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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호] ‘조·중·동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방송계의 포식자, 종합편성채널의 습격이 시작된다 김진우 기자l승인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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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사업 권한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등 4개 신문사에 허가했다. 이들 4개 신문은 각각 올해 12월을 목표로 종편의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TV조선을, 중앙일보는 jTBC를, 동아일보는 채널A를 새로 개국할 예정이며, 매일경제신문은 기존에 경제뉴스 전문채널이었던 MBN을 종편으로 바꿔 방송을 시작하게 된다.
종편은 뉴스 보도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교양 등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사실상 지상파(공중파) 방송과 견줄수 있는 수준의 방송 채널이라고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과의 차이라면 단지 케이블이나 위성 전파, IPTV를 이용해서만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거의 모든 가구가 케이블 방송이나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IPTV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전 국민이 종편을 시청할 수 있는 범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종편은 그 구성상 전문적인 영역에만 집중하는 여타의 케이블 채널들보다 시청자들의 호응과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슈퍼스타K’시리즈로 한창 인기를 누리는 Mnet을 비롯한 케이블 채널들도 시청률이 상당한 상황이다. 종편이 제작한 프로그램중 한 가지만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킨다 해도 종편 채널의 국민적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이렇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송사가 4개씩이나 들어선다
면, 한국의 미디어시장에는 어떠한 방향으로든 간에 엄청난 충격파가 가해질 것이 틀림없다. 종편이 미디어 생태계에 파생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를 놓고 미디
어 전문가들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여론은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종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은 종편을 통해 한국 미디어 업계의 국제적 경쟁력이 높아지고 한국의 시청자들이 더욱 다양한 방송 컨텐츠를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종편 개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은 종편들의 난립이 미디어시장에 과당경쟁을 불러와 그 부작용을 결국 시청자들 과 사회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신문과 방송을 아우르는 거대 미디어그룹의 등장으로 소규모 미디어의 입지가 악화돼 주류 언론에서 담지 못하는 다양한 시각이 미디어시장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종편 설립에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는 그동안 지상파만을 보던 시청자들이 더욱 다양한 미디어를 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도준호 교수는 지난 7월 31일 YTN과의 대담에서 “시청자는 종편을 통해 선택권이 증가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슈퍼스타K’처럼 지상파에서 편성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들, 지상파와 차별화된 고급 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상파의 독점 체제가 사실상 깨지게 되어 미디어시장 전반과 시
청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외주제작사를 우대하는 환경이 되어 지상파의 독점에서 초래된 공급자 위주의 콘텐츠 유통구조는 시청자 위주로 바뀌며 지상파의 횡포에 시달려 온 외주제작사가 제대로 대접을 받는 계기도 마련한다”고 평했다. 반면 거대 신문사들의 방송 겸영을 곱게 보지 않는 시각도 많다. 종편들은 모회사인 신문과 밀접한 연계성을 가지고 방송을 운영하게 된다. 이것은 종편이 미디어시장에서 갖는 기존 지상파 방송에 대한 중요한 경쟁 우위이다. 종편은 신문과 연계하여 다양한 분야의 컨텐츠와 뉴스를 반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만일 종편을 시청하는 사람이 해당 방송을 운영하는 신문까지 구독하게 된다면 해당 언론사는 그에게 이중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셈이다. 그나마 신문사와 종편들의 논조가 다양하다면 다행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번에 종편을 개국하는 신문사들은 모두 비슷한 성격의 논조를 펴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신문의 종편 진출이 오히려 미디어의 다양성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이들 메이저 신문사들은 많은 경우 대기업을 지지하는 논조를 보여 왔으며, 그 자신도 하나의 대기업이라 볼 수 있다. 최진봉 미국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미국내 언론 학자들도 거대 미디어 그룹이 언론을 장악해 편파적이고 보수적인 여론형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여당이 이를 선진 언론이라 소개하면서 배우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을 따라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방 겸영은 선진국들과는 다른 추세라는 지적이다. 언론에 대한 규제가 적은 미국에서조차 신·방 겸영에 대한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바있다. 또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방송시장에 무려 4개 채널의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과열 경쟁은 방송시장의 확대가 아닌, 자극적인 방송으로 인한 전반적인 질적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선정적인 컨텐츠를 다수 방영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한 방송시장 확대도 2010년 현재 지상파 방송들의 광고 판매률이 60%에 그치고 있어 방송시장에서 더 이상의 성장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편들은 개국도 채 되기 전부터 기업들로부터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필사적인‘영업’을 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 대기업에서는 거대 신문사들이 기사를 무기로 협박한다는 하소연까지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은 지난 10월 3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날마다 메이저 신문사들의 기자들로부터 종편 방송에 광고 좀 해달라는 전화가 온다. 내가 아는 다른 기업의 임원은‘광고 안 해주면 기업의 약점을 파헤치겠다’는 협박을 들었다고도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허용해 준 것 자체가 이명박정부에 우호적인 논조를 가진 이른바‘조·중·동’에 대한 정치적특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디지털화라는 사회적 추세와 신문 기사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꺼려하는 분위기로 인해, 신문구독자 수는 날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듯 사양세에 있는 신문사들에게 있어 방송진출 허용은 절호의 사업 기회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종편을 개국할 신문사들로서는 가뭄에 단비를 맞은 입장인 셈이다. 반면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이면서 규모가 작은 신문사들은 자본력의 부족으로 인해 법적으로는 방송 진출이 허용되더라도 종편 등의 방송을 사실상 개국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김진우 기자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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