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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호/교육칼럼] 교사를 돌보지 못하는 돌봄교실

김범수 기자l승인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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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여름 고향의 모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을 때의 일이다. 정규수업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의 돌봄교실에서 보조교사를 맡았다. 그때마다 교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라’라고 당부하셨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돌봄전담인력이 있더라도 선생님들의 마음은 교무실이 아닌 돌봄교실에 가 있는 것 같았다. 12시 30분에 수업이 끝난 저학년 아이들은 종료시간인 17시까지 돌봄교실 안에 있었다. 수업보다 돌봄교실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르친다는 것(敎)과 기른다는 것(育). 교육(敎育)을 한 글자씩 나누었을 때 나오는 2가지 뜻이다. 과거의 학교는 가르치는 것을 담당했고, 가정은 기르는 것을 담당했다. 철저한 분담이었다. 지금도 학교는 ‘기르는 곳’보다는 ‘배우는 곳’으로 생각하는 일이 더 많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퇴근 시간까지 머무를 수 있는 곳이 필요했고, 돌봄교실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등돌봄교실’이란 별도 시설(전용 또는 겸용교실 등)이 갖추어진 공간에서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이외에 이루어지는 돌봄 활동을 말한다.
정부는 올해 4월 4일 초등 돌봄 대상자를 2022년까지 현행 33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운영시간을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 연장하겠다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덧붙여, 초등학생 1~2학년에서만 시행되던 돌봄교실을 초등학생 전 학년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성을 다하는 돌봄으로 안심하는 학부모, 자라나는 어린이’라는 교육부의 비전에는 교사라는 돌봄의 또 다른 주체가 빠져있다. 결국 초등돌봄교실에서 정성을 다하는 돌봄을 제공하는 주체는 교사이다. 교사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돌봄교실은 돌봄전담인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외부인이 운영한다. 하지만 초등돌봄교실의 장소는 학교 안이기 때문에, 교사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돌봄전담인력은 정식공무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의 범위는 좁고, 그만큼의 책임은 교사의 몫이 된다. 돌봄교실은 돌봄전담인력이 맡는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흔들리는 셈이다. 정부는 현재 각 학교에 돌봄전담인력을 제공하지만, 금전적 또는 프로그램적 지원은 미비하고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교사가 짊어진다. 수업 연구, 업무처리 등의 또 다른 교사의 업무가 소홀히 될 수 있다. 교사의 근본적인 일인 ‘아이를 가르친다.’는 일이 위협받는다.
학교는 보육의 기능도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학생에게 가르치는 시간보다 학생을 보육하는 시간이 더 많은 기형적인 구조의 학교는 ‘가르친다.’라는 학교의 본질적인 역할을 흐리게 만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이하 전교조 인천지부)는 2018년 5월 인천교육 정상화에 꼭 필요한 일을 설문조사했다. 이 질문에 돌봄교실·방과후학교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응답이 8.3%에 달하였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덧붙여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 관련 업무도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하고, 이러한 업무 분장을 놓고 교사 간 갈등이 심각한 지경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돌봄교실은 교사의 업무부담을 가중하고,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저해한다.
그렇기에 학교에 돌봄교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닌 지자체가 전담기관과 전담기구를 확충하여 교외전담교실의 수를 늘려야한다. 학교만큼 안전한 구역을 새로 확충할 필요성이 있다. 교내의 돌봄시설이 아닌 교외의 돌봄시설 증가를 통해 학교가 가진 보육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 이미 학교는 방과후학교라는 보충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학원이 가진 기능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가해지는 돌봄교육이라는 과도한 보육부담은 학교를 병들게 한다. 행복한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삼박자가 맞아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볼 때이다.

 


김범수 기자  qjatn16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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