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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핵 폐기 없이 핵 안보는 없다

김태훈l승인2012.03.19l수정2018.10.0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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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핵무기로 인한 위협은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상호확증파괴)를 통해 저지되어왔다. 세계가 MAD에 의해 핵의 균형을 이루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유태계 미국인 테오도르 홀이다. 하버드를 졸업한 젊은 시절의 그는 핵무기의 위력을 보고서 단일 국가가 핵무기를 독점할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크게 염려하였다. 그래서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모두 핵무기를 가진다면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핵의 위협으로 평화가 있을 것이라는 대담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플루토늄 제조법과 패트맨(플루토늄 원자탄)의 상세한 설계도를 소련에 넘겼다. 이로 인해 냉전 시기에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은 엄청난 군비 경쟁을 하며 앞다퉈 핵무기를 제조했지만 이를 실전에 사용하지는 않았다. 테오도르 홀의 신념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MAD에 의한 필요성이든 인류 스스로의 평화에 대한 갈망에 의해서든 인류는 핵무기를 비롯한 핵문제에 대해 국가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했다. 이미 핵을 보유한 강대국들은 핵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을 회유하거나 원조를 약속하고 자신들의 핵우산 밑으로 편입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세계의 평화를 위해 다른나라들을 지켜주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일반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핵미사일로 만든 뒤 적대국 본토를 조준폭격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그러한 행위에 깔려있는 또다른 이유는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개발할 때까지 시간을 벌고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물론 그들도 평화를 원하긴 하지만 안정적인 MAD로 인해 자신들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 역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저의에 대해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사실은 어떤 이유에서건, 어떤 방식으로든 이러한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논의들 중의 하나로 오는 26일에는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된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궁극적으로 핵 폐기를 지향하지만 핵 폐기는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이유로 순수하게 핵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논의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핵안보정상회의를 위해 배포한 홍보자료를 보아도 핵물질들의 분실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테러에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대응하는 국제적인 연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만 기술되어 있다. 말로는 궁극적으로 핵 폐기를 지향한다
고 하지만 이들이 배포한 자료 어디에서도 궁극적 핵 폐기에 대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핵 테러를 비롯한 모든 핵 물질과 관련된 문제들은 핵 폐기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핵 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이유를 들어 이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있다.
이러한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하 선언으로 인해 추진되었으며 NPT는 미국과 러시아간의 기본적 합의를 토대로 출발했다. 궁극적인‘핵 없는 세상’의 구현을 주창한 미국은 76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8500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이며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핵무기를 합한 수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들은 세계 평화를 위해 핵확산을 막고‘핵 없는 세상’을 구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는 안으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여 본토에 핵폭격이 가해지는 것을 막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자국민을 보호해줄 강력한 방패지만 MAD에 의한 힘의 균형을 깨트릴 가장 강력한 무기기도 하다.
만일 핵보유국들이‘핵 없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했다면, 진심으로 세계 평화를 구현하고자 했다면 핵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핵폐기를 합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핵안보정상회의는 물론이고 NPT에서조차도 핵 폐기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핵안보정상회의나 NPT를 핵보유국들의 힘을 유지시켜줄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우리나라의 대표들도 이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와 같은 국제적 명성의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인다고 좋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핵을 이용한 테러에 대한 대책을 주로 논의한다고 해서 모든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핵 폐기’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정말로 한반도에 핵으로 인한 위협이 사라지길 바란다면 비단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한다.
핵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염려하는 이들은 이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개최국으로서 국격 홍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또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은 우리나라가 근본적 핵 문제 해결의 중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와 바람을 안고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우리나라 대표들은 단 한 가지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것은 핵 폐기 없이 핵 안보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태훈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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