본질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학부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떻게 하면 언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언어 교육을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Paul Whitney의 언어 심리학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언어 심리학(the psychology of language)라는 책이고 국내에는 번역하여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인지과학이나 언어학,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언어라는 특정한 행위는 인간의 인지적 처리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요?” 혹은 “왜 우리 아이는 혹은 왜 우리 학생은 책을 잘 못 읽을까요?” “왜 독해 점수가 낮은 건가요?”라는 질문을 제게 던집니다. 이 질문은 아마 미래의 교사이거나 혹은 현직 교사인 분들에게도, 심지어 아이의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도 끊임없이 던져질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어찌 보면 인지과학의 측면에서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와 인지 과정, 언어와 사고의 관계, 언어 처리의 모형, 언어와 뇌의 분야로 각각의 세밀한 설명들이나 유의미한 연구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독서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담화의 이해와 기억에 관한 챕터에서 그 이유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 “언어가 우리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일반적 상식에 대해 문화는 언어의 차이를, 언어의 차이는 인간의 인지나 사고의 차이를 이끈다는 중대한 사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피(Hopi) 인디언들은 과거 시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 인식에 대해 우리와 사고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거나 색깔 이름이 단 두 개 밖에 없는 원주민에게 색깔 이름이 없는 색을 구분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의 비밀이 소개되어 있는 책이니 심리학이나 인지 과학, 언어 교육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책을 읽을 때 주로 사용하는 읽기 방법과 다른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좋은 읽기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방법은 목적에 따라서 주요 내용을 찾아가면서 읽는 발췌독과 발췌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책 내용들이나 자료들의 결과를 종합하면서 읽는 주제 통합적 읽기입니다. 아무래도 연구를 하다보니까 필요에 따라 정보를 이해하고 읽어내어 제 것으로 만드는 읽기 방법을 선호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방법은 제가 지금 해야 하는 학문과 학습이라는 읽기 목적에 맞는 방법이라는 이야기이고 좋은 읽기 방법은 본인이 독자로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게 읽는 것입니다. 읽기는 보는 게 아니라 필자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가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책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찾아가면서 읽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든 간에 가장 중요하고 좋은 읽기 방법입니다. 

◇ 마지막으로 신문 독자들에게 독서에 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훌륭한 독자는 책을 많이 읽는 독자가 아닙니다.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니 많이 읽으라고 배워 우리는 항상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구체 의식이 있습니다. “책을 읽어야지. 많이 읽어야지”라고 생각을 하지만 한 권의 책이라도 차분하게 꼼꼼히 다지면서 읽어보았는지를 떠올려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를 하는 데는 목적과 방향이 중요한데 많이 읽으려고 하면 정작 중요한 목적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느끼는 독서를 하면 좋겠습니다. 글자 하나하나를 천천히 사고하면서 뜻을 찾아가는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면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처럼 너무 양이나 속도에 맞춰서 독서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버리고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독서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동건 기자  donginha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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