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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호] 저성장 시대의 충격, 해법은 출산율이 아니라 고용 창출이다

코너 [조준현의 경제백신] 조준현(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l승인20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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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공약의 핵심은 ‘747’ 즉 7%의 성장률,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1년여를 남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4%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내년에는 3%조차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물론 최근의 경기 침체는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꼭 현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구의 책임인가를 떠나 한국경제가 이제는 경기둔화를 넘어 저성장 시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있다. 실제로 1953년부터 2008년까지 55년간 한국경제는 연평균 6.7%씩 성장했다. 그러나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1982년부터 1991년까지 10년간은 평균 9.1% 성장했으나 1992~2001년 동안에는 평균 5.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가시화되기 전인 2008년까지 경제성장률은 평균 4.5%로 더 낮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2년 성장률을 3.8%로 전망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마저도 어렵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장기간에 걸쳐 점점 하락하는 추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보다 먼저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들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후진국이 중진국으로,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상승하면 성장률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률 하락의 속도와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잠재성장률은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자원 즉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가능한 성장률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6% 중반 수준이었다가 2000년대 초중반에는 4% 중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4% 초반 수준으로 조금씩 하락해 왔다. 문제는 앞으로 잠재성장률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데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중장기 잠재성장률이 2010~15년 사이에는 3.8%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6~26년에는 잠재성장률이 2.4%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우리나라의 중장기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과 노령화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총인구 가운데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2005년 71.7%에서 2016년 73.4%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 2030년 64.4%, 2050년 53.0%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980년 3.5%였으나 2010년에는 11%로 증가하였다. 2050년에는 38.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어난다는 뜻이다. 인구감소로 소비는 위축되고, 노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크면 저축률도 하락하고 투자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높이자는 주장에는 큰 맹점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인구가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OECD의 고용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 동안 회원국들 가운데 청년층 고용감소가 가장 컸던 곳이 바로 한국이다. 2011년 6월 말 현재 청년층 취업자 수는 총 389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만 3,000명이나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 3.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연령별로 비교해 보면 30대의 실업률은 3.4%, 40대는 2.1%, 50대는 1.9%이다. 그런데 실업률에는 취업준비자나 잠재실업자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그래서 고용율을 보면 2010년 기준 20대는 58.2%, 30대는 72.0%, 40대는 77.8%, 50대는 70.9%로 나타난다.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할 젊은 층일수록 실업률이 높고 고용률은 낮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이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나라의 경기침체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서가 아니라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밑도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생산할 수 있는 만큼도 생산하지 못하고 가용할 수 있는 자원조차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인다고 실질성장률이 저절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금 한국경제가 고민할 과제는 어떻게 출산율을 높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놀고 있는 노동력을 생산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에 있다. 조금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아이 더 낳아 실업자 만들 궁리는 그만두고 있는 실업자부터 구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준현(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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