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6.10 월 03:16

[333호] 책 읽기의 방법

메모를 어떻게 해야 할까?(1) 박영민 교수l승인2018.11.0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밑줄 긋기를 지난 호에서 마지막으로 다루면서 설명 끝자락에 밑줄 긋기와 연동되는 메모 한 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 예민한 독자라면 눈치를 챘을 텐데, 그 때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 번호에서 다룰 주제는 바로 메모하기이다. 메모하기는 밑줄 긋기만큼이나 매우 친숙하 면서도 중요한 책 읽기의 방법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어온 이래로 메모를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테고 성실하게 글을 읽는 사람일수록 메모의 차원이 남다를 테니 메모하기는 친숙성 과 중요성을 공유하는 독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어떤 독서 연구자들은 메모하기를 밑줄 긋기와 더불어 독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기능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밑줄 긋기가 언급되었으니, 이와 대조하여 메모가 지닌 장점을 살펴보고 가기로 하자. 여기에서 밑줄 긋기에 대조하여 메모의 장점을 내세운다고 해서 메모하기가 밑줄 긋기보다 더 좋은 것이라거나 더 효과적인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특징이 다르고 쓰임새가 다른 것이므로 우열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메모하기가 밑줄 긋기에 비해 장점이 많다고 하더라도 눈동자를 굴린 다음 행간에 밑줄 하나 긋는 것과, 머릿 속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그것을 문자로, 그것도 알아볼 수 있게끔 연필로 잘 기록하는 것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려움이 크겠는지를. 그러므로 메모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결국 독자의 인지적 노력이라는 텃밭에서 피워 올린 꽃봉오리로 보는 것이 온당할 듯하다.

메모하기는 밑줄 긋기와 달리, 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더해서 기록해둘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새로운 인본주의 시대의 개막'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고 해보자.‘새로운 인본주의’가 무엇인지가 글에 체 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면—물론 잘 작성된 글이라면 이렇게 되어 있을 것이다—독자는 밑줄을 그어‘새로운 인본주의’의 주요 내용을 표시해 둘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다면 밑줄로 표시를 할 수 없을뿐더러 그 내용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면 밑줄 이 매우 복잡해져서 오히려 글의 주요 내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메모하기의 장점이 드러난다.‘새로운 인본주의’를 뒷받침 하는 내용이 흩어져 있더라도 그것을 불러 모은 후 그 제목 바로 밑에 메모를 기록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새로운 인본주의’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글에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메모하기를 적용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메모의 방법을 활용해서 그것이 의미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독자인‘내'가 직접 써 넣을 수 있다.

메모의 다른 장점은 메모를 통해서 독서의 과정을 생각에 생각을 더해 는 지적 탐험의 과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메모가 잘 되어 있는, 이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펴보았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그 책에는 당시에 그것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생각을 적어둔 메모가 남아 있을 것이므로 지금 그 책을 다시 읽는‘나’는 그 메모를 바탕으로 삼아 생각을 더 발전시키거나 확장해 갈 수 있다. 물론, 그 당시 메모에 담아두었던 아이디어가 탁월했다면‘아, 내가 이 런 생각을 다 했었나?’하고 놀랄 수도 있겠다. 이러한 일은 생각을 반영해서 정리해 둔 메모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므로, 밑줄 긋기를 통해서는 이러한 경험을 얻기가 어렵다.

밑줄 긋기도 그랬던 것처럼, 메모하기도 몇 가지의 방법적 원칙이있다. 첫 번째로 꼽아야 할 원칙은 일정한 단위의 글을 모두 읽은 뒤에 메모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밑줄을 그을 때에도 책 이나 글을 모두 읽은 뒤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 메모하기도 일정한 단위로 글을 모두 읽은 뒤에 해야 한다. 메모하기는 글의 핵심 내용이나 주요 내용을 찾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글 읽기를 마친 뒤에 내용의 중요도를 판별해야 효과적으로 메모할 수 있다. 글을 읽어가는 도중에는 내용의 중요도나 정보의 중요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글의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주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메모는 글을 읽는 도중이 아니라, 글 읽기를 마친 뒤에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서 내용의 중요도를 판단하면서 해야 한다.

둘째, 메모는 체계를 세워서 해야 한다. 정보를 다루는 글일수록 내용의 체계가 분명한데, 대학에서 학과 공부를 위해 읽어야 할 책은 모두 정보를 제공 하는 설명문이므로 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대부분의 책은 내용의 체계가 분명 하다고 봐도 좋겠다. 그러므로 대학생의 메모는 체계적이어야 한다. 메모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내용의 논리적관계, 예를 들면 포함관계, 선후관계, 인과관계, 대립관계, 병렬관계등을 잘파악해야 한다. 내용의 논리적 관계를 반영해서 메모를 하면 체계적인 메모를 할 수 있다. 


박영민 교수  knuepress@knue.ac.kr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류희찬  |  주간: 손정주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지연/김보임/허주리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19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